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감암주(州勘庵主)
조주선사가 두 암주를 감파하다.
무문관(無門關) 11칙에 보면 주감암주(州勘庵主)라고 해서 조주(趙州)가 두 암주(庵主)를 감파(勘破) 했다는 공안(公案)이 나온다. 어느 날 조주선사께서 한 암자에 이르러서 계십니까? 계십니까? (趙州到一庵主處問有麼有麼) 불렀다. 암주가 나와서 보고 아무 말도 없이 주먹만 불끈 세워 보였다.(主竪起拳頭) 조주선사께서 물이 얕아서 배 댈 곳이 못 되는구나! 하고 가버렸다.(州云 水淺 不是泊舡處 便行) 조주선사께서 또 다른 암자에 이르러서 계십니까? 계십니까?(又到(一庵主處云 有麽有麽) 하자, 암주가 똑같이 주먹을 일으켜 세웠다.(主亦竪起拳頭) 조주선사가 말하기를 능히 놓아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하고, 능히 죽이기도 하고, 능히 살리기도 하는구나!( 能縱能奪能殺能活) 그리고 문득 절을 하였다.(便作禮) 조주선사가 두 암주를 감파(勘破) 하였다고 하자, 무문(無門) 선사께서 이 고칙공안(古則公案)을 평창(評唱) 하기를 주먹을 일으켜 세운 것은 두 암주가 마찬가지인데(一般竪起拳頭) 무엇 때문에 한쪽은 긍정하고(爲甚麽肯一箇) 다른 쪽은 긍정하지 않았을까? (不肯一箇) 누구든지 이 대목에서 한번 일러보라. 잘못이 어디에 있는가?(且道 口訛甚處) 만약 이에 대해 한마디 바로 이른다면( 若向者裏下得一轉語) 문득 조주선사의 혀끝엔 뼈가 없음을 보아서 (便見趙州舌頭無骨) 붙들어 일으키고 거꾸러트려 놓아줌에 크게 자유자재하게 되리라(扶起放到 得大自在),
비록 그러하나 어찌할 것인가?(雖然如是) 조주선사가 도리어 두 암주에게 감파를 당한 것이다.(爭奈 趙州卻被 二庵主勘破) 만약 암주가 우열이 있다고 하면 (若道二庵主有優劣) 공부한 눈을 갖추지 못했다 할 것이며(未具參學眼) 만약 우열이 없다고 해도( 若道無優劣) 또한 공부한 눈을 갖추지 못했다 하리라.( 亦未具參學眼) 무문선사가(無門) 송 하기를(頌曰) 눈은 유성과 같고( 眼流星) 기지는 번갯불 같아서( 機掣電) 죽이려면 죽이고(殺人刀) 살리려면 살린다(活人劍). 무문선사의 평창은 살활자재(殺活自在) 혜검(慧劍)을 논(論)한 것인데, 조주선사의 혜검(慧劍)이냐? 두 암주(庵主)중 누가 보검(寶劍) 주인이냐? 이다. 조주선사가 감파를 당했다면 두 암주가 조주선사를 감파한 보검의 주인이고, 두 암주가 감파를 당했다면 보검의 주인은 조주선사이다. 보검 칼자루를 쥔 주인이 누구냐? 이다. 이 주감암주(州勘庵主) 고칙(古則)은 조주선사께서 80세 때 다시 행각하면서 나온 선화(禪話)로 유명하다. 80세가 넘는 조주선사께서 늘그막에 왜? 이런 고칙공안(古則公案)의 선화(禪話)를 만들었느냐? 이다. 득도개안(得道開眼)이 된 눈 푸른 남자(衲子)는 조주선사(趙州禪師) 간담(肝膽) 간 쓸개까지 훤히 꿰뚫어 보겠지만 아직 눈뜬장님 봉사이면 화두관문(話頭關門)이 되기 때문이다. 무문선사(無門禪師)의 자상(慈祥)한 평창(評唱)도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갈등어(葛藤語)가 된다. 고칙공안(古則公案)을 보는 핵심(核心)은 각자(各自) 신득급(信得及) 증오(證悟)에 있다. 남의 입이나 남의 말을 쫓다 보면 지호자야(之乎者也) 쓸데없는 쭉쟁이 농사만 짓고 만다. 금쪽같은 시간 아껴들 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