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겹삼잎국화
긴 장마를 견딘 키다리 나물이 노란 꽃송이를 피웠습니다.
겹삼잎국화지요. 장독대 옆 한갓진 터에 뿌리를 내린 이 식물은 들여다볼수록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아련한 옛 생각을 불러내 떠나고 없는 얼굴들을 꽃송이마다 투영시킵니다. 꽃대가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차례로 소환되는 어머니와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그들의 환생은 어김없이 맛과 향기로
버무려집니다. 구수한 된장과 고소한 들기름이 어우러진 나물무침! 겹삼잎국화라는 본 이름을 두고
키다리 나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잠든 아이의 손마저 빌려야 하는 농번기. 모내기와 씨앗 파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 시기엔
밥을 짓고 반찬을 조리하는 것조차 사치스럽습니다. 예고 없이 손님이라도 닥치면 난감할 따름이지요.
이때 소박하나마 한 끼 밥상을 차리게 했던 나물이 겹삼잎국화였습니다. 은은한 향과 나긋나긋한
식감으로 쌈이나 겉절이로 먹을 수 있고, 살짝 데쳐 무치면 파릇한 기운이 넘쳐났지요. 쫄깃한 잎줄
기에 들기름과 소금 간으로 마늘 넣어 깨와 무치면 입안 가득 봄기운이 퍼졌습니다.
대를 이어 족보(?) 없이 전해지던 맛이 식품 원료로 인정된 해는 2021년. 농진청과 식약처는 2018년
부터 2년여 동안 겹삼잎국화의 특성과 영양, 독성 평가에 이어 유통과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제조 방법 표준화와 안전성 심사를 거쳐 겹삼잎국화(어린잎과 줄기)를
식품 원료로 인정했지요. 식약처는 “탄수화물 44%, 조단백질 31%, 조지방 6%, 무기질 11% 등 고른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고, 특유의 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가 소득작물에 당당히 포함된 것이지요.
다년생으로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키다리 나물은 병충해에 특히 강합니다. 여기에 ‘먹는 나물’이라는
족보까지 챙겼으니 그 쓰임이 넓어지겠지요. 민간에서는 골다공증 예방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식물로 전해집니다. 식물체 내에 칼슘과 칼륨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즈음, 옛집을
찾거나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날 때 어김없이 만나는 겹삼잎국화. 기다림과 행복, 평화라는 꽃말이
말해주듯 고향 어디쯤에선가 누군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란스러운 세상 뒤로
하고 어서 오라며.
<강병로 전략국장-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