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단의 분열은 어떤 분규였을까? 각자의 견해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감히 간단한 소견을 피력해보려 한다.
첫째, 이 분열은 타당한 명분이 없는 싸움의 결과였다. 둘째, 이 분열은 한 지도자의 영웅심에 의한 계책과 평소 불평분자들의 사소한 이해관계로 인한 소행이 가세되어 일어난 것이다. 여기저기서 빚어진 사건들은 예기치 않게 막대한 손상을 불러왔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본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였다. 분열은 성령의 일이 아니라, 사탄의 일이다. 분열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은 결코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의 심판은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넘기지 않으리라 믿는다. 분열의 주동 인물들이 대개 좋지 않은 삶의 자취를 보면서 하나님의 준엄하신 섭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지 못하여 온갖 못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역사에 보이지 않게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섬뜩한 심판의 손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생존한 분은 성명을 거론하지 않겠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은 언급하겠다. 나요한 선교사는 총회분열 후 임기 전에 본국으로 소환되었고, 윤덕훈 목사는 돌연히 사망했으며, 조응철 박사도 평소에 건강했던 분이 돌연 질환으로 사망했다. 한기춘 목사는 신학교에서 해임당했고, 장일수 목사는 교단 굴지의 대흥교회에서 사임하고 귀향하여 휴직했으며, 안대벽 목사는 복잡한 가정 사정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봉래 전도사를 비롯하여 몇 분은 목양권을 상실했다. 그 무렵 김의경 씨를 위시하여 몇 분 목사는 상처(喪妻)를 했다. 당시 서울 종로침례교회(박경배 목사 시무)는 매입 당시 교회매매계약서가 선교부에 있어 등기이전 불이행으로 법정에서 패소해 결국 예배당 반이 헐렸다. 사기로 교회에 피해를 준 사람을 도와준 조동진 변호사는 교통사고로 즉사했다. 또 타 교단에서 전입한 이덕수, 전흥상, 김창복 등 몇몇 목사들은 본래 자기들의 교단으로 되돌아갔다. 어떤 사람은 병이 들어 죽고, 어떤 사람은 타 교단으로 떠났으며, 어떤 사람들은 부인과도 사별했다. 또 어떤 사람은 이혼하는가 하면, 성직까지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나가떨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성경에 “분쟁하면 설 수 없고 이에 망하리라”(막 3:26)는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밖에도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일련의 이런 일들을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주님께 얼마나 유익한 일이 되는가 생각하게 되고, 혹 하나님의 영역을 침해하는 일은 없었는지 조심하게 된다. 주의 종으로 맡은 일에 충성할 것이며, 분에 넘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라는 말씀을 명심하고 모든 일은 합법적으로 투명하게 해나가야 한다. 차제에 나는 본 교단과 선교부에 충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앞으로 더욱 더 처음 제휴 당시 체결했던 약속의 조문을 성실히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그 가운데 우리는 교회직분에 대해서 목사와 집사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침례교회가 공히 사용한다는 선교부의 제안을 본 교단이 충분히 검토하여 가장 성서적인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총회가 만장일치로 가결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부당하게 도입되었던 장로와 권사의 직분은 폐지되었다. 이제는 한국 교계에서도 침례교회는 장로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 침례교회는 침례교적 특성을 굳게 지켜나가야 한다. 그리하면 이 땅에도 언젠가 침례교의 계절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