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같이 마시면 과연 친해질까?
글 : 한근태
인용자 : 110% 공감
술을 마셔야 친해진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친해질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데 과연 그게 진실일까?
그럼 강남 신세계 백화점 11층에서 술 없이 웃고 떠들고 행복해하는 아줌마들의 우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회식을 하지 않는 구글이나 아마존은 어떻게 우리보다 더 단단한 팀워크를 유지하는가?
매일 술을 마시지만 늘 노사분규를 하는 한국의 제조업체는 무엇인가?
술 마신 양으로 따지면 모두 글로벌 탑에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
술이 윤활유 역할을 하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인은 막걸리를 저수지 한 개 만큼 마셨다고 자랑까지 늘어놓는다.
나 역시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부드럽게 하는데 술이 필요하다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이게 본질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단기적으로 친해진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착각한다.
사실은 친해진 게 아닌데 친해진 걸로 생각한다.
술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술은 친해지기 위한 수단이다.
근데 많은 사람들은 술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친목이란 명목하에 먹고 마시는 것이다.
그러다 좀 더 술을 마시면 친해지는 대신 싸우기 시작한다.
친목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친목을 깬다.
맨 정신에 해야 할 말을 만취 상태로 하면서 다음 날에는 본인이 한 말조차 기
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 君子之交(군자지교) 淡如水(담여수) 小人之交(소인지교) 甘若醴(감약례)
▶군자의 사귐은 담박(淡泊)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가 단술과 같다.
담(淡) - 묽다, 싱겁다, 담백하다.
례(醴) - 단술, 달다, 좋은 맛.
▶ 같을 여(如), 같을 약(若)이 쓰인 대등 비교의 문장이다.
군자와 소인의 사람 사귐을 비교한 글이다.
유덕(有德)한 군자와 부덕(不德)한 소인은 인간관계에서 그 차이가 구별된다. 군자는 물처럼 맑고 맛이 담박하다. 처음 사귈 때나 오래 사귄 뒤나 차이가 없다. 늘 변함없이 시종여일(始終如一)하다. 물이 담박(淡泊)해 오래 돼도 변질하지 않음과 같다. 친구가 출세(出世)했다 해 호들갑을 떨며 친밀(親密)함을 과장(誇張)하지 않으며 친구가 어렵게 됐다 해 멀리하고 박대(薄待)하지 않는다.
소인(小人)은 이와 반대다. 소인의 사귐은 처음과 나중이 다르다.
처음 사귈 때는 온갖 듣기 좋은 말로 호감(好感)을 사고 친밀감을 나타낸다.
정분(情分)이 유별나다. 마치 간(肝)이라도 내 줄 것처럼 희생적(犧牲的)이다.
세상에 이렇게 인정 많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처지가 변해 그 친구에게서 얻을 이익이 없어졌을 때 소인(小人)은 태도가 달라진다. 안면(顔面) 몰수(沒收)도 서슴지 않는다. 무시(無視)하고 박대(薄待)한다. 야박(野薄)하리 만큼 이기적(利己的)인 본색(本色)을 들러낸다.
단술은 처음 만들어 먹을 때는 달고 맛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변질(變質)된다. 단 맛은 사라지고 점점 시고 역(逆)하다. 끝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된다.
소인(小人)의 사귐이 변질(變質)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유별(有別)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단술은 어쩌다 한 번 먹기에 족할 뿐 항상 먹을 음식이 아니다.
이유 없이 유별나게 정분(情分)을 과시(誇示)하는 사귐은 오래 가지 못한다.
군자의 사귐은 항심(恒心)이나 소인의 사귐은 항심(恒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