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30]
- 주택 소유권 절대주의에서 주거권을 우선시 하는 사회로
: 동자동 쪽방주택 임대인의 일방적 퇴거요구와 철거, 단전, 단수 조치를 보면서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의 한 주택에서 임대인이 지난 2월 15일 건물이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43여명의 입주자들에게 주택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였다. 현재는 이에 응하지 않은 입주자 1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은 건설업체를 통해 비어있는 방의 문이나 벽을 해체하고, 층마다 있는 공용화장실의 문을 떼어내고, 단전, 단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과 전기가 끊기고 부서진 시멘트 덩이가 널 부러져 있는 폐허의 주택에서, 무더위와 장마를 겪어야 하는 입주자들을 보면서 주택의 소유권과 주거권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쪽방은 수 십 년 전에 지은 낡은 건물의 방 한 칸에, 전용 2평이 채 안 되는 공간에서 거주와 취사를 같이 하고, 층마다 공동 화장실과 수도시설을 갖추고 있다. 통풍이나 단열이 잘 안되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집단적으로 쪽방촌이 형성되어 있는 동자동에는 약 11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월세는 20만원 내외인데, 70%내외가 기초생활수급자이며,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사회전반의 빈곤층의 확대로 인해 쪽방도 늘어나고 있다.
해당 임대인은 “내가 무슨 잘못이 있냐?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더 낮에 받아 온 내가 왜 악덕 임대업자냐?”며 항변하고 있다. 본인은 “정당한 소유권에 기인한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하고 있으며, 주변보다 월세도 적게 받아 사회통념상으로도 나쁜 임대업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임대인은 처음에는 건물이 노후화되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했으나, 여러 정황상 중국관광객을 받은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여, 현재의 월세보다 수익을 더 올리는 것이 퇴거 목적으로 보인다.
임대인은 분하면서도 억울할 것이다.
‘내 건물을 내 생각대로 리모델링해서 월세 수익을 더 많이 내려고 하는데, 왜 주변에서 말들이 많으냐?’며 정당한 재산권행사를 가로막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억울해하고, 철거와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생각하며 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쪽방 세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월세를 밀린 적도 없고, ‘생활하기 불편하니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라고 한 적 없이 주어진 열악한 주거공간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방을 비우고 나가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건물이 무너질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정황상 임대인의 목적이 우리를 쫒아내고 더 많은 돈을 벌 목적으로 세입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지 않고 사람이 거주하는데도 공사를 강행하고 삶의 둥지가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세입자들은 불안감과 분노가 교차가 할 것이다.
전국 곳곳의 아파트재건축과 재개발의 현장은 동자동쪽방의 확대판이다. 임대인들은 소유권에 기인한 재산권을 행사하여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재건축 재개발의 속도를 내고 있고, 세입자들은 비자발적 퇴거를 당하면서 이주하고 있다. 일반세입자들은 전세가 폭등과 월세부담으로 주거 불안정에 처해있다.
임대인의 주택소유권과 세입자의 주거권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는 임대인의 소유권을 절대시하고 있다.
소유권에 기인한 재산권행사는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한 방법이다.
즉 자본의 증식, 물질 추구이다.
그러나 이제는 주거권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23조 ②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지지한다.
주거권은 주거하는 사람이나 가족의 삶을 안정시키는 안전판 역할이다.
주거가 불안하면, 삶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사회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하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사회가 물질추구의 가치를 계속 추구하여, 현재처럼 삶의 둥지를 파괴하여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유권 절대주의에서, 물질보다 인간을 중요시하고 삶을 안정시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사회경제활동의 토대를 가져올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소득 대비 적정한 주거비로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으면서, 비자발적 퇴거를 당하지 않을 권리’인 주거권에 대한 지속적인 공론화를 통해, 물질추구의 주택소유권 절대주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첫댓글 동자동 사랑방으로 스크랩 해갑니다. 고맙습니다.
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