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某女 증모녀
김삿갓이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어느 나루터에 배에서 내리니 이미 어두움이 깔렸고 날씨마저 비가 내렸다.
주막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소녀의 도움으로 젊은 과수댁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여인은 미인이기도 하지만 우수에 젖어있고 남자를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을 그 는 알 수 있었다.
소녀가 밥상을 치우러 왔다.
이때 김삿갓은 그 소녀 편에 贈某女(증모녀)시를 적어 보냈다.
客枕條蕭夢不仁 객침조소몽불인
滿天霜月照吾隣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
紅桃白李片時春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소군옥골호지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인성본비무정물
莫惜今宵解汝?(옷자락 거) 막석금소해여거
* 枕 ; 베개 침 嵬 ; 높을 외 ? ; 옷자락 거
蕭條(소조) ; 쓸쓸한 모양
昭君(소군) ; 漢나라 元帝(원제)때의 미녀였던 王昭君(왕소군)
貴妃(귀비) ; 唐(당)나라 玄宗(현종)때의 妃였던 楊貴妃(양귀비)
馬嵬(마외) ; 양귀비의 무덤이 있는 곳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 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王昭君(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왕소군이나 양귀비 같은 천하일색 미인도 죽으면 다 한 줌의 흙이 되는데
오늘밤 네 몸의 옷 풀기를 애석하게 하지 말아라.
독수공방하는 과수댁에게 詩(시)로써 직선적인 유혹한 것이다.
여인은 김삿갓을 안방으로 불러드렸다.
여인이 술상에 마주 앉아 李白(이백)의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함) 詩(시)의 일부를 읊으면서 김삿갓이 보내온 某贈女(모증여)에 대한 詩答(시답)을 한 것이다.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유도해부복회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제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황하의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흘러 바다로 들어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 한다.
고대광실 밝은 거울 앞에 흰머리 슬퍼구나
아침에는 검은머리 저녁에는 눈처럼 희어 지니.....
인생의 좋은 때에 맘껏 즐겨어라.
금 술잔 빈 채로 두지 말아라.
하늘이 내 재주 주었을 때는 꼭 쓰임이 있음이야
천금은 다 써버려도 다시 돌아오려니라.
이렇게 하여 술잔 을 주고받아 거나하게 취하여 이야기 한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금술잔 빈채로 두지말라는 여인의 요구에 모른척 할 김삿갓이 아니었다.
김삿갓이 그녀의 치마끈을 풀었을 때 그녀도 김삿갓의 허리띠를 풀었다.
* 이시는 다른 口傳(구전)으로서도 여러 설화가 있은데 김삿갓의 詩(시)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