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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관련정보 스크랩 제주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김창집 추천 0 조회 26 10.03.01 00: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마지막 날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 다녀왔다. 앞서 이틀간은 바빠서 못 갔는데, 아침부터 날이 맑아서 ‘오늘은 불이 제대로 타겠구나.’ 기대하면서 2시에 모여 현장으로 가서 노하우를 살려 차를 대어 두고, 맞은편에 있는 괴미오름(불돌아진오름)과 동물오름에 올라 몸을 풀었다. 4시가 넘어 들어가면서 보니, 더러는 자리를 비웠고, 차에다 짐을 싣는 곳도 있다.


 그러면 가운데로 가서 행사의 내용을 대충 살피려 가는데, 입구 애월읍주민자치센터 천막에서 아는 선배가 불러 들어가 막걸리 한잔을 받고 나와 일행들과 돼지고기 삼겹살 구운 것을 한동안 얻어먹고, 들어가며 게웃젓(전복 내장으로 만든 젓)과 막걸리도 얻어먹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다가 아무래도 저녁을 먹어둬야겠기에 음식점으로 들어가려니,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행사와 다른 점은 외국인이 많이 보인다는 점과 인파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음식점을 거의 돌아 합석까지 하면서 돼지 아강발과 보말칼국수를 막걸리에 마시고 나왔다. 날이 좀 추웠으나 막걸리 힘으로 버티면서 달집태우기와 오름 생성과정을 묘사하는 불꽃 쇼를 즐기고, 빨리 후퇴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면서 불꽃과 공연을 지켜봤다. 비가 온 뒤라서 오름은 잘 타지 않았으나, 그런대로 멋있는 휘날래였다.  

      

 

 첫째 날은 ‘평화와 번영의 제주, 무사안녕과 행복기원’을 주제로 한 제14회 제주정월대보름들불축제는 개막선언, 제주신화와 경인년, 호랑이를 주제로 한 개막 퍼포먼스로 시작된 축제는 3일간 행사장을 밝혀줄 성화가 점화되면서 개막축하행사가 펼쳐졌고, 관람객들이 직접 횃불을 들고 행사장을 돌며 소원을 기원하는 횃불대행진이 이어졌다.

 

 둘째날은 제주고유의 초가집을 잇는 전통 민속인 집줄 놓기 경연과 제주전통놀이인 넉둥베기(윷놀이) 경연으로 참가자, 관람객 모두가 즐기는 마당이 되었다. 무대에서는 풍류 한마당이 펼쳐지고, 이어 읍면동 음악잔치로 한데 모여 화합과 상생을 노래했다. 들불축제의 핵심주제 중 하나인 말(馬)을 중심으로 한 마상마예공연, 횃불대행진, 불꽃쇼 등이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마지막 날에는 제주고유의 성년의식을 소재로 듬돌들기 체험행사로 시작되고, 청소년들의 끼를 발산하는 ‘어울림 한마당’, 국내외 교류도시 축하공연,  빛나는 새별오름을 테마로 폐막주제공연이 펼쳐져 관람객 모두의 한해의 무사안녕 메시지가 전해지고 횃불 점화와 대형달집으로 이동 후, 화산이 터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화산분출 쇼, 대형달집점화와 동시에 새별오름 불놓기, 소원기원 띠 태우기 등 순으로 끝났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소원기원 소지달기, 가훈 써주기, 올해의 운세코너, 잔디썰매장, 사랑의 역마차와 새별, 이달오름 등반체험 등이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운영되었다. 또한, 향토음식점, 제주명품홍보관, 특산품전시판매, 다문화 음식 체험 코너, 정월대보름 테마(팥죽, 부럼 등) 코너, 민속시장 등이 함께 운영되어 관광객들에게 풍성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큰잔치는 막을 내렸다.



 

♧ 들불축제 - 김정파

  -- 정월대보름 제주 들불축제


   1.


정월(正月) 대보름!

오늘 우리는,

동방(東方)의 아름다운 섬, 제주 섬이

신선(新鮮)한 정열(情熱)을 다시 태우기 위하여

은하가 뻗어가는 영산(靈山) 한라의 기슭에

소망(所望)의 불씨를 안고 오순도순 모였습니다.


시원(始原)의 푸른 말씀을 가슴깊이 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대의 들녘에

평화(平和)의 기도(祈禱)로 모였습니다.


서로 손에 손을 잡은 미래 꿈의 성냥 알로,

도둑 거지 대문 없는 전통(傳統)의 부싯돌로,

삼무도(三無島)! 그 언약(言約)의 들판에 정열(情熱)의 불씨를 당깁니다.


-방화선(防火線)안 곳곳에 뿌려지는 불의 씨-

지순한 소망의 불씨들이

이웃에 이웃을 깨우고 번지며 기세 좋게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어스름한 인간들의 안과 밖을 모두 비추며

영광(榮光)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름 산과 그 들판을 통째로 태우는 장엄(莊嚴)한 열기(熱氣)가

차가운 겨울하늘을 서서히 데워내기 시작합니다.


 

오!  저!

장엄(莊嚴)한 오름 불바다!


불보다 더 불을 뿜는 탄성(歎聲)들,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한 채

불붙은 하늘로 쏘아 올리는 눈빛! 눈빛들,


타닥! 타닥!  휘이익!

불 바람 휘도는 천지간(天地間)의 함성(喊聲),

하늘의 불길에 녹아나는 온갖악령들이 발악!

서늘히 가슴 가슴에 녹아내리는 응어리,

해묵은 체증들.


방목(放牧)하는 자유(自由)의 들판에서

풀대의 둥치에 숨어

어진 가축의 피를 빠는  진드기, 벌레 알들,

해묵은 그루터기를 모조리 태웁니다.

본시, 열매가 없는 억새풀에, 버젓이 억새의 열매인 양

가짜 열매 속에 우글우글 숨어 위장하는

벌레 알 같은!

사회악(社會惡)의 병원균을 모조리 태웁니다.

부정(不正)의 알

부패(腐敗)의 알

부조리(不條理)의 알

무능(無能)과 어리석음의 알들도

모조리 쓸어 모아 태웁니다.

묵은해를 사려 태우고 해묵은 구각(舊殼)을 용암(鎔巖)처럼 녹입니다.


 

상처(傷處)입고 응어리진 가슴속에

혹시라도 숨어 있을

내 마음속의 가시들.


미워하는 마음, 분노(憤怒), 증오(憎惡) 같은 나 스스로를 찌르는 마음

절망(絶望)이나 좌절(挫折) 같은 나약한 마음!

시의(猜疑), 배타(排他), 헐뜯음 같은 비겁(卑怯)한 마음!

과욕(過慾)이나 성냄 등, 오히려 나에게 독소(毒素)로 작용하는

내 마음속의 병원균(病原菌)들도 탈탈 털어 하늘의 불길에

활활 태워 날립니다.


바닷길로 날립니다!

하늘 길로 올립니다!


찬 겨울이 뿌지직 뿌지직 타는

요원(遼遠)의 불길 앞에

온갖 악령(惡靈)과 질병(疾病), 재앙(災殃)의 씨들이 새카맣게 재가 되어 갑니다.

번뇌(煩惱)의 끈이 싹둑 잘려 나갑니다.


 

   2.


타고난 섬, 야무진 그루터기엔 새살이 돋고

비워진 우리들의 가슴속엔

평화로운 숨결이 박동치리니,

달님이여! 보이나이까!


풍요(豊饒)의 달님 !

잉태(孕胎)의 달님!

시대의 변방, 제주 섬에 피우는

평화(平和)의 화톳불이 보이나이까?


지순(至純)한 정열(情熱)이 타는  이 야성(野性)의 들판에서

제주 섬이 부르짖는

들불 함성이 들리나이까 !


인류(人類)의 염원(念願),그 평화이념이 뚜렷이

이 섬의 지형형상에 시각화(視覺化) 되어

지형(地形)암호(暗號)로 새겨져 있는 제주 섬.

생명(生命)과 사랑과 자유(自由),그리고

그 상생(相生)과 조율(調律)의 뜻이 조화롭게 물결지어 흐르는

신(神)들의 고향, 제주 섬.

이 세계인의 이어도에 피우는

당신의 모닥불이 보이나이까!


 

악령(惡靈)도 질병(疾病)도 온갖 재앙(災殃) 물러가라!

안녕(安寧)과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들불 놓기.

평화(平和)와 안전(安全)을 기원하는 들불축제.

우리들이 들불염원이

그리운 당신의 가슴속으로 번지나이까!

 

푸른 바다 넘실대는 이 섬의 불빛 정열 앞에

수평선(水平線) 꽃 레이스를 두르며

유람선(遊覽船) 불빛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흑, 백, 황색인들이,

서로 다른 민족들이,

색깔 다른 발자욱도, 높고 낮은 목소리도, 모두다

자랑처럼 아름다운 그들의 나라들을 짊어지고

둘레둘레 모여들고 있습니다.


밝은 달님! 어지신 달님!

애틋한 가슴속에 소망(所望)의 소지를 살라

하늘 길로 올리나니!


적(赤)청(靑)황(黃)흑(黑)백(白)의 오색 창연한

이어도의 불빛을 굽어보소서!


 

삶에 그을리고

가끔은 상처(傷處)도 입었던

우리들 가슴속에 밝은 웃음 주소서!


이 섬에 풍요를!

이 나라에 안녕과 국운(國運)을 주소서!

색깔 다른 저 어진 나라들에게, 진정!

화합(和合)과 평화(平和)를 안겨 주소서!


지구별 창조(創造) 이념(理念)을 지형(地形)에다 새겨놓은 제주 섬.

이 섬의 정열을 태우는 들불염원은

영원(永遠)히 꺼지지 않으리니,


 

오라! 

답답한 이여! 이곳에 오라!

버릴 것 버리지 못하는 자,

태울 것 태우지 못한 자.

제주로 훌쩍 오라!

파도치는 가슴, 목 놓아 울부짖는, 이 제주의 해역(海域)에 오라!

사랑을 다짐하는 원앙(鴛鴦)들도,

영험(靈驗)의 씨앗을 싹틔우려하는 이도, 모두다!

자유로운 영혼(靈魂)이 능선(稜線)에 물결지어 흐르는

오름왕국 제주로 오라!

오르리라! 닿으리라!


삶에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쉬어가고 싶은 자,

영혼(靈魂)의 정비소(整備所)가 깃발 치는 제주로 오라!


시원의 푸른 말씀 성성히  타오르는

들불 함성을 몸으로 확인하는 자,

생각만 해도 그 가슴에 응어리는 다시  없 으 리!

오름 산 불덩이같이 밝은 운은! 트이리니!!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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