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도 벌써 떨어졌네” 美 마트 계란 코너마다 한숨
[정시행의 뉴욕 드라이브]
값 작년의 3배 ‘에그플레이션’
계란 뺀 요리법 유행, 밀수까지
뉴욕=정시행 특파원
입력 2023.01.27 03:00
지난 10일 미 메릴랜드의 한 식료품점에 '시장 상황 때문에 부득이하게 계란값을 올리게 돼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계란 12구(dozen) 기준 1달러대로 가장 값싼 양질의 단백질로 서민의 식탁을 책임졌으나, 지난해 조류독감과 닭 모이 농가들의 작황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가격이 2~3배 급등, 미 역사상 계란값이 가장 비싼 상태다. /AP 연합뉴스
지난 10일 미 메릴랜드의 한 식료품점에 '시장 상황 때문에 부득이하게 계란값을 올리게 돼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계란 12구(dozen) 기준 1달러대로 가장 값싼 양질의 단백질로 서민의 식탁을 책임졌으나, 지난해 조류독감과 닭 모이 농가들의 작황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가격이 2~3배 급등, 미 역사상 계란값이 가장 비싼 상태다. /AP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한 대형 식료품점. 계란 코너로 헐레벌떡 달려온 40대 남성이 텅 빈 매대를 보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오늘도 못 샀네.” 바로 앞서 뛰어온 여성이 상기된 얼굴로 카트에 담아간 계란 두 판이 이날의 마지막 계란이었다. 40대 남성은 기자에게 “여긴 계란 24개가 7.59달러(약 9340원)로 주변에서 제일 싸다. 다른 데선 12개에 5달러(약 6150원)가 넘는다”며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계란 값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 해 전 1.79달러 정도였던 계란 12개의 전국 평균 가격은 현재 4.25달러로 137%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지역에선 7~8달러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미 고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대비 6.5%로 둔화됐지만, 필수 식료품인 계란은 급등하며 다른 식품은 물론 내구재·주거비 등 모든 항목을 제치고 상승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재료비가 오르면서 뉴욕 식당에서 지난 가을 6~7달러 하던 오믈렛 가격은 요즘 20~30달러까지 뛰었다. ‘엑스펜시브(eggspensive·계란+비싸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 텍사스의 한 양계농가의 모습. 미국에선 지난해 역대 최악의 조류독감으로 닭 5000만마리 이상이 폐사되면서 계란값이 크게 치솟았다. /AFP 연합뉴스
지난 23일 미 텍사스의 한 양계농가의 모습. 미국에선 지난해 역대 최악의 조류독감으로 닭 5000만마리 이상이 폐사되면서 계란값이 크게 치솟았다. /AFP 연합뉴스
미국 계란값 폭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세계를 휩쓴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조류 인플루엔자로 닭이 5000만마리 이상 폐사했다. 더욱이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비료 값 폭등으로 중서부 ‘옥수수 벨트’ 작황이 악화돼 닭 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 닭을 풀어 기르도록 규제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양계 농가와 소비자들은 “계란 도매가(3달러)에 비해 소매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유통 업계의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 감독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계란 값이 고공 행진하며 “부활절에 계란 대신 감자에 색칠해야 할 판” “계란판 들고 청혼하려 한다”는 ‘웃픈’ 농담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와 유명 요리사들은 빵이나 케이크를 구울 때 계란 대신 우유나 두유, 아마씨 등을 이용하는 새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일부 국경 지역 주민이 차를 몰고 멕시코나 캐나다로 넘어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계란을 사오다 국경수비대에 적발된 사례가 최근 3개월 새 2~4배 폭증했다. 날계란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농축산물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1만달러 벌금을 물어야 함에도 ‘계란 밀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이래 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미국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가 싼 계란을 사오다 적발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자가 압수한 밀수 계란을 들어보이는 모습. 이 경우 농축산물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1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 제공
지난 연말이래 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미국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가 싼 계란을 사오다 적발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자가 압수한 밀수 계란을 들어보이는 모습. 이 경우 농축산물관리법 위반으로 최대 1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 제공
매일 먹는 계란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뒤뜰에서 직접 닭을 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중부 농촌이나 교외 지역은 물론 뉴욕 외곽에서도 닭 4~5마리를 닭장 설비와 함께 판매하거나 빌려주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이와 관련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작년 전국에서 1200명이 닭을 치다 살모넬라균에 감염됐고, 2명이 숨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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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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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과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를 보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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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rab
2023.01.27 06:49:52
방구석기자 번역만 하다보니 현지상황 잘 모르는듯
답글작성
32
1
지리산 반달곰
2023.01.27 06:19:59
엇그제 코스코 가서 계란한판(20개 $6.99) 샀는데!!.. 언론의 장난이 심하구먼...
답글작성
27
2
마구대
2023.01.27 07:17:40
우리나라 계란값도 같은 수준인데? 그럼 우린 얼마나 비싼거야? 아니면 미국이 쌌던거였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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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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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로와
2023.01.27 08:49:38
기사속 미국에서 싼 계란 24개 $7.59(@389원) 12개 $5(@512.5원) 코스코 20개 $6.99(@468.3원) 한국 계란 유통현황 가격 1월 25일 일반란 기준 특란 146원, 대란 140원 중란 129원 국내산 계란이 비싸다고요? 한번 확인해보세요^^
Zstellar
2023.01.27 07:58:50
Walmart에서 3년 전, 한때는 계란 Extra Lager 18개가 78cent를 해서 기가 막혔는데 이제는 같은 것이 $8.50을 줘여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제 계란요리가 고급식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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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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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로와
2023.01.27 08:58:16
18개 $0.78이면 계란 개당 53.3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몇년전 대형마트 세일때면 흔히 볼수 있는 가격이었죠
프라우다
2023.01.27 07:14:21
몸이 허한 사람들 비싼 보약 찾지 마시고 끼니 때마다 달걀후라이 하나씩 곁들이세요.그게 돈도 아끼고 몸에 훨씬 좋습니다.어릴적엔 달걀은 무척 귀한 식품이였는데 요즘은 최저임금으로 한시간만 일해도 마트가서 달걀 50개를 살 수 있다.참 풍요로운 세상이 됐다.그런데도 영양부족에 씨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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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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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master
2023.01.27 08:28:41
2020년 코로나 때 마트 휴지 아주 일시적으로 퓸귀였는데도, 완전 구하기 힘든 것처럼 조선일보 대서특필했죠. 그런 논조는 좌파신문 전매였는데, 조선일보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잠시 헷갈렸었죠. 그때 그때 기준없이 왔다 갔다 하는것처럼 보였고, 편집국에 컨트롤 타워가 없어 보이더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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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
bu
2023.01.27 07:15:40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연료로 인한 난방비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우리나라도 난방비로 서민들이 매우 어렵게 겨울을 나고 있다 대외적인 여건으로 인한 어려움이 모든 곳에 닥쳐왔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마음을 더욱 다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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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1.27 07:10:03
'이상기후와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비료 값 폭등'(?) 한자어와 순우리말 합성어로서(비료+값)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면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비료깝] '사이시옷(ㅅ)'을 받치어 '비룟값'으로 적는다. <우리말샘>비룟값(肥料값) [명사]비료를 사는 데 드는 비용.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내는 ‘값’은, 앞말이 순우리말이든 한자어이든 앞말에 붙여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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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몽
2023.01.27 08:38:02
어차피 지구란 별은 변덕스럽고 포악하며 거기 사는 인간은 전쟁이 끊이질 않는다. 평화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니 고슴도치처험 정신차리지 않으면 고종,민자영 나라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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