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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샘터문학 창간호>
[시] 바이러스 법전 / 한상현
- 메르스로 소천하신 분을 위하여 -
메뚜기가 날뛰니 메르스가 날아다닌다
마르치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락가락 흔들리는 정부대책에 나팔수는 부채질하며 공포만 조장한다
갑을 위한 갑 질, 죽은 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하철도 학교도 썰렁하기만 하다
낙타에게 점령당한 대한민국은 마스크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창세기 1장
태초로부터 세상을 관조하며 지배해왔다
공룡들의 생사를 주관했고 인간의 생사를 함께했다
수많은 변신과 진화로 성장했다
가끔 공포를 선물했다
경배하고 경배하라
나는 곧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사를 주관하는 절대자다
창세기 2장
불치병들아 경배하고 경배하라
너희는 곧 정복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나는 정복자의 운명으로 태어난 불멸의 존재니라
백신들아 날뛰지 마라 백신 너로 인하여 나는 또 진화한다
에볼라보다 사스보다 더 잘생긴 오빠가 기다리고 있다
비록 지금은 너희에게 기생하고 있지만 진화하고 진화하여 너희 위에 군림하는 전능의 지배자가 되겠노라
창세기 3장
너희가 자랑하는 슈퍼컴퓨터에도 나는 존재한다
가상이 아닌 가상현실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접속하는 자 노예가 될 것이다
알렉산더 칭기즈칸 히틀러를 소환선봉에 세우리라
정복하겠노라 지배하겠노라
태초로부터 존재해온 나는 알파요 오메가 이니라
경배하는 자 멀리할 것이요 경배하지 않는 자 키스를 하리라
한상현 시인 프로필
계간 스토리문학 시 부문 등단. 고려대학교 평교원 시창작과 수료
시와수상문학 수료, 문학신문 시창작과 수료,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시와창작 이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이사
2017 자랑스런대한민국시민대상 시문학부문 수상
시창작문예대전 시 부문 금상 수상
공저 : <별 세다 잠든 아이> 외 다수
Convergence 감성시집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시] 액막이 연[鳶] / 오연복
대문을 사이에 두고 굵은 소금이
어깨위에서 액풀이를 한다
육모얼레에 대보름달이 연처럼 걸리던 날
가슴을 써레질해대던 윗집 백수 형은
대나무 연살에 가오리를 꿰어 걸고
하늘낚시를 한다
팽팽한 연실이 튕겨질 때마다 칠산 앞바다가 출렁인다
대문은 뿌연 하늘에 매달린 곰소염전을
빼꼼히 내다보다가
묵은 아침 신문을 대각선으로 읽어간다
갈 삼재에 액막이연을 먼 산 너머로 꼭 시집보내겠다던 그 형은
송액영복 계유년 정월 열닷새 아무개, 부적을
가오리 등에 태우고서
세상은 운세를 가불하여 치장하는 것이라고 호기롭게 외쳐댔지
질컥한 부레뜸으로 오돌토돌해진 연실에서
날선 사금파리가 개미 춤을 춘다
꼭지연과 치마연이 애지석지 가쁜 숨을 보쟁이다가
툭 끊어지는 연실에 손끝이 허망하게, 턱 내려앉는다
석간신문에 쓰나미가 몰아친다
위도 앞바다의 파도는 여객선을 삼키고
치마연은 아우성을 하늘로 실어나른다
그는 서른아홉에 삼베옷을 걸친 채 너울너울 독바위[甕巖]를 넘어간다
꼴깍 산을 넘는 햇살은 어설픈 실오라기가 없다
반달연과 동이연은 동구 밖 미루나무에서 대롱거리고
호랑이 눈 부릅뜬 박이연은 성층권에 머리를 연신 치받아대지만
하늘 끄트머리에 맞닿은 바다는 더 이상 가오리를 띄우지 않는다
해 묵은 대보름달에 사는 운명의 재단사가
통째로 잘려나간 왕 당산나무 밑둥치에서 하염없이 육모얼레를 돌린다
오연복 시인 프로필
아호는 여곡(麗谷), 청안채(靑安砦), 전북 고창 출생
계간 스토리문학 시 부문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사) 샘터문인협회 자문위원
대한민국인물대상 수상(2014), 전북의 별 표창(제8회)
중앙일보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제5회)
공저 : 꿈을 낭송하다,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새소리 밥상,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내 마음의 오만가지 상, 아내의 문장 성분, 바람의 서 외 다수
가곡작시 : 물푸레나무타령, 변산반도 마실 길, 시인의 아내, 김밥,
행복한 결혼, 갓밝이, 향일암 외 다수
Convergence 감성시집
<청록빛 사랑속으로>
당선작 없음
Convergence 감성시집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시] 바람의 전설, 역마살 / 염동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바람에 여름이 가는 소리
서늘함에서 오는 분리감
가는 손님 오는 손님
줄행랑치는 여름바람
가을바람에 생채기가 났다
가을바람에 오곡백과 익어가는 낟알들
황금물결 출렁이며 노래한다
풍년가 가락에 들녘마다 들썩인다
다시 바람이 인다
귀뚤이 찌르레기 여치가 가을축제 때
낭송할 시 암송하느라 요란하다
가을바람 잔잔하게 거든다
지난날 수많은 인연의 바람들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꽃밭에서 불어오는 꽃바람
솔밭에서 불어오는 늘솔바람
모두 소중한 바람이었다
빈객(貧客)바람이 서재를 두드린다
시문(詩文) 웅얼웅얼 읊조리는 낭창바람이
물억새 건들건들 읊조리는 건들바람이
부들 부들부들 읊조리는 부들바람이
창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가을에
염동규 시인 프로필
아호는 벽송.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현대자동차(울산)노조 사무국장, 문학애 시부문 등단, 문학애 작가협회 회원
(사) 샘터문인협회 운영이사, 후조문학 회원
노무현 대통령 공로패 및 감사패, 대한민국 국회 표창, 강원도지사 표창
저서 : 제1시집 <광부들의 보석> 제2시집 <소중한 그리움>
제3시집 <세월의 그리움> 제4시집 <달빛사랑과 그리움>
Convergence 감성시집
<詩, 별을 보며 점을 치다>
[시] 동반자 /오호현
인생이란 존재는 긴 여정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여러 갈래 중 하나인 삶 또한 고달픈 존재다
이번 여행은 고단한 심신을 치유하고
새로운 기운을 충전해보고자 나선 길인데
뜻밖의 동반자들을 만났다
후덥한 기운이 흐르는 이국(異國)
우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끈적한 마음 나누고
가끔은 한발짝 뒤로 물러서
동료를 위해 포근한 공간 비워주고
내어주는 여유와 배려로
하노이의 산야(山野)에 풍경을 두르고
바다의 돗자리를 펼쳤다
서로의 눈빛 익숙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미소가 모처럼 귀한 시간을
하롱베이 크고 작은 섬에 풀어놓는다
떠날 때 잔뜩 지고 온 스트레스도
몽땅 자연에 풀어 먹이자
섬을 배고 잠꼬대를 하기도 하고
홍등고래와 유영을 하기도 하고
신이 수십억 년을 연단한 절경을
시상(詩想)과 심상(心想)에 가득 담는다
섬과 섬 사이 바다와 바다 사이
배는 바다를 타고 누비고
바다는 배를 타고 누비며
서로의 섬을 향해 다가가고 다가오는 시간이었고 힐링의 만남이었다
세월의 흔적은 퇴색할지라도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달큰하게 농익어간다는 인생철학을
깨우친 우리는 멋진 인생의 동반자다
벗들이여 즐거웠네
오호현 시인 프로필
아호는 인송(人松). 전남 함평 출생, 경기도 고양시 일산 거주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이수
고양시 백석 바르게살기 위원장, 고양시 백석 복지협의회 위원장
희망코리아(주) 대표이사
(사) 시인들의 샘터문학 재무이사, (사) 샘터문인협회 운영이사
양심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사) 샘터문예대학 강사
【제6회】 대상 수상작 없음.
Convergence 감성시집
<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 【제1회】 샘터특선상 시상으로 【제6회】 샘터문학상 본상은 결회 처리함.
샘터특선상은 샘터문학상 본상과 달리 5개 부문 대상만 특선하여 시상하며
최우수상, 우수상, 작품상은 시상하지 않음.
Convergence 감성시집
<고장난 수레바퀴>
[시] 고장난 수레바퀴 / 이종식
묵은 가을빛 틀어쥔 을씨년스런 잿빛
눈꽃이라도 한바탕 난장 칠 기세
피사골 고사목 넋 나간 넋두리 소리가
머언 삭풍을 부르는데
볕 떨어지니 달꽃 꽃대 올리고
칠성단 모종한 작은 별꽃들 흐드러져
아름다웠던 가을을 위한 이별가
작은별 소나타 눈빛 합창을 하네
별꽃 지고 갈꽃 홍꽃 지면
우리 가을도 지겠지
아직은 남아있는 붉은 잎새 사이로
가지 등 불빛 쓸쓸한 벤치를 지키고
총총한 별빛 눈을 맞추니
푸른 유성우 우수수 눈물이네
어둠 속에서 꿈을 꾸듯
나날이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
사랑한 흔적들은 어디로 가고
이 빠진 수레바퀴는 길을 잃었네
우리가 걸어온 길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
새로운 신세계가 기다리는 길
연습도 없이 걸어가야만 하는 초행길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으로 가야만 하는 길
애증과 연민이 교차하는 길
그대여 이제는
마지막 남은 화선지 위에
부서지고 일그러진 고장난 수레바퀴
토닥토닥 못질을 하고
해묵은 흔적들 얼기설기 다시 엮어서
아직은 남은 자투리 인생
그대가 뒤에서 밀고
나는 앞에서 끌고 가는
그림을 그려 보겠네
이종식 시인 프로필
필명은 덕실고을
(주) 한성플랜트 회장, (사) 샘터문학 부회장
시인들의 샘터문학 등단, 샘터문학상 특별작품상
글벗창작교실 입선, 월간문학 입선
<공저>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청록빛 사랑 속으로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사립문에 걸친 달그림자
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Convergence 감성시집
<태양의 하녀, 꽃>
[시] 태양의 하녀, 꽃 / 허대성
그녀는 모두의 애인이기도 했다
모두를 사랑의 열병에 빠뜨린
그녀는 광대이기도 했다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많은 남자를 가지고 놀았다
왕과 선비와 철학자까지
그녀의 손뼉에 남자들은 달려들었다
남자들은 왜 쩔쩔매는 것일까?
그녀는 고작 햇살 아래 갓 피어난
무희이기도 했다
한 가지 권력도 가진 것 없이
그녀는 청춘부터 황혼까지 오랫동안
세상 남자들의 환심을 끌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몸을 허락한 건
바람뿐이었다
더러운 년이라고 욕하는 종자들은
다 저주받아 죽어갔다
그녀는 마녀이기도 했다
사랑의 행태는 다 자유롭다
그녀에게 빼앗긴 건 모두 죄악이었다
그녀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신녀神女였다
청초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위장한
에로스의 하녀이기도 했다
그녀의 사랑은 비극을 기초로 한다
행복은 늘 모자라게 죽어갔다
사랑은 허구이지만 망각도 자유였다
사랑은 가물거리기만하지 뼈대가 없는
몽환적 현상일 뿐이었다
그녀의 사랑은 무방비한 것 같지만
거미줄처럼 날줄 씨줄을 촘촘히 방사해 그물을 치고
정교한 억압과 요요한 속박으로
남자의 마음을 운용하였다
그녀가 해산한 남자의 후예들은
본능의 굴레에 묶여
그녀에게 저항할 수 없으며
그저 나비의 꿈을 안고
향기를 품고 살아갈 뿐이었다
그녀는 사랑이었다
허대성 시인 프로필
시인, 수필가
아호 : 풀빛소리, 전북 익산시 거주
샘터문학상 시부문 신인상 수상
(사)샘터문학 자문위원, (사)샘터문인협회 운영위원
(사)샘터문학신문 기자, 문화나눔뿌리 이사장
지역문화관광협의회 대표, 풀빛소리 시문학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원, 사람과 공간 대표
<공저>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정리 수록
샘터문학 부주간 겸 샘터문학신문 취재본부장 오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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