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天台宗)의 개조(開祖)는 혜문선사(慧文禪師)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주로 선에 대한 관법을 익혔으며, 용수보살이 지은[중론(中論)]및 [대지도론(大智度論)]을 탐독하여 마침내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요결을 깨달았습니다.
제2조인 혜사(慧思;514-577)선사는 15세에 출가한 이래로 법화경을 비롯한 여러 대승경전을 독송하고 사방을 유행하여 선관(禪觀)을 닦았으며, 혜문선사를 찾아가 일심삼관의 요결을 배워 익혀 법화삼매(法華三昧)를 증득했습니다. 법화삼매의 본래 의미는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등 철저한 공관(空觀)을 증득하는 것이었지만, 혜사선사가 증득한 법화삼매는 근기가 뛰어난 보살이 방편을 버리고 부처님의 공덕을 닦는 궁극적인 실천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법화경안락행의(法華經安樂行義)]등 여러 권의 저술이 있었고, 지의(智의) · 혜명(慧命)등 여러 제자가 있었으나 그 법요(法要)를 전한 것은 천태지의(天台智의;538-597)입니다.
천태지의 스님
지의 스님은 양(梁)나라 말기의 난세에 부모를 잃고 18세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후 대현산(大賢山)에 올라가[법화경(法華經)], [무량의경(無量義經)], [보현관경(普賢觀經)]을 독송하였습니다. 23세 때 대소산(大蘇山)에 가서 혜사선사 밑에서 수행하였는데, 혜사선사는 지의스님과 자신이 옛날 영축산에서 함께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는 것을 들었던 지난날의 인연으로 이제 서로 다시 만났다고 말하며, 지의스님이 법기(法器)임을 알고 간곡히 가르쳐, 드디어 지의스님은 법화삼매를 성취하였습니다.
그 후 지의스님은 대소산을 내려와 금릉의 와관사(瓦官寺)에서[차제선문[차제선문(次第禪門)], [법화문구(法華文句)]등을 개강하고, 38세에 천태산에 들어가 고행을 하였는데 천태대사(天台大師)라는 칭호는 지의스님이 천태산에서 10여 년간을 머무른 데에 유래합니다. 진(陣)나라가 멸망하고 수(隋)나라가 들어서자 나중에 수 양제가 된 진왕 광(晋王廣)의 초빙에 의하여 그에게 보살계를 주고 지의스님은 지자(智者)라는 칭호를 수여 받았습니다.
나중에 고향인 형주(荊州)로 돌아가 옥천사(玉天寺)를 창건하고 거기에서[법화현의(法華玄義)], [마하지관(摩詞止觀)]등을 강설하였습니다. 그후 천태산에서 지내다 진황 광의 초청에 의하여 다시 하산하다가 도중에서 병을 얻어 입적하였으며, 입적 후에 진황의 원조를 얻어 천태산에 국청사(國淸寺)가 창건되어 이후 천태종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천태스님이 남긴 많은 저서 가운데, 천태교학의 지침서인 [법화문구], [법화현의], [마하지관]을 천태3대부라 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그의 제자인 관정(灌頂)이 수치(修治)한 것입니다. 그 외에 [관음현의(觀音玄義],[관음의소(觀音義疏)],[금광명현의(金光明玄義)],[금광명문구(金光明文句)],[관경소觀經疏)]의 5소부(五小部)와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차제법문(次第法門)],[사교의(四敎義)]등이 있습니다.
천태스님의 제자로는 30여 명이 있었으나 그 교학을 후세에 전한 것은 장안 관정(章安灌頂;561-632)이며, 이 계통의 문하에서 천태의 교학이 전승되다가 당나라 때 흥기한 법상종 · 화엄종 · 선종의 세력에 압도되어 종세가 약화되고 맙니다. 그 뒤에 당 말기에 활약한 형계 담연(荊溪湛然;711-782)에 의해 천태종이 일시 중흥하였으며, 송(宋)나라 때에는 화엄종의 영향을 받아 천태종 내에서 유심론(唯心論)에 대한 논쟁이 생겨 산가파(山家派)와 산외파(山外派)로 분류되어 산가파의 사명 지례(四明知禮;960-1028)계통이 번창했습니다.
오시팔교
천태종은 일반적으로 화엄종과 함께 중국불교 교학의 최고 수준으로 불리는데, 그 교학은 교(敎)와 관(觀)의 두 부문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교(敎)는 교판(敎判)과 교리(敎理)로 구성되었습니다. 천태종의 교판(敎判)은 남북조시대에 도생(道生) · 혜관(慧觀)등 소위 남3북7(南三北七)의 열 명이 세운 교판을 연구하여 자기네의 교판을 수립하였는데, 그 교한은 오시팔교(五時八敎)입니다.
오시는 불교의 모든 경전을 부처님이 설한 다섯 시기의 순서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첫번째가 화엄경을 설한 화엄시(華嚴時)이고, 그 다음은 차례대로 원시경전인 [아함경]을 설한 아함시(阿含時)또는 녹원시(鹿苑時)그리고 [유마경] · [승만경]등 일반 대승경전을 설한 방등시(方等時), 다음은 여러 가지 [반야경]설한 반야시(般若時)이며,맨 마지막이 [법화경]과[열반경]을 설한 법화열반시(法華涅般時)입니다.
팔교 - 화의사교(化儀四敎)와 화법사교(化法四敎)
팔교는 화의사교(化儀四敎)와 화법사교(化法四敎)를 합한 것입니다. 화의사교는 설법의 방식에 따라서 모든 불교를 돈교(頓敎) · 점교(漸敎) · 비밀교(秘密敎) · 부정교(不定敎)로 나눈 것입니다. 돈교는 청중의 근기를 구별하지 않고 바로 원교의 깊은 뜻을 일시에 널리 설한 법문이며, 점교(漸敎)는 근기를 감안하여 그것에 적합한 방편을 사용해서 점차 성숙시키는 법문입니다. 비밀교는 설명의 형식이 규칙적이지 않으면서도 여래가 몸 · 입 · 마음을 비밀히 구사하여 자재하게 중생을 제도하는 법문이며, 부정교는 법화경 이전의 설법에서 여래의 법문을 듣고 청중이 근기에 따라 각각 달리 이해하는 법문입니다.
화법사교는 설법의 내용에 따라서 장교(藏敎) · 통교(通敎) · 별교(別敎) · 원교(圓敎)로 구분한 것인데, 천태학에서 특히 중시하는 것이 이 화법사교입니다. 장교는 소승교로 소승의 경 · 율 · 논 삼장이 여기에 해당하며, 통교는 성문 · 연각과 보살의 삼승에 공통하는 대승의 첫 단계로 주로 반야경전이 해당합니다. 별교는 오직 보살만이 상응하는 가르침으로 원교와는 달리 차례로 법을 닦으며, 원교는 모든 교설 중에서 가장 수승한 것으로 삼제원융의 실상을 설하는 법화원교의 법문을 말합니다. 이 오시팔교 가운데 화의사교의 팔교를 정확히 한 것은 천태스님의 제자인 관정이라고 합니다. 어찌됐든 천태종에서는 오시팔교의 교판을 세워서 천태스님 이전의 교판에서는 다소 경시되었던 법화경을 가장 수승한 법문이라고 선언하여 법화경 중심의 사상을 주장한 것입니다.
제법실상-일념삼천
천태종의 교리(敎理)는 전반적으로 제법실상(諸法實相)을 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법실상이란 중론의 삼제게(三諦偈)에 있는 공(空) · 가(假) · 중(中)의 삼제에 의하여 표명되는 것으로, 천태종에서는 이 삼제게를 보다 원융적으로 해석합니다. 즉 인연으로 생겨난 일체법이 그대로 공이고 가(假)이고 중(中)이면서, 공 가운데에 가와 중이 있고 가 중에 중과 공이 있는 등 삼제가 즉공(卽空) · 즉가(卽假) · 즉중(卽中)이 되어 원융삼제(圓融三諦)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원융삼제는 일체의 모든 법이 본래 그러하여 자연히 갖추어진 것이므로 일경삼제(一境三諦)라고도 합니다.
이 제법실상의 도리를 분명하게 표명하는 천태교학으로 일념삼천(一念三千)이 있습니다. 이것은 한 생각 속에 삼천 가지의 법이 구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삼천이란[대지도론]과 [화엄경]에서 설하는 지옥 · 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천인 · 성문 · 연각 · 보살 · 부처의 십계(十界)와, 법화경에서 설하는 여시살(如是相) · 여시성(如是性) · 여시체(如是體) · 여시력(如是力) · 여시작(如是作) · 여시인(如是因) · 여시연(如是緣)여시계(如是界) · 여시보(如是報) · 여시본말구경(如是本末究竟)등의 십여시(十如是), 그리고 [대지도론]에서 논하는 오음세간(五陰世間) · 중생세간(衆生世間) · 국토세간(國土世間)의 삼종세간(三種世間)을 곱한 것입니다.
즉 심계(十界)의 각각이 다시 10계를 구비하여 십계호구(十界互具)의 100계가 되고, 1계가 또한 각각 10여시를 구비하여 천(千)이 되며, 이들이 모두 삼종세간을 갖추므로 결국에는 삼천(三千)이 됩니다. 이러한 일념삼천설은 제법이 본래 즉공 · 즉가 · 즉중의 묘법이므로 만법이 모두 원융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담연의 성악설
그리하여 천태종에서는 담연(湛然;711-782)에 이르러서 화엄학의 성기설(性起說)에 영향받아, 하나의 색(色)이나 하나의 향(香)이 모두 본래 선악(善惡)의 삼천 가지 제법을 갖추었다는 성구설(性具說)을 주장하였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악설(性惡說)까지도 말하게 되었습니다. 대개의 불교 종파에서는 다만 성선(性善)을 설하지만 유독 천태학에서 성악(性惡)을 설한 것입니다.
그 뜻은 설사 지옥 중생일지라도 지옥의 성품은 물론 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천인 · 성문 · 연각 · 보살 · 부처의 덕성을 갖추고 있으며, 부처님이라 하여도 지옥 · 아귀에서부터 보살 · 부처까지 성품을 지니어 아무리 위대한 성인이고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비록 행위로서의 악은 단절했지만 성품으로서의 악성은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같은 성악설은 천태종 내부에서는 물론 화엄종에 의해서도 거센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천태종의 성악설이 의도하는 본 뜻은, 수도하는 이로 하여금 일체의 자행(自行)과 화타(化他)의 원인이 각자가 구비한 덕성에 내재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려는 현실주의적인 사고에 근거한 교설이라 하겠습니다. 중생의 성품은 본래 진여법성(眞如法性)과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순간마다 그 마음속에 부처의 세계가 생기기도 하고 지옥의 세계가 전개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일심삼관 - 지관(止觀)
천태종의 교리와 병행하여 거론되는 실천적인 관법(觀法)으로는 일심삼관(一心三觀)이 대표적입니다. 일심삼관이란 일심(一心)의 위에서 삼제가 원융함을 관하는 것이니, 곧 일상의 한 마음 가운데 삼천 가지의 제법을 구족하여 즉공 · 즉가 · 즉중임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관법으로서 일심삼관을 관하는 것은, 처음부터 실상을 관하여 마음을 법계에 두고 하나의 색 하나의 향이 중도 아님이 없고 진실 아님이 없음을 관하는 것이니 이러한 천태종의 관법을 원돈지관(圓頓止觀)이라 합니다.
천태종에서는 실천적인 수행도를 지관(止觀)이라 부르는데, 이 지관법에는 점차지관(漸次止觀) · 부정지관(不定止觀) · 원돈지관(圓頓止觀)의 세 가지가 있으며, 이것은 혜사선사의 세 가지 지관을 전해받은 천태스님이 완성한 것입니다.
점차지관은 여러 가지 선관을 처음에는 얕고 나중에는 깊이 닦는 것으로 삼승이 함께 닦는 관법이며, 부정지관은 관법을 행함이 앞뒤가 일정하지 않고 그 행상도 불규칙하니 점교 · 돈교의 관법을 말한 것입니다. 원돈지관은 법화원교의 관법을 말하는데 이 원돈지관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사종삼매(四種三味)와 십승관법(十乘觀法)이 있습니다.
원돈지관-사종삼매와 십승관법
사종삼매는 신행(身行)의 구별에 따라 선종의 종류를 상좌삼매(常坐三昧) · 상행삼매(常行三昧) · 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 · 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의 네 가지로 나눈 것인데, 이 사종삼매는 반야경 · 반주삼매경 등 법화경 이외의 여러 경전이 설하는 삼매의 법문을 포함합니다.
십승관법은 부사의한 일념삼천의 사상을 의미하는 부사의경(不思議境)을 관하는 관부사의경(觀不思議境)을 비롯한 기자비심(起慈悲心) · 교안지관(巧案止觀)등의 열 가지 관법입니다. 이들 가운데 최초의 관부사의경 이외에는 모두가 여러 대소승의 경론에서 설한 것이므로 결코 천태지관만의 독특한 관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 십승관법 중에서 처음의 관부사의경이 일념삼천의 도리를 관하는 가장 중요한 관법이며, 그 밖의 나머지는 이 관법을 완성하기 위한 보조관법이라고 말해집니다. 사종삼매와 십승관법의 구별을 논하자면 사종삼매는 십승관법을 닦기 위한 방편이고 보조연이며, 십승관법은 바로 법화원교의 사상을 관하는 정식 수행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