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도등대는 멀었다. 상상한 것보다 멀었고, 상상한 것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멀었던 만큼, 아름다웠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솔직히 나는 하조도등대의 10 분의 1 도 즐기지 못 했다. 웬만해선 적기 싫은 실패기지만 너무 멀고 너무 아름다웠던 곳이라 거기서 가진 많은 느낌, 많은 경험, 많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내 머릿속에만 담고 있기에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적기 시작한다.


우선 하조도등대에 가기 위해서는 하조도로 들어가야 한다. 하조도의 관문은 어류포고, 어류포에 가기 위해서는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진도 팽목항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도로 들어가야 하고, 진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목포를 거쳐야 하고, 목포에 가기 위해서는… 그러고 보니 목포만 해도 여간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수도권에서 선뜻 내려가기 힘든 곳이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하조도등대는 저 끝에 있다. 에이~ 뭐 그럴까… 싶지만 하루에 몇 편 없는 팽목-창유(어류포) 간 배편과 어류포-하조도등대 간 차편을 고민하다 보면 지레 포기하고 말 걸? 차를 갖고 하조도로 들어가자니 목포까지 내려가는 것부터가 고민이고…….




팽목항에서 하조도로 들어가며 비가 오지 않음에 축복받은 줄 알았다. 잔뜩 낀 해무를 구름으로 착각하고, 구름은 당연히 키 낮은 섬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40 분 정도 탄 팽목-어류포 간 다도해 관통 배 위에서 내 눈에 띈 섬이라곤 근처 몇 개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때 알아채고 기대를 낮췄어야 했는데……. 나는 하조도등대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가 가진 기대가 너무 컸음을 깨달았고, 실망감이 나의 마음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배에서 내려 버스(Bus)를 타고 하조도등대로 향했다. 하조도가 그렇게 큰 섬이었나? 뱅글뱅글 도는 것도 아닌데 버스(Bus)가 한참을 달려 들어갔다. 버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어류포항과 남해의 풍경이 덜컹거리며 달리는 우리 버스의 재미를 한층 더해줬다. (*.히히히, 버스 왼쪽에 앉으세요. 바다가 보여요…^^) 그리 선명한 시야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 남해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날씨였다. 지금은 도로가 한창 공사 중이라 이렇게 덜컹거리지만 조만간 깨끗한 도로가 놓일 것 같다.



주차장에 내려 하조도등대까지 걸었다. 한 300 m 쯤 되려나? 경사 급한 오르막이 아니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길은 깎아지른 절벽의 옆구리를 찢으며 나 있었다. 아래로도 위로도 모두 절벽이었다. 바다와 암벽과 초목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줬다. 저 앞으로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하조도등대다. 이까지는 여행만 좋아하는 사람이 평생 처음 하조도에 발을 디디고, 하조도등대까지 무난히 간 여행 성공기이다. 지금부터가 실패기이다.





첫댓글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좋은 곳을 보았습니다. 팸이 아니고는 쉽게 가지지 않습니다. 그림같은 경치에 넋을 잃었습니다.
진도....여정은 풀어내도 내도 끝이 없을 거 같지요??? 열심히 메모하던 역마살님의 향학열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