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惹端法席)
야단법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야외에서 베푸는 설법의 자리를 뜻하는 야단(野壇)법석과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구는 것을 의미하는 야단(惹端)법석이다. 이 말은 불교에서 유래됐다.
법석(法席)은 설법(說法), 독경(讀經), 강경(講經), 법화(法話) 등을 행하는 자리를 뜻한다. 법석(法席)에 야단(野壇)을 붙인 야단법석(野壇法席)은 야외(野外)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를 말한다. 이 야단(野壇)은 사전에 따로 올라 있지 않다. 단(壇)은 흙을 쌓아 올려 만든 단을 가리킨다. 야외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면 멀리서도 잘 보이게 하려고 흙을 쌓아 올려 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대사(大師)가 불교의 교의(敎義)를 회중(會衆)에게 풀어서 밝혔을 것이다.
원래의 법석은 이처럼 엄숙한 자리였으나 나중에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을 뜻하는 말로 변했다. 수많은 대중이 모였으니 어지간히 왁자지껄, 시끌벅적했겠는가. 그런데 야외에서 크게 베푸는 설법의 자리를 뜻하는 야단법석의 야단(野壇)과 매우 떠들썩하게 일을 벌이거나 부산하게 법석거리는 것을 가리킬 때의 야단은 다르다. 이때는 야단(惹端)이다.
큰스님의 설법을 듣거나 불경(佛經)을 읽는 이런 엄숙한 자리에서 무슨 괴이한 일의 단서(端緖)가 야기(惹起)되어 매우 소란한 형국이 되었다는 데서 야단(惹端)이라는 말이 나왔다. 즉 야단(惹端)은 야기요단(惹起鬧端)의 준말이다. 야기요단은 서로 시비(是非)의 실마리를 끌어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惹端(야단)과 法席(법석)이 결합되어 야단법석(惹端法席)이 되었다.
두 야단법석의 의미내용이 섞여 들어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이 둘은 문맥에 따라 뜻이 다르다. 한자를 쓰면 어려우니 우리말로 쓰되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불교와 관련해 쓰이고 야단(惹端)법석은 떠들썩한 상황을 가리키는 경우에 쓰였다.
요즘 세태를 보며 야단법석이 생각난다. 좋은 일이 나쁜 행위로 변질되는 과정이나 절묘하게 변질시키는 기술이 놀랍다. 불의를 행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깨끗한 고지식이를 짓밟는다. 깨끗한 바름이 고지식이가 똥덩어리들의 더러운 주둥아리에 오르내린다. 요즘은 바르게 사는 것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