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머물러라.
(Stay inside me)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찬미 예수님!
우리 가운데 사람이 되어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셨는데,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절망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끝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혹스러워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남북상황도
점점 극단으로 치닫다가
다른 나라처럼
우리도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해합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지켜보며,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간구하고 있는지
그저 국내문제에 함몰되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있지는 않은지
몹시 걱정됩니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을 들으며
80년 5월의 참상이 떠올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국회의원들과 민주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용기 있는 행동과 올바른 대처로
급박했던 순간을 무사히 넘기고,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의료대란으로 환자들은
구급차 안에서 생명을 담보로
사투하고 있으며,
IMF 때보다 더 어려운 불경기로
소상공인들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월세를 못 내어 가게 문을 닫고,
은행 빚에 허덕이며 인건비를 줄이려
종업원을 내보내고 직접 뛰고 있지만,
그렇게 애를 써도
이미 그 한계에 다다맀습니다.
이처럼 정치도 경제도 혼란스럽고
어렵기만 한데,
그럼에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믾은 이들이 힘들지만 견뎌내고 있습니다.
특히, 수험생과 미취업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맞이할
미래에 대해 걱정이 큽니다.
2,000년 전 로마의 통치 아래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오늘날의 우리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이를 이겨내고
어둠에서 해방시켜 줄
구세주를 갈망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외는 달리
'힘과 권력을 지닌 왕'이 아닌,
마구간 말구유 위의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로마 황제의 우렁찬 목소리와
구유에 누운 갓난아이의
연약한 울음소리는
너무나도 큰 대조를 보입니다.
황제의 명령 한 마디에
모든 백성이 고향으로 돌아가
호적등록을 하지만,
한 아기의 탄생 앞에서는
가난한 목자들만이
겨우 관심을 보였습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구세주를 알아보지 못했고,
가난한 어부 몇 사람만이 주축이 되어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삶을 따랐습니다.
세상은 '힘 있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생활 내내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까지 다 가진
세상 권력자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연약하고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아기 예수 편에 선다는 것'은
예수님처럼 세상 욕심을 다 내려놓고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우리 삶이 초리해지고
힘없이 무너지더라도
'묵묵히 고통 가운데 희망을 바라보며'
주님께 끝까지 의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에 '황제 편에 선다는 것'은
부와 명예,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삶을 쫓고,
때론 '가족 때문'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십자가의 길보다
더 편안히고 보장된 길을
선택함을 뜻합니다.
입으로는 구세주를 노래하면서도
정작 몸은 황제의 명령에 따르는
모순된 삶을 살아가곤 합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를
우리가 기다렸던 구세주이며
임마누엘이라 고백하고 믿을 때,
비로소 우리는 주님의 백성,
주님의 벗이 됩니다.
그때 우리는
'대단한 자리에 오르지도,
큰 명예를 누리지도,
엄청난 재력을 갖고
부귀영화를 누리지도' 못하더라도,
그분을 '우리의 주님' 이라고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분의 백성으로서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것"은
가시밭길을 걷는 고통이 따르지만,
우리는 그 길을 찾는
'하느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 어둠을 물리치고
영원한 생명과 참 평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우리에게 다시 오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가장 소중한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당신 자녀인 우리도
하느님을 닮아 이웃을 위해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의 힘은
세상 어떤 권력보다 강하고,
그분의 자유로운 용서는
모두를 기쁘게 합니다.
우리도 주님의 삶처럼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놓지 않고 견뎌내며
참 생명을 향해 함께 걸어가고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합시다.
빛이 소중한 건 어둠이 짙어서입니다.
말씀이 소중한 건 고통이 무서워서입니다.
사랑이 소중힌 건 미움이 깊어서입니다.
희망이 소중한 건 절망이 커서입니다.
어둠과 힘겨움, 미움과 절망이
만연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답게,
사랑을 실천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여러분께 존경을 표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평화'를 전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다."
(루카 2, 11 참조)
2024년 12월 25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현진 시몬 대주교
첫댓글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네.
거룩한 날이 우리에게 밝았네.
민족들아, 어서 와 주님을 경배하여라.
오늘 큰 빛이 땅 위에 내린다.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혼란과 갈등
https://v.daum.net/v/2024122501132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