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裡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明月이 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황진이 作>
경기민요 소리꾼들은 이 시조를 아래와 같이 조금 변형하여 노랫가락으로 잘 부른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수여 간들 어떠하리 <황진이 作>
민요를 공부하는 나 역시 이 곡을 사랑하며, 이 곡을 부른 뒤에는 또 작자 미상(실은 황진이의 시조를 변형해 부른 듯)이라는 아래의 곡을 이어 부르곤 한다. 뭔가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위의 곡이 은근히 속마음을 이야기했다면, 아래 곡은 솔직담백하게 표현한 느낌이 든다.
내 정은 청산이고요 님의 정은 녹수로다
녹수야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감돌아 드네
오늘, 물빛 모임은 이진흥 선생님의 특강을 겸했다. 제목은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 다시 읽기’였으며, 부제목은 ‘부조리의 인식과 실종의 각성’이었다. 이 특강의 자료는 선생님께서 오래전에 논문으로 쓴 것을 에세이로 조금 바꾼 것이라고 하셨다.
부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시조 한 수를 가지고 얼마나 깊이 있게, 또 설득력 있게 글을 쓰셨는지 모른다. 예전에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기도 한 글이라 한 번 더 선생님의 설명과 곁들여 듣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그리고 황진이의 시와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고 애틋하다. 나의 필력으로는 선생님의 글에 대하여, 강연에 대하여 도저히 잘 쓸 수가 없어 무척 아쉬울 뿐이다.
모임이 끝난 후 연구실에 와서 다시 노랫가락으로 불러보고 몇 달 전에 샀던 『기생시집』이란 책도 꺼내 봤다. 문정희 시인이 엮은 그 책에는 저 위의 작자 미상 시조가 황진이의 작품으로 정확히 소개되고 있으며, 내용은 거의 같다. 아마 소리꾼들이 부르거나 듣기에 편하도록 위의 가사와 같이 조금씩 변형하게 되어 작자 미상이라며 전해져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쏜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예어 가는고
어쨌든 멋진 곡이며, 가사를 음미하거나 부를 때마다 그 절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경기민요의 노랫가락은 평시조 한 수를 부르는 것인데 장단이 일정하지 않고 변형되기에 ‘5(3), 8, (8), 5, 5 변형장단’이라고 한다.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마다 박자가 조금씩 다르니 한 곡을 배울 때 조금 어렵거나 생소하긴 해도, 한 곡을 배우면 다른 시조도 그 음률이나 박자에 맞춰 응용해서 부르기가 쉬워서 평시조 100수든 몇 수든 얼마든지 부를 수 있다.
경기민요의 노랫가락은 기생이나 민초들이 양반이 지었던 평시조를 얹어 부르니 ‘소리’라는 말 대신에, 양반이 쓰는 ‘노래’라는 말을 앞에 붙였다고 하며 점잖기도 해서 경기민요의 창부타령과 함께 백미라 하며 인기도 많다. 무속인들의 무가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노랫가락 중에 아래와 같은 황진이의 시조도 가사를 조금 변형해서 많이 부른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러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로 흘러가니 옛 물이 있을소냐
(변형)인생도 물과 같아서 한번 가면은 못 오리라
이 봄이 다 가기 전(뭐 벌써 한여름 날씨지만)에 이진흥 선생님의 특강 내용을 음미하며 또 읽어볼 것이다. 문득, 2011년도에 타계한 대학교 선배인 윤성근 시인이 ‘황진이’에 관하여 연작으로 쓰고 있다던 수십 년 전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마 그 시들은 돌아가시기 전에 발표되었지 싶은데 어떤 내용일지 읽어보고 싶다.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황진이, 몸과 마음이 참 아름다웠을 시인!
그녀는 지금도 만인의 연인으로서 오늘 같은 봄밤이면 더욱 맑은 소리로 시를 읊으며 달빛 환한 밤을 노닐 것이다.
작은 으아리꽃과 장미 찔레꽃
첫댓글 박경화 선생님, 물빛 모임 후기 <황진이의 봄밤> 잘 읽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긴 글로 깊이 있게 잘 쓰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고밉습니다♡
물빛 회장은 대외적으로 큰일을 하는 것은 적지만 챙겨야 할 게 많기도 하지요.
늘 계획을 세우고 일일이 체크하며 빈틈없이 일하시는 회장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이곳에 쓰는 글은 깊이는 없고 그저 일기처럼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막 쓰는 것이라 허술합니다~^^
그러게요~!!! 저도 찾아보고 읽어보긴 했지만 이리 깊은 사유까지 하기가 힘드네요~!! 기생시집도 관심이 갑니다~~
박유경, 맘마 시인
직장 일로 바쁜 그녀는 시인들과 어울리는 날이면 귀 세워 그들 이야기 들으며 맘마를 먹는 것 같다고 한다. 맘마, 어른이 된 후로 잊었던 단어가 그녀로부터 흘러나온 순간 그동안 먹은 음식과 들은 이야기 모두 나를 키우는 맘마였음을, 시에 대해 언제나 아기인 내가 어른인 줄 알고 마구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시 앞에 어른은 없다는 것을 그녀의 맘마라는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꽃나비달
박경화샘! '황진이의 봄밤' 잘 읽었습니다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라는 시조는 단순히 님을 향한 애절한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시조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선생님 강의를 통해 그러한 마음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청산리 벽계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석한 사람은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 또 공감하며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어주신 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어디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귀한 공부를 우리는 참으로 쉽게 배운다는 것에도 복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경기민요로 부르는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도 박경화샘의 글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됩니다 시조 한수가 지닌 깊이를 선생님의 철학적인 해석과 박경화샘의 경기민요 노래로 새롭게 배웁니다 물빛은 제게 마르지 않는 샘터이기도 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새로워야 하듯, 황진이 시조에 대한 우리 선생님의 해석은 정말 놀랍고도 감성적입니다.
그 자료를 예전에 읽었을 때도 우리 선생님만이 할 수 있는 깊고도 따스한 해석이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곁에 계실 때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겠기에, 어느 한 번의 물빛 모임도 빠지거나 소홀히 할 수가 없지요. 아마 모두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