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복숭아묘목
지난 봄 애써 심어놓은
복숭아 묘목을
어제 가보니
여섯그루나 뽑아가 버렸다
도둑을 맞은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 지지난 날 밤
누군가 나무를 뽑아가 버린 것이다
인근 사람의 소행일까?
낚싯꾼의 소행일까?
나무를 잘 아는 자의 소행일까?
생각해 보다가 그만
복숭아 나무 크면 일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여섯 그루의 양을 덜어주었구나
하고 스스로 위안하고 말았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여름에는 남의 참외서리 수박서리 복숭아서리 감자서리
밀찜에 보리찜도 한몫했었다.
가을에는 감서리 고구마서리
겨울에는 닭서리 토끼서리 꿩사냥 비둘기사냥 등등
그것들이 성행했었다
배고픈 시절이라 그랬을까?
그런것들이 농촌의 미덕이 되었고
또 붙잡히면 되게 얻어맞고 욕사발을 듣기도 했으나
그냥 그러고 말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엄연한 도둑이 되고 말았다
나도 기억하기에
너댓번은 족히 그런 서리를 했었던 것 같다
그게 의당 성장기의 행사처럼
자랑스러이 여기기도 했었다
또한 우리 장태구멍의 닭도 토끼도
밭의 참외도 수박도
마찬가지로 서리를 당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그 농부들이나 주인들이 얼마나
가슴시리고 아까워하고 안타까워 했을까?
또한 닭이며 토끼며 꿩이며 비둘기들은
그 생명들은 또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그 시대에 아무도
생명에 대한
남의 소유물에 대한 생산물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진
이야기를 해주는 자는 없었고
오직 가혹한 처벌과 도둑이라는 죄인이라는
압박으로만 제어하고 통제하려고만 했었다.
그냥 두렵고 무서워서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복숭아묘목을 도둑 맞고
복숭아열매를 서리 당했다면
이해가 가겠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나무를 다 뽑아가느냐고
친구가 안타까워한다
하긴 이 복숭아 묘목을 심을 때
이 탐욕의 바다 아수라장 판에
웬지 누군가 이 묘목을 뽑아가지나 않을까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 불길한 예감이 여지없이
적중한 셈이다
아무튼 저 복숭아묘목이 필요한 그 누군가 도둑님의
소행이었으리라
남은 복숭아 나무를 또 도둑질해 간다면
거기
복숭아묘목 도둑님 아예 필요하거들랑
다 뽑아가시오
라고 팻말을 붙이는게 낫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실없이 웃고 만다
살면서 보니 작은 실수라도 잘못이라도
엉겁결에 저질렀던 것이라도
언젠가는 내게 몇갑절 더 큰 고통으로
모조리 되돌아오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였다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고
또 잘못된 지금의 결과는
커다란 원인으로 남게되어
반드시 되돌아오는 인과응보의 이치를 느끼게 된다
철 없었을 적 나도 몰래 저질렀던 크고 작은 잘못과
거짓과 과실들을 되짚어보며
복숭아묘목 도둑맞은 결에
그놈의 인생이란 것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잘났다고 떠드는 오만과 교만과 독선의
저 지위와 권력의 과보라는 것도
우선 먹기는 좋지만 그 뇌물이라는 과보라는 것도
찰나의 욕정에 눈이 멀어 저지른 미투라는 과보라는 것도
한술 밥과 한잔 술과 요정 성접대라는 과보라는 것도
모조리 언젠가는 제 스스로가 몇갑절로 되돌려 갚아야하는
또는 요행히
안 걸리면 되지 세상사 다 그렇고 그런거지 하고
꿀꺽꿀꺽 삼키고 욕심 껏 아부하고 챙기며
잘 살아온 전 인생을 송두리째 몽땅 짓밟아 바쳐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마는
인생의 커다란 과오요 커다란 빚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조상들도
3대 부자 없다고 했던 것일까?
어찌 이 혼탁한 세상을 살아오고 또 살아가면서
작은 티끌도 없는 맑고 맑은 인생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스스로 맑지 못한 몇몇 티끌들이
아니 그렇고그런 크고 작은 과오들이 가슴을 친다
그러나 저러나
이놈 복숭아묘목 도둑 맞은 탓에
복숭아 과수는 해야될까 말아야 할까?
실상은 그게 더 큰 걱정이다
도둑이 극성을 떨어 어쩔 수 없이
인연이 안된다면 운명으로 알고 접어야 할것이다
다 망한 농사에 희망 없는 다된 인생 막장 살이에
돈 해보자고 복숭아묘목 심은 것도 아닌데
38그루에서 6그루 도둑 맞았으니
이제 32그루
그것 심어
빈 밭농사 잡초매기 고통도 덜고
꽃 보고 열매 맺으면
이 사람 저 사람 열매 나누어 먹는 재미려니 했으니
도둑 좀 맞았기로서니
이 세상 종국에는 죄다 두고 가야만 하는 인생살이인데
그까짓 것 무슨 미련이 있으랴!
복숭아묘목 도둑맞은 결에
괜스레 생각없이 마구잡이로 살아온
너절너절한 지난 인생을 낱낱이 다 헤집어보고
또 고단한 남은 살일을 헤아려보며
홀로 별생각을 다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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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시 탁월하신 고구마님의 촌평이십니다. 마라도 이어도 예리한 비유에 깜짝놀랐습니다. 박장대소를 하게 합니다. 모처럼 시원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혹여 양키들이 6그루 가져가버린 것일까요? 그리하여 우리 민족이 통일을 가져올수 있는 것일까요? 더구나 소싯적의 저의 서리한 것까지 퉁쳐 버렸으니 이도 양키들이 접수한 것일까요?
아무튼 고구마님의 맛깔나는 해석에 길길조라는 말씀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누가 배우고 주인인지 가름할 순간이 올것 같은데...... 이미 다 눈치 까인것 아닌가요... 아무튼 고구마님 건필 건강을 기원합니다. 좋은 날들 되시옵길 감사합니다^^
고구마님 해몽이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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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닥불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과수는 처음인데 밭 잡초 고민하다가 후배가 권해서 심었는데 도둑을 맞았네요 ㅋㅋㅋ 관심의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밤되시기 바랍니다^^
@모닥불 모닥불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희 밭에는 상추를 심었는데 낚싯꾼들이 냉이며 상추를 다 뜯어가 버리더군요. 그리고 쓰레기조차 잔뜩 버리고 갑니다. 길가의 꽃도 밟아버리고....... 남의 생산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한데 ..... 대파로 속 좀 상하셨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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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봄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더 좋을 듯 싶군요 ㅎㅎㅎㅎㅎ 다 그러려니 하여야겠지요. 고향의봄님 좋은 위로의 말씀 들으니 아주 좋습니다 항상 건필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시골 본가의 둑 아래 작은 텃밭이 길가쪽으로는 지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많이 서운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몫이려니 합니다.
적선했다 생각하세요.
작년에 집앞 골목 어귀에 복숭아 묘목을 심고는 그 중 한두개만이라도 맛을 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한일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