|
# 2018년 2월 5일 월요일 맑음.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날이 샜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건너편 건물 아래 허름한 식당은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쌀국수와 쌀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제법 맛이 있나보다. 현지 손님들이 쉬지 않고 몰려든다. 아침과 저녁 장사만 하는데 특히 아침에 많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먹어볼 참이다.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면 정면에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는 좁고 위로는 높은 베트남 스타일의 건축물이 예쁘다. 왜 아래는 좁고 위로는 길게 건물을 짓는지 잘 모르겠다.
조식포함이라는 우리 숙소, 아침을 기대하며 오전 7시 경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기대 이하 실망이지만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계란 후라이 2개에 식빵, 그리고 오이와 토마토 1조각이다. 거기에 커피는 셀프다. 그 흔한 잼과 버터도 없다. 시설대비 워낙 숙소비가 저렴하니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나중에 작은 접시에 수박 몇 조각이 나왔다. 조식포함이라는 말에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좀 부실했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그래도 계란 후라이가 2개가 아니던가?
숙소로 올라가 오늘 출발하는 일일 투어에 합류하기 위해 오전 8시가 다 되에 다시 카운터로 내려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온다던 픽업차량은 오지 않는다. 30분이 지나서야 카운터에 상황을 이야기 했다. 서둘러 전화를 한다. 5분도 안되어 봉고차 한 대가 급하게 우리 숙소 앞에 섰다. 우리는 봉고차를 타고 달려간다. 뚜언쩌우 여객선 터미널로 간다. 뚜언쩌우는 섬이었는데 매립을 해서 육지와 연결해 놓았다. 섬에는 여러 채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는 레저 관광 지역을 만들어 놓았다. 크루즈 배가 드나드는 항구도 있다.
운전기사로부터 여객선 입장 티켓을 받고 서둘러 선착장으로 들어갔다. 부두에는 여러 채의 배들이 정박해 있다. 부지런히 걸어서 우리가 타야할 배를 만났다. 우리가 제일 늦게 배에 탔다. 우리를 기다린다고 배는 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배에 올라가니 깡마른 가이드가 한참을 설명하고 있었다. 서양인 10여명과 중국인 4명, 한국인 2명, 말 못하는 총각 3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와 직원을 포함해 30명 가까이 탑승한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하자 배는 출발이다.
창 밖에는 뜻밖에 모래 언덕이 나온다. 야자수 나무가 줄지어 심어졌다. 아마도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드디어 바다로 나오니 석회암 기암들이 보인다.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목조선으로 1층은 의자, 테이블, 화장실로 이루어져있고, 2층 갑판은 하롱베이 섬들을 구경할 수 있게 의자들이 있고 탁 틔어져 있다. 2층으로 올라왔다. 날씨는 약간 쌀쌀하다. 우리 배는 HABINH 68호 이다. 베트남 국기를 달고 있다. 긴 모래 운반선이 간다. 배가 곧 가라앉을 것 같이 바다로 들어가 있다. 모래를 잔득 실었다.
할롱만은 베트남 북부, 꽝닌 성 통킹만 북서부에 있는 만의 명칭이며, 크고 작은 3,000개의 기암괴석과 섬들이 존재한다. 1994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치 명작 조각품을 감상하는 듯한 섬들의 경관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빛이 변하고 비나 안개에 의해 또 다른 정취가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질학적으로는 북쪽은 계림으로부터 남쪽은 닌빈 까지 광대한 석회암 지역이다. 석회암 지역이 풍화 작용으로 깎여나가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바다 위에 수천 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와 앉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산속에 살던 용이 바다로 내려올 때의 꼬리질로 계곡과 동굴들이 생겨나 현재와 같이 3천여 개의 섬 모양을 갖췄다고 한다. 중국의 계림과 견줄 수 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고 화려하다. 하롱베이~ "하롱 " 이란 ‘하늘에서 용이 내려오다.’ "베이" 란 ‘날개를 펼치다.’ 즉 하롱베이란 하늘에서.용이 내려와 날개를 펼치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실제로 베트남 지도는 용 모양처럼 생겼고 용의 후손이라 믿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20만동 화폐에 새겨져있는 향로바위가 나타났다. 난로 바위, 버너 바위, 돈에 있다고 돈 바위 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이 빠지면 다리가 4개로 보인단다. 멀리 혼자 있는 섬은 외로운 바위라고 불리운다. 여러 배가 함께 간다. 모두 방향이 같은 것 같다. 크루즈 선박들도 보인다. 원래 바다위에서 1박을 하는 크루즈를 탈까도 생각 했다. 지겨울 것 같아서 그냥 일일 투어를 선택한 것이 잘 한 것 같다. 서로 사랑을 나누는 키스바위가 나온다. 배들이 모두 이 바위 주변에 몰렸다. 하롱베이를 상징하는 바위 섬이다.
약간 춥지만 갑판에 앉아서 섬들을 감상하며 간다. 아침의 섬 모양과 오후의 섬모양 기온과 기후에 따라 섬 모양과 분위기가 달라진단다. 유람선도 보이고 고기잡이 목선도 보인다. 엄지 모양의 바위도 있고 물고기 모양의 바위도 지난다. 모양도 참 다양하다. 각 바위 마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재미있다. 소원바위, 낙타봉, 코끼리 바위....... 하롱베이 바다는 제주도 같이 3무(無)가 특징이란다. 파도가 없고, 갈매기가 없고, 염도가 약해 바다비린내가 없단다. 실제로 파도와 갈매기를 보지 못했고 바다 비린내도 없었다. 수직을 곧게 솓은 바위산들이 참 멋져 보인다.
섬들 가운데는 동굴이 있는 곳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항 승솟(Hang Sung sot) 동굴이다. 선착장에는 배들이 많다. 10시 30분경에 우리배도 선착장으로 들어간다. 구경하고 나와서는 이곳에서 배를 타지 않고 건너편에서 탄다고 알려준다. 11시 30분가지 내려와야 한단다. 프랑스인들은 이 동굴을 대리석 동굴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크고 웅장한데 무려 90개의 계단을 올라야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석회동굴이다. 종유석과 석순으로 가득하다. 말뚝 섬을 뜻하는 이곳은 베트남의 역사적이 장소이다. 현재는 무인도지만 약 7,000년 전의 신석기 시대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단다.
승솟은 말 그대로 위로 솟는다는 뜻이다. 석회암 동굴들은 위에서 나래로 종유석이 자라는 게 일반적인데, 이 동굴은 아래에서 위로 자란 모습이다. 이 동굴은 중국인이 개발하여 수익금은 거의 중국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스타워즈 영화 우주선 착륙 장소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몇 편에 나오는지 알아봐야할 것 같다. 이곳은 승솟 동굴 내부에 들어섰다. 어떻게 하면 이토록 천정, 벽면, 바닥의 모양새가 모두 다를 수 있는지 정말 신비롭다. 동굴 내부가 잘 보이도록 여러 가지 조명을 사용한 것까진 좋았는데, 조명의 색상이 너무 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자연동굴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든 세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뚝 솟은 모양과 황금색에 가까운 오렌지 빛 조명이 종유석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특이한 바위가 보일 때 마다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올록볼록한 천정과 흘러내린 듯한 기둥. 어떻게 하면 한 장소에 이리도 다른 모양이 형성되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건 00 바위, 다람쥐 바위, 거북 바위....... 지어놓은 이름도 많다. 동굴 내부는 무척 넓고 컸다. 무슨 광장을 보는 것 같다. 넓은 공간에 비해 내부 길이는 그다지 길지 않았던지 한 바퀴 돌아오면 구경 끝난다. 실제는 좁고 긴 통로도 많을 것 같은데 관광객에게 입장 허락된 공간이 짧았다.
또 수세기 전까지는 해적의 은신처로 이용되었고, 몽골의 침입 때 하롱베이의 지형을 이용하여 승리로 이끈 장소라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물이 없어서 계속 지반에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송솟동굴(Sung sot)에서 나와 펼쳐지는 선계에 감탄한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더욱 환상적이다.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신기한 기암괴석들과 그 사이로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은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이다. 계단을 내려와 반대편 선착장에 도착했다. 다른 배들은 많은데 우리 배는 보이지 않았다. 배 모양이 모두 비슷하다.
잠시 후에 우리 배가 들어왔다. 배에 타니 선내로 들어가란다. 자리에 앉으니 식사가 준비된다. 음식은 푸짐하게 나온다. 돼지고기 튀김, 스프링 롤, 찐 새우, 오징어무침, 오이와 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야채와 샐러드 그리고 밥이다. 베트남 쌀도 밥을 잘 하니 먹을 만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는 사이 배는 승솟 동굴 뒤편에 있는 지주 박물관으로 간다.(Halong Pearl Museum), 진주 양식장(Pearl farm)이다. 밥을 다 먹고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양식장을 구경하고 진주를 조개 사이에 넣는 작업과정을 보여준다. 그 다음 진주로 만들어진 각종 악세사리를 진열 판매하고 있다. 여기가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파도도 없고 잔잔하다.
구명조기를 하나 씩 입고 카약킹을 한다. 작은 플라스틱 배에 아내와 둘이 탔다. 처음 타보는 것이라 약간 긴장했으나 이내 흥미로워졌다. 아내를 앞에 태우고 조용한 바다를 노 저어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었다. 1시간 정도 배를 탔다. 뜨거운 태양으로 약간 얼굴이 타는 듯 했다. 아내도 무척 재미있어한다. 자구 노를 저으니 좀 익숙해진다. 진주를 양식하는 장소를 피해 바위 산 아래로 다녀본다. 아주 평화로워 보이고 조용하다. 함게 배를 타던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서둘러 양식장으로 왔다.
배는 출발한다. 음료수를 사서 마셨다. 어촌 마을이 보인다. 어선 한 척이 조각배 3척을 끌고 간다. 우리 배는 티톱 섬을 향해간다. 삼각형 모양의 섬이 보이고 그 앞에 백사장도 보인다. 섬 꼭대기에는 작은 정자도 보인다. 처음 출발 할 때 지나가던 섬이다. 선착장에는 많은 배가 정착해 있고 주변에도 여러 가지 배들이 떠있다. 오후 2시 30분이다. 우리 배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두 내렸다. 하얀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섬의 이름 주인공 티톱(1935~2000)이다. 백사장에는 배구 네트가 쳐져 있다.
1962년 러시아 우주비행사의 이름을 붙여주어 섬 이름이 티톱이 된 티톱 섬이다. 하롱베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섬 하나를 호치민에게 달라고 했다고 한다. 호치민은 이 땅은 국민의 땅이라 줄 수 없고 대신 섬에 티톱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하고,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티톱 섬 전망대서 내려다본 하롱베이가 그렇게 멋지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중국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올라가기도 밀리고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 힘든 산행을 한다. 섬의 높이는 30m이고 계단이 423개란다. 20분정도 계단을 오르니 정상이다. 하롱베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360도로 구경할 수 있다. 이 티톱 섬은 진짜 아름다운 것 같다. 아니 티톱 섬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여기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정말 환상적이다.
사진도 찍는 자리가 있다. 자리 쟁탈전이 날카롭게 일어난다. 기다렸다가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한국 총각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여기가 아닐까 싶다. 베트남, 아니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풍광이다. 이어지며 우둑 솟은 섬들 사이에 포근히 감싸인 여러 척의 배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멋진 경치를 마음에 담고 내려간다. 티톱 섬에는 인공모래사장도 있다. 중국에서 모래를 퍼 나른 것이라고 한다. 석회암 지역이라 원래는 모래가 없단다. 수영할 수 있는 기온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바다에 발을 담그며 즐기고 있다.
잠시 후에 배에 올랐다. 파인애플과 수박을 준다. 시원하고 맛있다. 갑판에 올라왔다. 외국인이 우리 부부를 사진에 담아 주었다. 키스 바위 부근을 간다. 날이 서서히 기울어지면서 역광으로 보이는 섬들이 또 환상적이다. 겹겹이 보이는 섬들을 보면서 가는데 정말 아쉽고 아름다운 절경이다. 거기에 가끔 나타나는 배들이 풍광을 더욱 감칠맛이 난다. 커다란 모래 운반선 두 척이 지나가니 바다가 꽉 찬 기분이다. 석양빛이 은빛이다. 우리 배는 여유롭게 처음 출발하던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이렇게 하롱베이 일일 투어가 끝났다. 오후 4시 30분이다.
여객 터미널을 나오는 데 잔치가 있는지 잘 꾸며진 식탁에 음식이 잘 차려져 있다. 흰색 커버를 씌운 의자가 손님을 기다린다. 육해공 고기가 올려져있고 야채도 듬뿍 올려져있다. 우리는 서둘러 여객 터미널을 나왔다. 준비된 버스를 타고 간다. 각자 머물고 있는 호텔 앞에 내려 준다. 우리는 시내에서 그냥 내렸다. HA LONG BACKPACKERS Hostel 에 있는 투어 사무실로 갔다. 내일 저녁 사파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가 묶고 있는 숙소에서는 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450,000동(22,500원)이라고 들었다.
여기는 밤 10시 30분에 가는 버스가 있는데 340,000동(17,000원)이다. 예약을 했다. 영수증을 손에 쥐니 마음이 가벼웠다. 내일 저녁에는 슬리핑 버스를 타고 사파로 간다. 우리는 어제 갔던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 앞에서 맛있게 돌리며 굽고 있는 숯불구이 오리 반 마리를 샀다. 100,000동(5,000원)이다. 잘 포장해 준다. 시장에 들어가 오뎅 4개를 사서 먹었다. 역시 갓 만들어낸 오뎅은 맛있다. 비둘기를 비롯해 돼지, 소, 닭, 오리 등을 잡아 파는 정육점이 즐비하다.
과일가게에 들러 망고 2개와 용과를 샀다. 그리고 튀김 만두 2개도 샀다. 시장을 나오니 거리에 작은 노점상들이 보인다. 스프링 롤을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튀김 4개를 샀다. 거기에 우리가 즐겨 먹던 베트남 물김치 ‘즈어모이’를 샀다. 비닐봉지에 잔뜩 담아주는데 10,000동(500원)이다. 밤공기는 조금 싸늘했다. 서둘러 숙소로 왔다. 오리구이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흐르는 오리구이와 함께 물김치를 먹으니 딱 이다. 거기에 망고와 용과를 깎아서 먹으니 정말 흐뭇했다.
입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고 배도 즐겁다. 특히 물김치 맛이 정말 우리 입맛에 맞다.(남은 물김치는 잘 포장해서 내일 먹게 되었는데 어디서 먹어도 맛있었다.) 배가 부르니 주변이 보인다. 먼저 하롱베이 소금물에 하얗게 자국이 남은 바지를 세탁했다.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쓰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야경이 멋진 공원에 나가기를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월 5일 경비— 오란씨 20,000, 튀김만두2개 20,000, 오뎅4개 20,000,
망고 2개 40,000, 스프링 롤 4개 30,000, 절인김치 10,000,
오리구이 반 마리 100,000, 사파 침대 버스 680,000,
숙박비 이틀 600,000.
계1,520,000동*0.05=76,000원.
누계 3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