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 해골바위 전경. 바위벽에 뚫린 20여 개의 크고 작은 풍화혈이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다. 바위 형태가 용을 뜯어먹은 이빨자국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 뜯어 먹은 바위'라고도 불린다. 금남정맥 최고봉인 운장산(1,126m)이 호령하는 진안의 산들은 장대한 산줄기를 이루며 호남의 뭇 산들을 아우른다. 그중 장군봉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분기한 금남호남정맥이 완주군 조약봉에서 호남정맥과 갈라져 나와 연석산과 운장산을 일군 후 내달려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추천면의 경계에 치켜세운 암봉이다. 금남정맥은 이후 대둔산, 바랑산, 계룡산 등 주옥같은 산들을 거쳐 백마강에 이른다. 장군봉은 암릉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금남정맥의 산답게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솟아 있다. 특히 바위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는 세계적인 지질학 가치를 가진 타포니지형의 기이한 봉우리를 이룬 마이산처럼 뭇 등산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해골바위는 암릉의 짜릿함과 조망의 즐거움과 더불어 많은 등산객들을 매혹시키는 장군봉의 트레이드마크다. 장봉군 대슬랩. 미끈하게 흘러내린 암반이 화려한 치마를 두른 듯 수려하다. 장군봉 암봉을 오르는 등산객들 너머로 구수마을과 대아저수지를 감싼 산들이 첩첩이 펼쳐진다. 대아저수지 휘도는 구절양장 호반길 호남고속도로 완주IC를 빠져나오면 만경강과 대아저수지를 따라 17번국도와 732번 지방도가 구절양장 휘돌아 간다. 1922년 고지대의 산을 막아 만든 대아저수지는 산들이 사방에 둘러싼 산중호수로 완주 8경에 드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북쪽에는 기암절벽이 병풍을 두른 운암산, 서쪽엔 부드러운 산세를 이룬 동성산, 동쪽에는 대아수목원과 대아자연휴양림을 품은 중수봉과 장군봉, 남쪽에는 대부산이 솟아 있다. 대아저수지가 있던 곳은 원래 '대실'이었다. 현재 물속에 잠겨 있는 대실大實은 큰 골짜기, 큰골을 의미한다. 워낙 깊은 산골이라 산 속에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형세다. 대아저수지 주변 마을 이름도 은천, 산천, 음수 등 전부 물과 연관 있다. 장군봉 들머리 마을도 구수다. 구수마을은 이 대아저수지 맨 상류에서도 동쪽 산속 깊이 5km쯤 더 들어가야 한다. 장군봉을 위시한 금남정맥을 동쪽 울타리로 삼고 있는 마을이다. 구수마을은 본디 구유라 불렸다. 마을이 마치 '소의 구유(소죽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군봉 정상. 불끈 선 암봉이 뭇 산들을 위세 등등하게 호령한다. 장군봉에서 주릉에 내려서는 최대 난코스 암릉 구간. 장군의 단칼에 갈라진 듯한 바위가 섬뜩함을 더한다. 초승달 모양의 신월리에 있는 소죽통을 닮은 마을이 구유다. 마을 이름에서 나름 험한 산세를 짐작해볼 만하다. 완주IC를 빠져나와서도 무려 34km를 달려,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구수마을 초입에 자리한 대형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오지마을에 산행 온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네요. 단풍철도 아닌데 뭔 일인가 싶어요." 오전 10시에 주차된 차만도 해도 대형버스 2대에 승용차 10여 대나 된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만 어림잡아도 60여 명은 될 법하다. 주차장은 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하다. 주차장 가장자리에 세워진 장군봉 안내판 앞에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인솔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오를 곳은 장군봉과 해골바위입니다. A팀은 장군봉을 거쳐 해골바위로 하산하고, B팀은 해골바위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하겠습니다." 장군봉 주릉에 자리한 두꺼비바위 너머로 장군봉과 운장산이 펼쳐진다. 해골바위 구멍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사람이 들어가서 누울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소나무와 암릉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장군봉 가는 길'은 과수원길이다. 집들이 계곡을 따라 듬성듬성 자리하고, 길옆엔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제는 산악지역에서도 사과가 잘 재배되는 모양이다. 소죽통을 이룬 마을의 산세 위로 장군봉이 눈부시게 솟아 있다. 암릉과 암봉을 이룬 산답게 멀리서도 독보적으로 빛난다. 마을을 벗어날 즈음 장군봉과 해골바위, 장군봉과 군사시설 갈림길(훈련장)이 연이어 나온다. 이곳에서 장군봉까지는 2.65km.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밭 사이에 난 등산로를 오른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등산로는 완만한 지릉을 따라 724.5봉과 장군봉 중간쯤의 능선으로 향하다가 동남쪽의 장군봉을 향해 급격하게 90도 방향을 튼다. 암릉 끝 우뚝 솟은 암봉이 일품이다. 그 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고 주눅 들게 한다. 그 가파름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능선의 흙길은 곧 바위 슬랩으로 변한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난 대슬랩은 미끈하게 흘러내린 암반이 화려한 치마를 두른 듯 수려하다. 슬랩에 올라서니 가을 하늘이 활짝 열리면서 구수마을과 대아저수지를 감싼 서쪽의 산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상어바위를 지나자 길은 더욱 치솟는다. 암릉 양쪽에 설치된 난간의 밧줄을 잡고, 쇠 발 디딤대를 밟으면서 수직 상승한다. 온몸으로 한참을 힘겹게 때마침 나타난 정상 아래 너럭바위에 털썩 앉는다. 조망이 거침없는 전망대다. 먼저 오른 사람들도 바위 앞에 펼쳐진 첩첩 산들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고 있다. 전망대에서 정상 가는 길은 암릉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선경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화폭이 길 앞에 펼쳐진다. 화강암 바위에 뿌리를 내린 시퍼런 노송은 등산객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잡아채기도 한다. 장군봉 앞에 도착하니 수직으로 치솟은 암봉에서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장군의 위세가 뿜어져 나온다. 쇠 난간의 밧줄을 붙들고 힘겹게 올라서기를 한참 후, 드디어 정상에 선다. 해골바위 하산 길에 외나무다리가 정겹게 맞아준다. 수직 암봉과 기암괴석이 빚은 암릉길 암봉이면서도 넓고 평탄한 정상에는 수십여 명의 등산객들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쪽의 바위절벽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운장산 정상과 칠성대, 동봉, 연석산 등의 거대한 봉우리가 남쪽에 위세를 떨치며 웅장하게 솟아 있다. 서쪽에는 대아저수지를 둘러싼 대부산(602.5m), 동성산(557.5m), 운암산(605.1m), 안수산(554.5m) 등이 올망졸망 산 너울을 이룬다. 북쪽을 바라보니 주능선의 서너 개의 암봉 위에 물개바위와 두꺼비바위 등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외도 온갖 기암괴석들이 제 잘난 맛에 취한 듯 산중에 솟아 있다. 장군봉에서 북쪽의 해골바위까지는 2.4km. 정상에서 수직 절벽을 내려서야 한다. 장군봉 최대 난코스다. 밧줄과 발 디딤대가 설치돼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도감에 쉬이 내려서지 못하고 정체된다. 절벽 맞은편에는 장군이 단칼을 내려쳐 자르기라도 한 듯, 10여 m 높이의 바위가 두 조각 나 있어 섬뜩함을 더한다. 절벽을 내려선 후엔 또다시 오름길에 슬랩이 나오고, 그 암봉 끝에는 물개의 형상을 한 바위가 서 있다. 주릉은 또다시 바윗길이 이어지고, 능선에는 기기묘묘한 바위 형상들이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세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암봉 위에 두꺼비바위가 놓여 있다. 등산객들이 그 바위에 올라 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기념촬영을 한다. 두꺼비바위 너머로 장군봉, 성봉을 지나 운장산의 장쾌한 산줄기가 병풍을 이룬다. 두꺼비바위에서 삼각점이 자리한 724.5봉까지는 모처럼 완만한 흙길이다. 724.5봉은 누군가 표지기에 북장군봉이라 표기해 놓긴 했지만 봉우리가 형세를 이뤘다기보다는 그냥 능선 상의 길이나 다름없다. 이곳을 기점으로 길은 내리막길이다. 해골바위 쪽 하산 길도 만만치 않게 가파르다. 장군봉 오름길에 만난 닮음꼴의 전망대와 슬랩을 내려서면 암봉 꼭대기가 툭 튀어나온 해골바위가 나온다.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전망대다. 깊디깊은 산골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해골바위 앞에는 기념촬영을 위해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어째 맛집 앞의 익숙한 줄서기 풍경을 보는 듯하다. 바위 아래에 내려서니 20여 개의 크고 작은 구멍이 바위벽 표면에 벌집처럼 숭숭 뚫려 있다. 영락없는 해골 형상이다. 바위 형태가 용을 뜯어먹은 이빨자국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 뜯어 먹은 바위'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이 층을 이룬 구멍에 올라가 한껏 멋진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인생 컷을 남긴다. 인기 폭발, 해골바위 이처럼 풍화작용으로 인해 바위 표면에 풍화혈이 벌집 모양을 이룬 것을 타포니지형이라 부른다. 천연콘크리트 결정체로 자갈덩어리인데, 퇴적암의 하나다. 대표적인 바위가 세계 최대 타포니지형을 이룬 진안의 마이산이다. 장군봉은 마이산과 그 맥을 같이한다. 금남호남정맥이 호남정맥을 떨구고 다다른 곳이 금남정맥의 장군봉이다. 해골바위를 내려서는 길에도 온갖 형상의 바위와 풍화혈이 있는 바위가 곳곳에 있다. 하트바위, 해표바위 등을 지나 C지역 훈련장에 당도한다. 장군봉은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이 침니등반, 등강기등반 등 군인들의 산악훈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산 길은 지계곡을 여러 차례 건너야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니 고래를 닮은 집채만 한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위 아래쪽이 들린 아스라한 모습이 금세라도 넘어질 것만 같다. 바위 아래쪽엔 수십 개의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다. 조릿대 숲을 지나자 이번엔 할매바위가 반겨준다. 납작한 얼굴에 눈, 코, 입의 형상이 쭈글쭈글 나 있고, 머리 뒤쪽은 쪽 찐 머리를 했다. 영락없는 할매의 모습이다. 집채만 한 고래바위의 아스라한 모습.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다. 하산 길은 대형 태풍 '힌남노'의 영향 때문인지 수해로 인해 길이 유실된 곳이 많다. 움푹 패고 사라지고 새로운 길이 생겼다. 마을이 곧 나올 듯하면서도 길이 요리조리 이어진다. 계곡을 내려서는 길이라 하산 시 크게 헤맬 염려는 없겠지만 거꾸로 오르면 많이 헷갈릴 법하다. 구수마을을 코앞에 두고 숲길 옆 풀숲에 석축이 덮여 있다.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일까. 이 깊디깊은 산자락까지 들어와서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기만 하다.
산행길잡이 전북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추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장군봉은 금남정맥의 산이다. 금남정맥은 완주군 조약봉에서 호남정맥과 갈라져 연석산과 운장산을 치켜세운 후 장군봉에 이른다. 암릉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금남정맥의 산답게 장군봉도 대부분 암릉과 암봉으로 이뤄져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특히 기괴한 모습의 해골바위를 보기 위해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들머리는 구수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대형 주차장을 기점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등산로는 구수마을~장군봉~해골바위~ 구수마을 코스가 유일하다. 등산로는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지 않다. 다만 구수마을~해골바위 구간은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하고, 수해로 길이 유실된 곳이 많아 헷갈리기 쉬우니, 하산코스로 잡는 게 좋다. 등산로는 꽤 험한 편이다. 계곡을 벗어나면서부터 암릉 슬랩 구간과 수직의 절벽이 수시로 나타난다. 위험한 구간에는 대부분 밧줄이 매인 난간과 쇠로 만든 발 디딤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워낙 가파르니 주의해야 한다. 스틱은 배낭에 넣고 두 손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야 안전하다. 그리고 등산로에는 마사토가 많아 미끄러운 구간이 많으니 주의한다. 장군봉 전후 구간의 수직 절벽이 특히 위험하고, 주능선 갈림길에서 해골바위에 이르는 암릉구간이 미끄럽다. 초심자들에게는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교통 서울-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완주IC. 완주IC에서 17번국도와 732번 지방도를 타고 만경강과 대아저수지를 거쳐 구수마을로 들어선다. 대중 교통편은 거의 없다.
숙식(지역번호 063) 완주IC를 빠져나와 대아저수지 인근에 맛집이 몇 군데 있다. 영숙백숙(010-4110-4640), 운암식당(263-5522, 닭볶음탕), 대아리순두부집(263-5126), 창수상회(263-4039, 송어회). 잘 곳은 인근의 고산자연휴양림(263-8680)을 이용하면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