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CGV에서 알바를 한지 20일쯤 되는 것 같다.
지난달에는 열흘 정도 일한 대가로 26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다.
자기 옷 사고, 데이트 비용 충당하고 아빠 영화 보라고 티켓을 건네주었다.
그래서 보게 된 영화가 ‘세인트 클라우드’다.
로맨스 영화라는 것만 알고 보았는데 주인공의 인상이 너무 낯익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하이스쿨 뮤지컬’의 주인공이었던 ‘잭 에프론’이다. 이때만 해도 귀여운 소년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미남청년이 되었다. 불과 몇 년의 세월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 놓는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면서 영화는 시작이 된다.
색색의 옷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한 요트들이 물살을 가른다. 형 찰리(잭 애프론)와 동생 샘(찰리 타한)은 이 요트대회에서 극적으로 역전우승을 한다. 찰리는 남자들은 질투하고 여자들은 환호하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스탠포드 대학에 체육 장학생으로 입학허가서도 받아 놓았다.
졸업식을 마친 찰리는 친구들과 함께 절벽 맥주파티에 참석하기 위하여 집을 나서다가 샘에게 발각된다. “혼자 있는 것이 무섭다”며 샘은 자신도 친구의 집에 가겠다며 고집을 피운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태운 찰리는 예기치 못한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뒤차에 추돌을 당한 찰리의 차는 90도를 돌고 뒤에 오던 덤프차에 받치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면 안 돼”
생명이 꺼져가는 어린 샘은 형에게 이렇게 다짐을 하고 형 찰리는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고, 요트 경기의 파트너였던 어린 동생 샘은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만다. 찰리도 순간 완전히 호흡이 멈춘 상태였지만 심폐소생술로 인해 기적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샘이 사용하던 야구 글로브를 손에 들고 찰리는 동생의 장례식에 참석을 한다. 슬픔에 잠겨있는 찰리에게 순간적으로 비석 뒤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샘의 모습이 보였다. 장례를 집례하던 목사님이 샘의 유품인 글로브를 무덤에 넣으라고 하지만 찰리는 거부하고 묘지에서 뛰쳐나간다.
놀랍게도 심장이 멈추었다가 다시 살아난 찰리에게 영혼을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생겨난 것이다. 찰리는 샘이 죽으면서 한 말을 기억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면 안 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찰리는 일몰이 되면 이 항구의 작은 숲속에서 샘을 만난다. 둘은 서로 캐치볼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찰리는 스탠포드 대학도 포기하고 샘의 무덤이 있는 공원 관리소에 취직을 하며 5년을 보냈다. 자신의 장래를 희생하며 오직 동생을 위해 살고 있는 찰리를 보면서 형제간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란 언제나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 갈등이 해소되어야 영화는 끝이 난다.
어느 날 공원묘지를 관리하고 있는 찰리 앞에 고교 동창생인 테스(아만다 크루)가 나타난다. 그녀는 찰리의 경쟁자라고 할 만큼 요트도 잘타고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출근을 하던 찰리는 돛에 캐롤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테스의 요트가 항해하는 모습을 본다. 그녀는 최연소의 나이로 5대양 횡단 요트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때부터 찰리의 마음이 흔들린다. 테스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만나면서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된다, 테스도 자신과 함께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을 한다. 일주일 만에 찰리와 테스는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찰리는 조금씩 동생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샘이 말한다.
“형이 날 잊는 게 느껴져”
이 말을 들은 찰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이때부터 찰리는 샘과 테스로부터 갈등하기 시작한다.
둘 다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동생이냐, 사랑이냐!
마치 신파의 한 장면 같지만 영화는 그렇게 통속적이지 않다. 이 갈등을 멋지게 해소하는 결말이 있기 때문이다 .
훈련을 떠났던 테스가 폭풍우에 의해 좌초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찰리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무모하게 바다로 나아간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에 나타난 중요한 주제인데 답은 자기희생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해야 하고 또 희생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이 영화는 통속적인 수준을 벗어나서 얻게 되는 감동이 있다.
사랑받기만을 바라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부모가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설명해 준다면 이 영화는 가족영화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 사랑하는 연인들이 함께 본다면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고 그렇다면 상대방을 더욱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의 기본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1. 남녀 주인공의 매력
잭 애프론과 아만다 크루는 충분히 이성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2. 사랑의 애절함.
동생과 연인, 동생과 형 사이의 사랑은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귀하다.
3. 영화의 배경
아름다운 바다와 항구를 보면 누구든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인 바다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벤쿠버와 그 주변지역에서, 찰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 퀸시는 샌 주앙 아일랜드에 있는 프라이데이 하버에서, 또 항구 마을인 깁슨스, 스티베스톤, 딥 코프 등의 마을을 돌며 촬영했다고 한다.
바다가 보고 싶다면 이 영화의 배경만으로도 충분한 감탄사를 연발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배경은 아름답다.
4. 영화의 배경음악
배경음악을 만든 Rolfe Kent는 검색해 보니까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아카데미 후보작 [어바웃 슈미트]의 음악과, [썸 원 라이크 유], [케이트 앤 레오폴드], [킬러스], 죠지 클루니 주연의 [인디 에어]등의 음악작업을 통해 서사적인 정극 스코어링에 뛰어난 감각을 선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위주의 서정적인 멜로디들이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OST를 구입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이렇게 ‘세인트 클라우드’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을 것 같다. 스토리의 진부함은 있지만 로맨스 영화야 원래 뻔 한 이야기 아닌가!
그 뻔 함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풀었을 때 관객들에게 여운이 전해지는데 한몫을 한 것이 영화의 배경과 배경음악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정하의 책속에 한 구절을 생각했다.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생각이 나면 “이 영화 보자”고 전화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