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코스 : 함배 수안마을 입구 - > 대명항
오늘은 경기 둘레길 전 구간을 완주하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만남 장소인 김포 골드라인 구래역 1번 출구에서 김헌영 총무를 만나 식당들이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아 GS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고 버스 도착 소요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출발지인 함배 수안마을에 이르렀다.
오늘로써 이곳에 3번째 왔으나 함배 수안마을에 담긴 뜻을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다. 이 땅을 걸어가는 것은 단순한 육체 운동이 아니라 땅에 서린 향기로운 역사를 찾아가는 정신을 살찌우는 시대의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이라고 다시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수도권 제2 순환 고속 국도 바로 옆의 골목 같은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거의 평지와 다를 바 없는 오르막길이었지만 한여름의 더운 날씨에 걸어가는 고통을 예고해 주는 것 같은 땀방울이 이마에 맺힌다.
곧바로 수안산 터널이 눈에 띄면서 경기 둘레길은 수안산 숲길 속으로 진입하였다. 고스락이 147m밖에 되지 않는 야트마한 동산이었지만 바닷가 근처에 솟아있기 때문인지 경사는 급하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가슴을 적신다.
문득 59코스를 걸으면서 60코스가 9.7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인 것을 확인하고 59코스와 동시에 걷지 않은 것은 경기 둘레길 완주를 위하여 남겨둔 구간이라고 경시하던 그때의 어리석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산길은 언제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어 숨이 가팔라지면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또다시 오르막을 오르는 길로 반복되어 비록 힘은 들지라도 그 속에서 걸어가는 참맛을 느끼며 걸어간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숲길에서 궁도장을 지나며 시야도 트였으나 희미한 날씨는 조망을 기대할 수 없고 숲길은 또다시 급격한 경사를 이루어 땀으로 온몸을 적신다.
“김포지역 최고기온 34도 예상, 야외활동 자제, 폭염경보, 그늘에서 휴식을, 양산 착용” 등 재난 문자는 계속 핸드폰을 울리고 있는데 배낭을 메고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
헬기장을 지나갈 때 수안산 산신령의 제단이 있었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산에 오를 때나 산행이 무사히 끝을 맺으면 두 손을 모아 무사 산행에 대해 감사를 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1년에 한 번 지내는 산신제마저 보기 드물어졌다.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하면 그 집안 어른에게 인사를 올리듯 산에 들어 모면 산신께 예의를 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텐데 현대의 과학 문명의 사고에는 산신령 운운은 용납될 수 없는 사고일까!
하지만 이곳 수안산에서 모처럼 제단을 대하니 잊혀가는 우리의 전통 풍속이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듯하여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이후 수안산 숲길은 임도로 계속되어 걷기 좋은 길이 되어 신나게 진행하여 더위도 잊은 채 수안산 숲길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곳에 이르러 수안산을 그려본다.
“수안산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에 위치한 산이다(고도:147m). 대곶면과 통진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옛 수안현(守安縣)의 이름을 따라 수안산이라는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산은 김포의 가련산(加連山)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맥을 형성하고 있다.” (네이버 사전에서 퍼움)고 하였다.
한남정맥의 수안산에는 삼국시대에 축조한 수안산성이 있다.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것도 힘이 들어 땀을 흠뻑 흘리는데 선조들은 그 무거운 돌덩이를 어깨에 매고 산에 올라 성벽을 쌓았으니 그 고통에 따른 눈물과 한은 원한으로 가득하였을까? 아니다. 편안함을 지킨다는 의미가 깃들여 있는(守安)그 이름처럼 마을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지킨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기에 신바람이 나게 돌을 나르며 성을 쌓고 봉수대를 설치하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에 오를 때면 선조들의 따뜻한 기운을 느낀다.
수안산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이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 마을 길을 걸어간다. 경기 둘레길을 걷지 않으면 이제는 걸어 볼 수 없을 것 같은 어린 시절의 이 마을, 저 마을을 누비고 다니었던 그러한 길이었다. 길가에는 신기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린 시절의 마을 길에는 논과 밭이 있고 사람이 사는 가옥들이 있었지만 산업화한 오늘날에는 특용작물의 재배에 따른 비닐하우스, 또는 창고가 있거나 아니면 공장지대로 변하여 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 길을 누비면서 지도를 보니 아마도 김포시 대곶면 삼마리로 여겨졌다. 대곶면은 30대 초반 직장 생활할 때 보험료 횡령사고를 조사하기 위하여 처음 온 곳이었는데 그때의 기억은 전혀 없고 단지 대곶면이란 지명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대곶이란 두 글자를 대하니 반가웠다.
마을을 누비고 다니니 여름의 햇빛이 한층 강렬해진 것 같다. 수안산의 숲길을 걸어갈 때는 등산로가 가팔라 숨을 헐떡이게 하였다면 마을 길은 아스팔트에서 발산하는 열기와 강한 빛이 불볕이 되어 온몸을 땀으로 베이게 하였다.
하지만 고통과 괴로움은 항시 즐거움과 편안함으로 변하듯이 이 마을 저 마을을 누비던 발걸음이 어느덧 승마산 숲길로 진입하였다. 승마산은 부드러운 산세와 전망도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차량통행과 취사 야영이 금지지역을 알리는 문구를 크게 걸어 놓았다.
경기 둘레길을 가는 길은 좁은 등산로가 아닌 임도 길로 계속되어 비록 오르막길로 계속되었지만 걸어가기에는 편하였다. 임도의 날망에 오르니 공터였고 휴식 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땀을 식혔다. 꿀물보다 더 달은 얼음물을 마시니 가슴속이 시원하였는데 바람마저 가슴을 적신다. 이래서 산에 오르는 것일까?
계속되기를 바랐던 임도가 끝이 나고 이제 승마산을 하산하는 길이 되었는데 내리막의 급경사길이 숲속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길을 잃기 쉬운 지역이 도사리고 있었다.
진행 방향에서 부착한 표지기도 보이지 않아 무심코 내려설 수밖에 없는 곳에서 렘블러 트랙의 덕택으로 길을 잃지 않고 승마산을 내려올 수가 있었다.
승마산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남서부에 위치한 산이다(고도:130m).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약산(藥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통진현의 남쪽 24리 지점에 있다. 김포시 대곶면 약암리와 상마리 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약초가 많은 산이어서 지명이 유래하였고 이로부터 약암리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하였다.
산의 남사면에는 약산이라는 자연마을도 존재하고 있다. 『1872년지방지도』에는 약산으로부터 이어지는 줄기에 승마산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반면, 『팔도군현지도』나 『조선지도』 등에서는 약산만이 표기되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퍼옴>
승마산升麻散인지 아니면 승마산乘馬山인지 알 수 없지만, 약초가 많은 산이되어 약산으로 불렀다면 약초를 뜻하는 升麻散승마산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지명은 그 땅의 이치를 담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승마산을 내려서니 아스팔트의 길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길은 마을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종착지인 대명항에 이르는 길이다. 356번 지방도로를 건너니 강화해협이 왼쪽에 있었고 고개를 드니 눈에 익은 강화도의 산, 혈구산, 고려산, 마리산, 초지진, 광성보, 덕진진 등이 희미한 시야 속에서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대명항을 출발한 지 얼마 만에 다시 강화해협을 다시 대하였는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는 강화해협을 바라보고 경기 둘레길을 첫발을 떼고 종주를 시작하였지만, 오늘은 860km, 2000리가 넘는 길을 걸어 경기도 외곽지역을 한 바퀴 돌아 강화 해협에 다시 서서 바라보고 있으니 어찌 새로운 기쁨이 솟구치지 않겠는가?
더워도 더운 줄을 느끼지 못하고 어디에서 그런 힘이 샘솟았는지 알 수 없는 힘찬 기세로 종착지를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대명항 함상 공원에 이르러 마침내 경기 둘레길 860km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 일 시 : 2024년 8월03일 토요일 흐림
● 동 행 : 김헌영 총무
● 동 선
- 09시20분 : 함배 수안마을 입구
- 09시58분 : 수안산 숲길 안내도. 수안산과 마을길 경계
- 11시20분 : 승마산 끝자락. 도로와 경계
- 11시45분 : 대명항. 함상공원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9.7km
◆ 소요시간 ; 2시간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