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몸무게가 75k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점차 몸무게가 늘어 90k를 상회했다.
하지만 나는 별로 힘들어하지는 않고 일상 훈련에도 별 탈없이 견디어 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부대간 "격구시합"이 벌어졌다.
군대에서의 "격구"라는 것은 원칙도 없고, 규칙도 없는 참가 인원이 한쪽 50여명씩 하는 경기다.
공을 들고 들어가도, 반대로 들어가도, 무조건 공이 골대를 통과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경기다.
그러다보니 점차 난폭한 경기가 된다.
나는 지속적인 달리기에는 자신이 없기도 하고 또 그렇게 오래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단거리 달리기에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을 아는 중대장은 내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중대장 옆에 대기하고 있는게 내 임무다.
그러다가 상대방 선수 중 특별난 친구가 있으면 중대장이 내게 손짓을 한다.
"이병장! 저~기 저놈."
그말이 끝남과 함께 나는 연병장 안으로 전력 질주를 한다.
그친구가 공을 가지고 있건 말건 상관이 없다.
90k가 넘는 체구로 전력질주를 하여 그 친구와 부딫치는 것이다.
나는 알고 하는 행위이기에 상관없지만 상대방 친구는 붕~ 떠서 날라간다.
결과는 경기에 참가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래도 반칙이 아닌 정말 어이없는 경기다.
김신조 침투이후 "무장경기"라는 훈련이 생겼다.
20k군장을 짊어지고 부대앞에서 "화전역"(花田驛)이나 "수색역"(水色驛)까지 달려서 갔다 오는 경기다.
개인의 빠르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단체로 출발하여 마지막 선수가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하는 경기다.
즉, 혼자만 잘해서 되는게 아니라 약한 전우를 부축해 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달리기에는 자신이 없지만 나보다 더 약한 병사가 있어 그들의 총을 대신 받아들고 뛰었다.
총 몇정을 안고 달리는데 (당시는 그곳이 비포장 도로였다) 왼발이 돌틈을 밟으면서 휘청! 나둥그러 졌다.
겨우 일어나 결승점까지는 왔지만 다리를 절며 귀대를 했다.
의무대를 가니 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육군병원에를 갔는데 몇번 만져보더니 이상이 없단다.
의무중대장이 다시 검진을 해보더니 일반병원으로 가 보라고 주임상사에게 알려준다.
결국 이틀의 외박증을 가지고 을지로 "접골원"엘 갔더니 왼쪽 다리 전체를 기브스를 해 준다.
덕분에 사귀던 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왔다.
본의아니게 사귀던 여자는 집에 결혼상대로 인정되는 촌극을 벌리게 됐다.
귀대 해서도 근 한달은 움직이지 못해 편하게 지냈지만 결국 몸무게만 더 늘어나게 됐다.
지금도 왼쪽 무릎은 그 여파로 무리한 운동을 하면 무척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