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버락 오바마 자서전

[앨리사]

오바마 자서전 중 자신이 직접쓴

특히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이야기들이 담긴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읽었다.

오바마는 책에서 밝히기를 친아버지를 만난 것은 10살때 단 한번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제목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다.

그는 미국에 유학온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흑백 혼열로 태어났지만, 어릴적 아버지가 떠난 이후로

어머니와 함께 외가가 있는 하와이에서 성장한다.

이후 어머니가 인도네시아 남자와 재혼하여 유년기는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하기도 하며

흑백 인종의 결합에 인도네시아까지 더해지며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함 속에 자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이런 인종과 문화적 혼란 속에서 자란 오바마가

결국은 아프리카 흑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며

그러나 흑인으로서의 험난한 역사를 딛고 일어서기에 실패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딛고

자신만의 자아찾기를 하는 한편의 성장 소설같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미국인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명연설과 자신감에는

이토록 치열한 자아탐구와 시카고 흑인 빈민지역에서 흑인 공동체를 이루며 다져진

그만의 내공이 빛을 발한 것이었다. 무릇 이 세상에는 저절로 빛나는 이는 없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한국인으로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으니

치열한 흑백 인종싸움 사이에서 가족들 모두가 매일 16시간씩 주 7일동안 일해가며

어느쪽에도 속하지않지만 자신들만의 꿋꿋한 삶을 이어가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였다.

흑인들의 거대한 좌절의 흐름 속에서도 절대 그 엄청난 좌절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한인들.

그들의 이야기가 어떤 면에선 더 아프게 다가온건 어찌할 수 없는 핏줄인듯하다. 오바마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핏줄말이다.

그러면서 한편 인종차별이란 것이 얼마나 처절히 기득권층에서 피지배층을 계속해서 지배하기 위한 통치방식인지, 한편 거기에 나도 모르게 물들어 가는 피지배계층의 덧없음이 슬펐다. 그래서 오바마의 승리는 더욱 값진 의미를 띄는거겠지. 흑백 양쪽 계층에 던지는 메시지가 다른 의미로 강렬할테니 말이다.

끝으로 로마제국이 멸망할 때 기득권층에선 이전보다 실력이 부족한 리더가 탄생하는 반면, 반기득권층에서 탁월한 리더가 나타난다. 이걸 현재 미국에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반기득권층의 탁월한 리더,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는가하면, 뒤를 이어 다시 권력을 쟁탈한 백인 기득권층 인물이 여러가지 면에서 이전 기득권층들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트럼프이다. 아메리카 제국도 붕괴가 시작된걸까..? 거시 문명사측면으로 볼때 50년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니, 앞으로 미국이 분열 혹은 몰락하기에는 지금부터 또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아직까지 미국이란 국가적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여기에는 아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국이란 거대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이름없는 수많은 오바마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 강대국들 모두가 보수정권을 탄생시키며 우향우를 향하는 이 즈음

유달리, 그것도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교체를 우린 한국인들이

세계 정치사에서 관심을 쏟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때문이란 생각이다.

중요한건, 그래서 한국과 미국이 지금부터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지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의 위대한 리더뿐만이 아니라

위대한 리더를 탄생시킬 수 있는 성숙한 시민, 한사람, 한사람에 의해서임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검은 진주와도 같은 존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