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팔八자를 좋아한다고 주발은탕周發殷湯에서 얘기했습니다만 한국인이 꺼리는 글자는 다름 아닌 넉 사四자입니다 연상작용에 의해 넉 사四자 외에 아라비아 숫자 4도 기피합니다
넉 사四자를 꺼리는 이유로 첫째 '넉 사'의 '넉' 때문입니다 넉은 '넋'과 소릿값이 비슷하지요 정신 마음 영혼 따위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지만 넋은 죽은 이의 영혼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혐오대상은 장례식장이나 공원묘지 멘탈 호스피탈 등만이 아닙니다
그림 글씨 발음 소릿값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죽은 자의 넋 아바타Avatar를 연고 없이 받아들이기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넉 사'의 '넉/넋' 때문에 넉 사四자를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넉 사四'자 소릿값에서 '넉 사'는 '넋 사'와 같습니다 넋을 사고 판다는 느낌은 아무리 마음을 비운다 하더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장기를 사고 파는 행위도 도덕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데 '넋 사'와 같은 '넉 사'이겠습니까
셋째, 넉 사四자와 그물 망罒자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물 망罒자가 있는 겅우 죄 죄罪자와 벌할 벌罰자처럼 안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넉 사四자를 기피했지요
넷째, 지금까지 한국인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소릿값입니다 '넉' 과 '넋'은 새김의 소리이고 넉 사四자와 죽을 사死자는 글자 소릿값의 동일성입니다 '죽을 사'와 발음이 같은 '넉 사'를 멀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라비아 숫자 '4'도 같은 뜻에서 기피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호텔에서 고층빌딩에서 4층을 영어 Four/Fourthly에서 F를 따다가 F층으로 쓰고 있지요 어떤 때는 1층을 뜻하는 퍼스트 플루어First floor와 혼용되는 헤프닝이 있기도 합니다
넉 사四자는 큰 입 구口 안에 어진사람 인儿자를 쓴 글자입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넉 사罒'자가 있고 '넉 사亖'자도 있으며 '넉 시肆'자도 있는데 이 사亖자를 세운 것이 사罒자고 이 사罒자를 세운 게 사亖자입니다
참고로 미리 앞당겨 말씀드리면 가로亖든 세로罒든 '넉 사'자는 수평이거나 수직인데 비해 '다섯 오五'자나 '다섯 오㐅'자는 엑스X자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섯 손가락의 수를 채우면 셈의 표기가 달라짐을 얘기함입니다
0150큰 대大
세상에서 큰 것이 무엇일까요 하늘과 땅일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묻습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이는 영리합니다 "엄마 아빠 다 좋아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좋아." 아이는 두 팔을 들어 표현합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여기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하늘은 어떤 개념이고 땅은 또 어떤 개념일까요 두 팔을 뻗어 크기를 표현하는 아이의 생각은 순수합니다 계산 이전의 세계이기에 하늘이 땅보다 더 크고 땅은 하늘보다 작은 게 아닙니다
어렸을 때 하늘은 높은 곳에 있고 땅은 낮게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하늘이 더 큰지 땅이 작은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땅은 규모가 있지만 하늘은 어디서 어디까지라는 경계 구분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지금이야 하늘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참으로 큰 것은 밖이 없고無外 참으로 작은 것은 안이 없어無內 그 모양을 말할 수 없고 그 빛깔을 표현할 수 없다 했습니다 옛 사람은 사대四大를 말할 때 하늘 땅 임금 아버지라 했지요 요즘도 하늘 땅은 '큰 것'에 넣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왕을 수상을 대통령을 국가주석을 '큰' 범주에 넣으면 당장 어용으로 몰아부치겠지요 직장에서, 바로 윗사람도 장長자 뒤에 님을 딱딱 붙이면서 대통령에게는 존칭조차도 없습니다
따라서 사대를 얘기할 때 천대天大 지대地大 부대父大는 그대로 적용하면서 군대君大의 군君은 나라로 풀이합니다 나라가 소중한 거 맞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이끌어가는 국정최고책임자 역할도 중요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만 대통령이지 시민의 자리로 되돌아 온 뒤에도 계속해서 대통령은 아닙니다 자격의 유무를 떠나 단지 핏줄이 같다는 것 하나만으로 국민의 공의를 거치지 않고 대를 이어 그 자리에 앉은 자라면 군대君大로 추켜주지 않아도 됩니다
되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원수이기에 비판을 할 때는 날카롭더라도 군대君大에 넣을 수 있습니다 재야로 돌아올 사람이니까요 비판은 신란할수록 좋고 욕과 비하는 줄일수록 좋습니다 다 같은 인격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씨 '크다'는 질량의 큼도 있지만 중요성을 들어 표현합니다 이를테면 하늘이 크고 땅이 큼은 질량의 크기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이나 아버지는 다르지요 한 나라의 왕이 크고 한 가정의 아버지가 크다는 것은 왕이나 또는 아버지가 체구로 큰 것이 아니라 그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군대君大를 얘기하고 부대父大를 얘기합니다 여기서 부대도 그렇습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잖느냐고요 어느 세상인데 군대를 얘기하고 부대를 얘기하느냐고요 친대親大로 바꾸어야 한다고요 모두 좋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학문은 정직함을 요구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아버지의 권한이 절대적이던 때 쓰였거나 읽히던 책이라면 그 시대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문헌을 정직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오리지널 문헌은 바꾸지 않은 채 주석을 달아주는 것은 좋습니다
사대四大를 불교 입장에서 본다면 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입니다 자연의 원소는 90여 종이 넘지요 게다가 화학적 원소와 함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까지 더하면 자연계에는 112종의 원소가 주기율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크게 묶으면 흙 물 불 바람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대는 아니지만 불교에서는 또 삼대三大를 얘기합니다 삼대가 무엇입니까 첫째 체대體大입니다 둘째 상대相大입니다 셋째 용대用大입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원자의 큼體大입니다 모양 빛깔 소리 냄새 맛 등 질량을 가진 것들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물질의 큼相大입니다 생명을 가졌거나 갖지 않았거나 어떤 물질이든 그들 모두는 쓰임새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쓰임새의 큼用大입니다
하늘이 크고 땅이 크고 왕이 크고 어버이가 큼과 흙 물 불 바람의 큼이 어디에 들어가느냐 하면 원자와 물질과 쓰임새의 크기라는 이른 바 삼대三大에 다 들어갑니다
삼대에 들어있는 것이지만 워낙에 큰 것이기에 따로 얘기하면 사람大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사람이 두 팔 두 다리를 벌리고 선 당당한 모습을 본 딴 게 대大입니다
0151다섯 오五
다섯 오五자는 두 이二 부수입니다 이 다섯 오五자를 찾으려면 두 이二자 부수에서 뒤적여야지요 두 이二자는 하늘과 땅이고 가운데 깎을 예乂자는 하늘 땅이 얽혀있음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쓰는 속담 중에 "하늘과 땅 차이"란 말이 있습니다 너무 판이하게 다를 때 씁니다 선어록《信心銘》첫머리에 천지현격天地懸隔이 나옵니다 마음의 세계에서는 털 끝만큼도 오류를 인정할 수 없단 말씀이지요 그렇게 되었을 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에 따라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하늘과 땅은 엄청난 거리감을 갖고 있습니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이 둘은 전혀 거리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늘과 땅은 단 한 순간도 서로 떨어져있던 적이 없습니다 하늘 속에 땅이 들어있으며 동시에 땅을 떠난 하늘도 우리 지구 생명체에게 있어서는 결코 있을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한문의 다섯 오五자는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닌 글자입니다 빛과 그늘 낮과 밤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이 끊임없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서로 교류합니다 바람에 흙먼지 모래먼지가 날립니다 물은 수증기로 몸을 바꿉니다 불은 산소 없이는 불 붙지 않고 바람은 태양에너지로 인해 끝없이 순환합니다
어느 하나도 하늘 혼자만으로 또는 땅이 저 혼자서 이들을 운용運用하지는 않습니다
0152떳떳할 상常
떳떳함에는 부끄러움이 없고 당당하며 질서와 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떳떳할 상常자에는 옷의 마름질 디자인이 들어있습니다 내복의상乃服衣裳의 상裳에서 세상은 바지 입은 사람보다 치마 입은 사람이 많으며 바지가 육신의 옷이라면 치마는 정신의 옷이라 말씀드렸지요
바지와 치마는 본디 남녀구별의 옷이 아니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옷이 치마였습니다 인류가 부끄러움을 처음 알게 되면서 치부를 가리고자 풀잎을 엮어 허리에 두른 것이 옷의 시작이었지요 왜냐하면 남녀 누구나 처음에는 풀잎으로 바지를 만들 수 없었으니까요
바지가 등장한 것은 인류 역사상 최근의 일로 바지는 일하기 편리한 작업복입니다 우리나라는 바지가 일찍 등장했지만 바지 위에 입는 두루마기와 예복은 다 주름진 치마입니다 왕궁에서 대처에서도 동헌에서도 멋진 유니폼은 다 치마입니다
신부님들 옷이나 목사님들 옷이나 스님들 장삼 가사나 무슬림들의 옷이나 정신 노동을 하는 이들은 물론 중요한 자리의 예복은 치마입니다
의상 디자인의 발달은 바지가 아니라 치마였으며 작업복이 아니라 예복이었습니다 요즘은 패션모델에 남녀가 다 있지만 중세에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옷을 걸어둔 공간을 팬츠룸Pants-Room이라 하지 않고 드레스 룸Dress-Room이라 합니다
아무튼 치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법도가 생겨났고 법도는 질서가 되었고 법도와 질서는 사람을 당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상常은 수건 건巾부수에 나오는데 수건이 옷이고 옷이 의미값이고 오히려 상尙자는 소릿값입니다 할배파탈도 옷이 80%를 차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