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get, 아버지가 자식을 낳다
이 작은 카페의 회원들 중에 외국 거주자들, 외국 국적자들과 외국어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책이나 잡히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소박한 성경영어 하나 올립니다.
NIV는 의역에 가까운 성경이고 KJV는 상대적으로 NIV보다 직역에 가까운 성경입니다. NIV는 현대어 성경이고 KJV는 고어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가끔 혹자들이 현재 우리가 보는 KJV가 17세기 영어라고 호들갑을 떨고 어려워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17세기 영어의 흔적이 조금 엿보이는 정도입니다. 진짜 17세기 영어로 쓰면 현대 영국인도 잘 읽지 못해요^^
KJV의 고어(古語) 분위기는, 한국인이 “말하기를” 하지 않고 “가라사대” 하고 “떠나가라” 하지 않고 “떠나갈지어다” 해도 알아듣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KJV에 극단적 세대주의자들과 킹제임스 유일주의 이단들이 흙탕물을 뿌려놔서 그렇지 성경 그 자체로서는 나쁜 성경은 아닙니다.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허니와이즈, 아래 사진)를 보면 KJV를 KJB(King James Bible)로 표현했는데요. 이 책에 나오듯이 KJV는 영국 국왕이 국책사업으로써 최고의 학자들을 동원해 만든 훌륭한 성경책이었습니다.
제(장코뱅)가 여러 번 보고 느낀 건데요. NIV에는 beget이 많이 안 나옵니다. KJV는 beget을 많이 써서 간단히 표현하는 것이 NIV로 쓰면 좀 말이 길어집니다(마1:2).
개역개정-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의 의미)
NIV- Abraham was the father of Isaac, Isaac the father of Jacob, Jacob the father of Judah and his brothers,
KJV- Abraham begat Isaac; and Isaac begat Jacob; and Jacob begat Judas and his brethren; |
begat는 beget의 과거형(=begot)입니다. ‘아버지A가 자녀B를 낳다!’로 KJV에서 쓰입니다. NIV는 beget을 쓰지 않으므로 ‘A는 B의 아버지이다!’(A was the father of B)로 돌려 말해 쓸 수밖에 없고, '낳다'의 의미가 조금 더 약하지요.
그런데 NIV마저도 beget을 쓸 수밖에 없고 아버지가 자식을 낳을 때는 beget을 쓴다는 것이 확실한 구절이 있습니다(이사야서45:10).
NIV- Woe to him who says to his father, 'What have you begotten?' or to his mother, 'What have you brought to birth?'
개역개정- 아버지에게는 무엇을 낳았소 하고 묻고 어머니에게는 무엇을 낳으려고 해산의 수고를 하였소 하고 묻는 자는 화 있을진저 |
아버지가 자식을 낳을 때에는 beget을 쓰는 것입니다.
이 beget는 독생자를 표현할 때 성부가 성자를 낳았다! 는 표현을 쓸 때 유용합니다(요1:14).
개역개정-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NIV-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We have seen his glory, the glory of the One and Only, who came from the Father, full of grace and truth.
KJV-And the Word was made flesh, and dwelt among us, (and we beheld his glory, the glory as of the only begotten of the Father,) full of grace and truth |
NIV도 좋은 성경이고 유일하신 성자를 표현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KJV는 beget을 써서 직격으로 ‘아버지가 아들을 낳았다’로 표현한 장점이 있습니다. 아버지에 의해 태어난(begotten) 의미가 더 명확해지지요.
beget(현재)-begat(과거)-begotten(과거분사&수동태) |
예수님은 하나님의 독생자(the only begotten Son, 요1:18)이시고 성도들은 하나님의 자녀들(sons of God, 롬8:14)입니다. 영어성경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위격(성부 성자 성령)에는 대문자 S를 쓰고 일반 인간에게는 소문자 s를 씁니다. 독생자는 유일무이하시니 언제나 단수(singular)이시고 하나님의 자녀들은 여러 명이니 복수(plural)이겠지요.
첫댓글 장가방님 진짜 박식하세요~~
과찬이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오히려 suntcha님께 배울 게 있을 것 같습니다. 격려 댓글에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좋은 댓글에 정말 감사합니다.^^
본문에 썼지만 현재 우리가 보는 KJV는 현대어 스타일로 조정한 것이고 KJV 오리지널은 아닙니다. (아래에 스나이퍼님이 좋은 사례를 보여 주셨네요) 철저한 개혁주의 신학의 거목인 루이스 벌코프도 AV(Authorized version)를 자신의 저서에 인용하는데요. 그 AV가 KJV이고요. 칼빈주의자들이 애독하던 제네바 성경(Geneva Bible)은 KJV와 번역 내용이 비슷합니다. 이단들이 KJV를 본다고 해서 KJV가 이단인 것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JV를 배제하면, 좋은 대안으로(@++)
NASB를 추천합니다. 현대 영어이고 KJV보다 직역에도 훨씬 가깝습니다. 그리고 개역개정 한글성경과 흐름이 비슷합니다.
NASB를 개역개정, NIV와 병행하여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트북이나 탭북 정도에서 대조독서 하면 금상첨화이겠요.
@Be flat 님께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하고요.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되요. NASB는 직역에 가깝고 홀리넷 등에서 접근도 쉬워요.
@Be flat 홀리넷 주소는 http://www.holybible.or.kr/ 이고요.
아래는 노트북에서 좌측에 NASB 우측에 NIV 대조한 사진입니다.(클릭 시 확대가능)
(1)
흠정역(kjb)은 언제나 흥미로운 사료이자 영어에 관심이 있는 있는 이에게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매력 있는 성경인 것 같습니다.
1611년의 로버트 바커가 인쇄한 원본은 이렇네요.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다 보니 요즘 것은 처음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1The booke of the generation of Iesus Christ, the sonne of Dauid, the sonne of Abraham.
2Abraham begate Isaac, and Isaac begate Iacob, and Iacob begate Iudas and his brethren.
3And Iudas begate Phares and Zara of Thamar, and Phares begate Esrom, and Esrom begate Aram.
https://www.kingjamesbibleonline.org/1611_Matthew-Chapter-1/
아마 현대의 kjb는 개역개정, 1611년판 원본은 거의 송강 정철의 가사 같은 느낌일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영미권의 기독교 영향이 있는 집안이라면 끊임없이 노출되었으니 그것보다는 읽기 수월하겠습니다.
좋아요^^ 사실 독일어와 비슷한 게르만어 흔적도 있었어요. 1611 오리지널에요. 독일어는 a umlaut가 현대에도 있는데 1611 KJV 오리지널에는 그 흔적이 있었어요. 현재 핸드폰 자판이라 못 쓰는데...ㅠㅠ ae로 써서 아 입모양에 에 라고 읽는 움라우트가 1611년판에 있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KJV는 현대어로 조정한 것이에요.
님이 링크한 부분의 sonne, Dauid, Iesus 등이 좋은 현대 KJV와 1611 KJV가 다른 예입니다. NKJV는 거의 완전히 새로 번역한 것이고요.
(2)
서초 대한성서공회에서 실물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또 전주에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 사진이 제가 직접 찍었던 거인 모양입니다.
저는 어미가 자식을 낳는 것이 bear인 데 반해 befather 정도가 있는 줄 알았는데 kjb에 beget라고 되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근대 영어(셰익스피어 혹은 엘리자베스~제임스 일 세 등 시기 문서)와는 달리 현대 영어에서 thou-thee-thine 같은 이인칭대명사는 극소수 방언에서만 쓰는데, 아마 kjb가 완성될 무렵에 이미 영국 남부(흔히 표준으로 여기는) 방언에서 대체로 예스러워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는 것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합니다. 물론 상대에 대한 존칭이자 복수형인 you로 모두 교체되었고 동사의 굴절이 독어 등과 달리 유난히 많이 사라졌는데 정말 희한하게 현대 교계에서는 오히려 과거에 예삿말과 같았던 thou를 하나님, 예수님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니 이런 역설이 있나 싶습니다. 또한 그 이전 영역본들인 윌리엄 틴들 성경(종교 개혁 시기 최초의 영역 성경인데 쓰던 도중 화형당함), 제네바 성경, 주교(bishop) 성경 등을 보면
@SNIPER777 아주 좋아요^^ 스나이퍼님 저와 좀 통하는 게 있네요.
프랑스어를 쓰던 노르만인들이 영국을 침략하기 전까지는 영어에 게르만어 특성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어요.
이 카페에 있는 테오도르 베자 게시판의 베자가 칼빈이 시작한 제네바 성경 실무자였고 실질적인 미션 종료자였는데요. 1599 제네바 성경과 KJV는 사촌형제(?) 쯤으로 비슷해요.
서초동 성서공회에 저도 가보았습니다.^^
@장코뱅 (3)
kjb가 이전 성경들의 문체를 어떻게 계승하였는가를 알 수 있어, 딱히 1611년 당시에도 완전히 '현대어'로 쓰인 건 아닐 수 있겠다 생각해 봅니다. 애초에 저러한 영국식 blackletter 서체 자체가 당시에 이미 구닥다리였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영미권은 1611년판에서 서서히 변해 온 영어판을 아직도 자주 쓰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에 비하면 현대 국어가 워낙 짧은 시간 표기와 언어 자체가 많이 달라져, 제가 유독 좋아하는 1910년대 '셩경전셔'도 충분히 예스러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는 사서삼경 언해나 두보 언해 같은 것이 국어에 지속하여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압니다. 영어도 그렇고 표기가 바뀐 것에 비해 입말의 변화는 그보다는 적은데요(불어는 반대일까요)
kjb의 예스러움을 계승하고 단점은 극복한 것이 또 많은 걸로 알지만, 저는 esv가 그렇게 공부하기 좋다 하여 주석이 많은 esv study bible하고 희랍 성경을 사서 공부하면 어떨까 생각은 해 봅니다. 아래 유튜브 채널은 영국의 역사학 전공자가 여가로서 영어사를 깊이 연구하여 파고드는 채널인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SNIPER777 (4)
https://www.youtube.com/channel/UChnRk6mxWsSOGElm8phdSxw
쓰던 중 보았는데 저기 Ä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베자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이 카페부터 봐야겠네요
무식한데 오랜만에 아는 분야가 나와 흥분하여 쓴 장문 양해 부탁 드립니다 ㅠ
@SNIPER777 괜찮고 저는 오히려 좋아요^^
ae 형태로도 썼습니다.
@장코뱅 너무 사족 같아서 쓰는 것이 맞을런지 모르겠지만, 참고가 되실까 해서 올려 봅니다. 최근 읽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의 '수학 입문' 중 한 대목입니다. 1911년경 출간되었습니다.
æ 자는 흔히 ash(æsh)라고 부르는 자체(합자, ligature)로 알고 있습니다.
archæology, encyclopædia, formulæ, mediæval, pæan 등 한 백 년 전에만 해도 영국 영어에서 라틴어나 희랍어 어원 단어 표기에 심심치 않게 쓰던 것인데 웹스터 같은 미국인이 e로 대체하고, 또 타자기에서 빠지며 많이 사라지기 시작한 걸로 압니다. 아직도 종주국 영국에서는 ae로나마 쓰는 것 같습니다(브리태니커 백과의 제호에는 심지어 지금도 사용).
https://en.wikipedia.org/wiki/%C3%86
https://archive.org/details/introductiontoma00whitiala
@SNIPER777 네, 맞습니다. 아마 중고등학교에서 지금은 덜 쓰나요? 링크 글에도 나오지만 발음기호(IPA)에도 ligature 원리가 쓰이는 것 같고요.
그리고요. 지금 독일에서도 자판에 움라우트 없으면 편의상 ae, oe로 씁니다.
영어든 독일어든 개념언어, 특히 명사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온 것이 많습니다. 라틴어 학교는 정식 중고등학교가 생기기 전 유럽에서, 대학 가기 전의 중고등부 교육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어쨋든... 성경과 신학과 교리는 언어와 함께 갑니다. 언어"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어"에 감각이 있으면 나쁠 것이 없습니다. 스나이퍼님은 신학도 잘 하실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좋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저는 esv를 메인으로 보고
niv, net, nasb, nlt 까지 참고해 보는 편입니다.
esv만으로 이해가 어려운 부분에서 다른 역본들도 상당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kjv는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ㅎㅎ...
nkjv도 가끔씩 참고는 하는데 위에 제가 말한 다섯 가지 역복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KJV는 이단들(극단적 세대주의, 킹제임스 유일주의)이 흙탕물을 끼얹어서 그렇지만 나쁜 성경은 아닙니다.
KJV는 성자 위격의 "the only begotten Son"(독생자) 특성을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루이스 벌코프가 인용하기도 한 역본(Authorized version)이었고요. 칼빈주의자들이 애독하던 제네바 성경(Geneva bible)과 번역이 비슷하고 같은 계열의 것입니다.
NASB는 여호와의 이름에서 우리 개역개정과 흐름이 같기 때문에 좋고 접근이 쉬운 현대영어 성경 중 가장 직역에 가깝습니다(아래 사진 클릭 시 확대가능). NLT는 NIV보다 더 강한 의역입니다. ESV는 직역과 의역 중간으로 무난한데 국내 출판사 번역본은 오탈자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영문 사이트(무료)에서 직접 읽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