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두 여인
왕태삼
늦가을 터미널 입구에 두 여인이 피었다
금목서와 은목서
그들은 향기 아닌 향수를 풍기며 서 있다
고백의 뚜껑은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
오직 수많은 남자들의
화장대 앞에 줄서고 싶은 공개청혼의 아우성만 터질 뿐
꽃이란 꽃들 다 떠난 겨울역 앞에서 그들은
발끝에서 입술로 가는 차표를 사정없이 뿌린다
나체의 금목서야
혼기를 아홉 살 넘긴 옆집 누나야
늦바람 냄새를 무데뽀로 뿌려대지요
너는 금빛 여우꼬리가 달려서
엘리베이터 속에서 밤새 오르락내리락 떠돌지요
남자를 후비는 눈짓이 금세 들통나지요
그런데
반나체 은목서는
발랄한 여고 졸업반 애인이라서
내 영원한 첫눈이라서
내 가슴 꽃샘같이 눈뜨게 하죠
잠자는 겨드랑이에 스미는 달빛 속삭임이죠
카페 게시글
☆―왕태삼시 ☞
바람난 두 여인
왕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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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
23.11.03 06:3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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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은은하여 뒤 돌아가 코를 대면
잎가시가 질투하는 은목서.
이제 꽃은 지고나서 그리워질때
향기를 다시 느껴 봅니다.
그런데, 아직 금목서는 보질 못했네요.
금목서 향기가 이렇게 좋은줄 몰랐습니다.
전주역 마중길 지나는데 금목서가 제 발을 잡더라구요.
바람난 두 여인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