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많이 걱정했다. 오늘도 날씨가 더우면 어떻게 하지 올라가실수 있을까? 10시30분에 현암에 예약까지 했는데 시간에 제때 도착을 못하면 등의 여러가지로 걱정하고 있을 때 남편있는데 톡이 왔다.
'내일 괜찮을까? 취소는 안돼?' 이 문장에 화가 나서 '취소 안됨. 그러고 10시 30분까지 예약했는데 가야하는데 9시30분 출발은 늦을거 같은데'라는 살짝(?) 가시돋친 글을 남겼다.
'어? 그래. 근데 가는 우리 마음이지 꼭 맞춰야해?'라고 답이 왔다.
'그렇네. 그럼 엄마, 아빠 모시고 천천히 가자.'하며 끝을 냈다.
그 후 다음날 준비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아침에는 이 걱정들을 비웃듯이 바람이 불어서 날씨는 좋았다.
남편도 생각보다 일찍 와서 빠르게 준비하고 출발했다.
입구에 와서 처음 예약한 현암까지 30분 걸린다는 말에 시간은 좀 있네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오르막길이여서 엄마가 걱정되었지만 이 또한 기우였다.
- 아빠랑 같이 사진 찍을려고 했는데 가연이를 데려다 주더니 그냥 나오심.
다행히 사진을 건짐...
아빠가 이렇게 웃으신 적이 언제일까? 바닥이 유리여서 무서워하는 가연이 보고 너네 아빠가 서있어도 괜찮으니 괜찮다고 했는데도 겁먹고 뛰어나오려는 아이보고 웃는 모습... 역시 아이가 있어야 하는 구나하며 아빠의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원래 걸음이 빠른 집안이라 예전보다는 늦겠지만 그래도 빠른 걸음이여서 생각보다 10분이나 일찍와서 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아 전화해보니 아직 준비중이라며 10시30분에 입장이 된다고 했다.
살짝 짜증이 났다. 더운데 문자에 일찍오라는 글을 왜 보낸거야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려서 문자로 조금 일찍오라고 했다고 하니 주변을 구경하고 계시면 정각에 열린다고 했다. 너무 서두른 엄마, 아빠가 피곤하실까봐 걱정한것이 이렇게 표현이 되었다.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밖의 풍경을 구경.
멋진 풍경...
뮤지엄 산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였다.
가연이가 사진 찍을 때 V한덕분에 크게 웃었다. 역시 초딩이라며
얼마만의 사진일까 코로나 전에는 엄마, 아빠랑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래서 사진을 찾아보니 찍새인 나는 당연히 없지만 뒷 모습만 남아있었다. 에휴 왜 이렇게 찍었지 하며 다음에는 앞 모습을 찍어야지 하고 있었지만 현암에 계시며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분께서 '사진을 찍어드릴께요. 폰 주시면.'얼른 드리면서 앞모습을 찍은 적이 없고 내 모습은 더욱 찍은 적이 었는데 ...라고 해서인지 뒷모습과 앞에서의 사진도 찍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이런 멋진 추억을 간직한 사진을 가질 수 있어서....
가연이가 아빠 사진 찍는 모습 ㅎㅎㅎ
10시30분 부터 11시30분 까지 인줄 알았지 어떤 곳인지는 전혀 알아보지 않아서 설명을 듣고는 걱정을 했다. 성격이 급한 아빠가 계속 계실지 '저번에 아빠 이런것도 드셔봐야 해요.' 하며 커피숍에 모시고 갔더니 커피를 5분안되어 드시고 가자하셨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오셔서는 '양이 너무 많더라'하셔서 '아빠 그건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먹으라는 거예요.'했더니 '어떻게 그렇게 있나. 난 커피믹스가 최고다.'하셨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명상도 하시고 공부하면서 알게된 '정가'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이거 할아버지께서 몸 흘들면서 많이 불러서 나는 되게 친숙하게 들려요.'했더니 놀라셨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너무 잘 부르셔서 글자를 모른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러고 할아버지 다리를 왜 절게 되었는지 안다며 일제강점기때 우마차를 끌고가는 데 말타고 가는 순사가 걸리적 거린다고 때려서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셔서 할아버지께 들었다고 하니 이번에는 아빠가 놀라셨다. 이렇게 대화가 없었다니 급 후회를 ....
이렇게 이야기 하는 중간에 벌써 한 시간이 지나 나왔다.
이곳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너무 멋있었고 위에서 바라본 산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뮤지엄 산에서는 계단을 올라가 보면 골프장이 보여 실망했는데 이곳은 그냥 하늘로 올라갈것 같았다. 한 폭의 그림처럼 하늘과 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위로 가는 길에 이렇게 부녀지간에 사진을 찍었다. 아빠랑 사진 찍자고 하면 까칠해지는 가연이가 오늘은 순순히 같이 찍어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점심 예약시간이 다 되어서 땀 흘리며 올라와 식히기 위해 앉아있었더 유원을 내려오는 데 뛰어내릴거라며 아빠를 부른 가연이였다. 무서워서 내려오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아빠에게 SOS
쉬원한 바람과 풍경이 좋아서 더 올라가지 않고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가연이의 귀여운 재롱도 볼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식당인 사담 (몽몽미방)에서 가연이 사진을 찍는 아빠와 남편...
예약하고 가서 보니 코스요리였다. 아빠 입에 맞지 않으면 짧게 '맛없다'라고 말씀하시는 아빠라 걱정했다.처음 나온 단호박 스프는 맛있게 드셨지만 샐러드를 남기고 별로라고 하셔서 스테이크는 어떻게 될까 걱정했는데 다 드셨다. 다음으로 나온 쵸코케익은 한 입에 휘리릭... 그러면서 '고맙네. 이런 것도 먹어보게 해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는 아빠였다. 여행때 맛집 검색을 해서 가서 먹으면 '이게 무슨 맛집이냐 기다리는 시간만 길고, 맛도 없구만. 다음부터 이런데 예약하지마.'하시는 분이셨는데... 이번 여행에는 여러가지로 놀라고 있다.
어딜가든 항상 뒤에 걸어가며 사진을 찍어서 앞모습이 잘 없다. ㅎㅎㅎ
여기에도 발 빠른 성격급한 아빠는 나가고 계신다.
소요헌의 설명을 보며 여기도 6.25격전지였다는 것을 알았다. 다부동만 알고 있었지 이곳은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길을 따라가면 이곳도 격전지 였는데 그러니 피카소가연결되었으며 소대가 다르게 보였다. 이름 없는 무명 용사들의 죽음....
소대가 여러 의미로 읽혀졌다.
소대를 올라가는 길도 다르게 보이고 가끔 보이는 빛 또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대 정상에서 찍은 사진... 울 가연이 최고 아빠랑 같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크게 다가왔다.
사색의 공간 사유원이 아니라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을 기리는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는 아직도 살아있다!!!
가연이를 업고(두번이나)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은 끝이났다.
집에 와서는 엄마, 아빠에게 같이 함께 여행 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으며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런 문자도 참 오랫만이며 아빠에게는 처음이었다. 아빠에게 바로 답이 왔다.
"고마워"라고 표현력도 없는 아빠의 이 단어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엄마랑 둘이 내려오면서 나보고 '너는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범위가 넓어서 걱정이다.' 라고 하셔서 '엄마랑 나는 애증관계인거 알아' 했더니 '왜?'라신다.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들들 볶았는지 알아 맏딸이라는 무게도 솔직히 그거 벗어나고 싶어 결혼했는데 남편은 친구 엄청 좋아고 술고래지 아이고. 아직 사는 것보면 둘이 똑같으니까 그런것 같고, 한가지 착각한 것은 몸만 나온거지 엄마랑 가까운 곳에서 산다는거지. 그래서 힘들때도 많았지. 하지만 지금은 엄마에게 받은 도움이 너무 많아 내가 참 이기적이었다는 생각많이해. 엄마가 이젠 이해되고. 엄마 가고 싶거나 먹고 싶은 거 있음 전화해. 찾아서 같이가자.' 했더니 '산악회에서 가서 괜찮아'하신다. 역시나 그렇다고 접을 내가 아니지 누구 딸인데 바로
"엄마 그렇게 가는 거랑 가족이랑 가는 건 달라 알면서. 다음에도 꼭 가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오늘은 아빠의 환한 웃음과 (가연이 덕분이긴 하지만) 엄마의 어릴 때 보았던 행복한 미소를 보는 행운도 누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