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요란한 봄 쫓다가 고요히 쉬고 싶을 때면 장흥이 떠오른다. 장흥의 봄은 꽃보다 사람이 넘치는 여느 곳과 사뭇 다르다. 노란 유채꽃이 바다를 향해 가만히 일렁이고, 산이 숨겨놓은 야생 차밭에는 어린 연둣빛이 번져간다. 초록이 더해가는 편백숲은 가슴 깊은 곳까지 맑은 바람으로 채워준다. 꽉 막힌 출근길도, 답답한 빌딩 숲도 까마득히 잊힌다. 한없이 머물고 싶은 장흥의 봄날이다.
장흥여행 코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장흥의 봄
비자림 숲과 야생 녹차가 내어준 녹색길, 보림사·청태전 티로드
보림사는 통일신라 말 헌안왕(860년경) 때 원표대사가 터를 잡았다고 전해오는 천년고찰이다. 절에는 소중한 유물이 많다. 장흥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및 석등, 장흥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국보 2점을 비롯해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탑과 보림사 보조선사탑비, 장흥 보림사 동 승탑과 장흥 보림사 서 승탑 등 보물 6점을 보유하고 있다 보림사는 대단한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절이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정겹고 편안한 절집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천년이라는 세월의 더께가 소복이 쌓였다. 절 마당의 약수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한국자연보호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한 약수다. 보림사 여행은 약수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랜 다음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림사 뒤, 비자나무 숲에는 500그루가 넘는 비자나무가 자생한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받았다. 비자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 ‘청태전 티로드’다. 청태전은 장흥에서 나는 발효차 이름이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오는 역사 깊은 차로, 장흥의 자랑이다. 길은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다. 햇살마저 드문드문 들어올 정도로 빼곡한 비자나무 아래 야생 차밭이 무성하다. 그 사이로 난 오솔길에는 비자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가득하고, 새로 돋는 찻잎들이 고운 연둣빛을 일렁인다. 군데군데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차향과 비자나무의 향을 맡으며 쉬엄쉬엄 걷기 좋다.
- 주소 :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보림사로 224
- 문의 : 061-864-2055
- 이용시간 : 상시
세월의 더께가 소복한 절집
가장 먼저 반기는 외호문
국보 제44호인 장흥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석등을 비롯해 대단한 국보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강바람 불어오는 맑고 고운 정원, 탐진강 생태습지원
장흥은 물의 고장이다. 그 중심에 탐진강이 있다. 장흥 한가운데를 흐르는 탐진강은 해마다 장흥물축제가 펼쳐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장흥읍 평화교에서 부산교까지 4.92km에 이른다. 장흥대교 아래 탐진강 둔치에 생태습지원이 있다. 무려 1만3130㎡(4000여 평)의 넓은 자연형 하천공원이다.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생태관찰로, 지압로가 차례로 반긴다. 때론 강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강물 위로 번져가는 연꽃잎이 푸른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꽃잔디가 활짝 핀 정원과 작은 유채꽃밭은 셀카(셀피) 삼매경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군데군데 마련된 정자는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맑은 강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강물에 반짝이는 햇살이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넓은 강에 놓인 징검다리는 정겹다. 커다란 돌로 튼튼하게 놓여 있어 안심하고 건너도 좋다. 한발 한발 징검다리를 디딜 때마다 졸졸졸 물소리가 즐거움을 더한다.
- 주소 :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건산리 774-2
- 문의 : 061-860-0224(장흥군 문화관광과)
- 이용시간 : 상시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탐진강 변
깨끗한 강물과 따스한 햇살에 쉬어가기 좋다.
맑은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들
수직으로 쏟아지는 초록 향기,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장흥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향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닿는 정남진이다. 이곳 장흥이 웰니스 여행지로 첫손에 꼽는 이유는 세상에서 지친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편백숲이 있어서다. 억불산 자락에 자리한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100㏊에 이르는 편백숲을 자랑한다. 수령 50년이 넘는 아름드리 편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엄마 품처럼 아늑한 힐링공간에는 산책로와 숙박시설은 물론 편백소금찜질방과 치유 프로그램, 목공예 체험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치솟은 편백이 빼곡하다. 편백 사이로 웰빙산책로, 편백톱밥산책로, 사랑의 오솔길 등 아름다운 산책로가 많다. 그중 편백톱밥산책로는 맨발로 걸으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편백을 느끼게 된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사색의 숲’으로 가는 길은 하늘데크로 이어진다. 편백의 허리쯤에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하늘데크는 우드랜드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데크길이 끝나고 사색의 숲으로 들어서면 짙은 편백 향이 반긴다. 사색의 숲 안에는 몸을 누일 수 있는 나무침대와 해먹이 설치되어 있다. 숲에 누우면 알싸한 편백 향에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사색의 숲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말레길이다. ‘말레’는 한옥 대청마루를 뜻하는 장흥의 사투리다. 대청마루는 식구들이나 손님들이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던 공간이다. 말레길 역시 함께 걷는 동안 허물없이 소통하고 행복을 재충전하자는 뜻이 담겼다. 편백숲의 효능을 좀 더 세심하게 느끼려면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짚신을 신고 짝꿍과 서로 번갈아가며 눈을 감고 숲길을 걷다 보면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더 크게 다가온다. 편백은 일반 수목에 비해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5배 이상 내뿜는다. 이곳의 숙박시설이 인기 많은 이유다. 황토흙집, 나무집, 한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었는데, 어느 집이든 편백숲에 둘러싸였다. 소금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는 편백소금찜질방도 인기다. 천연 소금으로 만든 동굴부터 소금마사지방, 편백반신욕방, 황토방, 편백효소톱밥찜질방 등 이색공간이 많다.
장흥에는 특별한 전통차가 전해온다.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고유 발효차 청태전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배앓이를 할 때도 우려 마셨고, 타지에 갈 때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사랑받던 차다. 조선시대 숭유정책과 함께 쇠퇴기를 겪게 되고,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급격히 쇠락해 명맥이 끊어지는 듯했다. 보림사 주지스님을 지낸 조성호 옹이 전통방식으로 마셔오던 청태전을 평화다원 김수희 대표에게 전수한 것은 2001년. 옛 맛과 향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결과 2008년 세계녹차콘테스트에 참가해 ‘최고금상’을 수상했다. 장흥에는 청태전을 마실 수 있는 다원이 여러 곳 있다. 평화마을에 자리한 평화다원은 청태전 보급의 일등공신인 김수희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청태전을 마시면 차향은 더 은은하고 차의 색은 더한층 맑게 느껴진다.
하늘빛수목원은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하나의 힐링 메카다. 장흥읍과 용산면 경계에 있는 함지봉 아래 들어선, 정원과 편백숲이 빼곡한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해마다 봄이면 튤립축제가 열려 20만 송이의 튤립이 수목원을 뒤덮는다. 튤립이 져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튤립이 진 자리마다 야생화가 앞다투어 피고, 꽃보다 눈부신 신록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진다. 생태연못에는 비단잉어와 송어가 반긴다. 편백숲은 수목원의 심장이다. 나무 사이로 걷다 보면 싱그러운 편백 향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승마용 말은 이이들에게 인기다. 승마 체험과 말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드높다. 야외 결혼식장과 글램핑장, 카페까지 마련되어 있다. 하늘빛수목원이 문을 연 것은 2014년. 하지만 수목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무려 21년 전이다. 나무를 좋아해서 무작정 시작했다는 주재용 대표는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충전소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며 모자와 장갑을 챙겨 종종 걸음으로 사라진다. 그의 수목원 가꾸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청준 선생은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에서 선학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한 마리 학으로 물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날아오르는 학의 품 안에 안겨진 마을인 셈이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관음봉 아래 자리한 마을은 아늑하다. 득량만 바다를 향해 층층이 다랑논이 어우러진 풍경은 봄이 압권이다. 논과 밭은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이고, 유채꽃밭 아래로 득량만 바다가 푸른 배경을 드리운다. 유채꽃밭 가운데 작은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전국 사진작가들 사이에도 이름난 풍경이다. 노란 유채꽃과 쪽빛 바다는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원작이 ‘선학동 나그네’다. 마을 제방에는 영화 세트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을이면 하얀 메밀밭으로 변신해 눈이 내린 듯한 하얀 메밀꽃 풍경이 바다와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매년 10월이면 메밀꽃축제도 열린다.
- 주소 :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회진리 200
- 문의 : 010-3646-5637(이장님)
- 이용시간 : 상시
유채꽃 노란 물결 너머에 득량만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전국 사진작가들 사이에도 이름난 풍경
유채꽃 사이로 걷기 좋은 탐방로가 이어진다.
장흥의 산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정남진 전망대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정동 방향에는 강릉 정동진이, 정서 방향에는 인천 정서진이 있다. 그리고 정남향이 장흥 정남진이다.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정남진 전망대는 장흥의 바다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포인트다. 전망대에 오르면 득량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록도, 완도, 금일도 등 수많은 섬이 쪽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다. 웅장한 천관산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일출은 물론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 외관은 황포돛대가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형상이다. 가장 꼭대기인 지상 10층은 전망대다. 9층은 차를 마시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고, 층층이 문학영화관, 추억영화관, 축제관, 이야기관 등이 설치돼 있어 체험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알차게 꾸며놓았다. 특히 계단을 따라 꾸며진 트릭아트는 재미있는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 주소 :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정남진해안로 242-58
- 문의 : 061-867-0399
- 이용시간 : 3~10월 09:00~20:00, 11월~2월 09:00~19:00
- 휴관 : 월요일(공휴일 다음 날, 설날, 추석날)
서울 광화문 정남향에 자리한 정남진전망대
곳곳에 숨어 있는 트릭아트 그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층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여행정보
✔ 여행 팁
1.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의 입장권은 어른 3000원이다. 그러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5000원 안에 입장료가 포함된다. 가족숲 프로그램, 숲태교 프로그램, 활력랜드 프로그램, 회복랜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건강도 찾고 입장료도 절약할 수 있다. 2. 선학동 유채꽃은 5월까지 이어진다. 겨울에 심은 것은 4월에, 봄에 심은 것은 5월에 피기 때문. 봄에 심은 유채는 3분의 1 정도지만 봄꽃 구경을 놓쳤다면 고마운 꽃이 되어줄 것이다.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보림사·청태전 티로드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 선학동 유채마을 1박 2일 여행 : 보림사·청태전 티로드 → 탐진강 생태습지원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 (숙박) → 평화다원 → 하늘빛수목원 → 선학동 유채마을 → 정남진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