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遺棄)된 자들은 하나님의 예정(豫定)에 의해서 회개(悔改)치 않고 멸망(滅亡)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를 반대하는 자들은
몇몇 소수의 성경 본문들을 인용하면서
사악한 사람들은
공공연한 반항을 일삼으며 저지른
자기들의 범죄로 인하여 죽음을 자초할 뿐이며,
하나님이 자기의 결정에 따라서
그들을 멸망에 이르도록 하시지는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버릇이 있다.
그러므로 간략하게 이러한 본문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이 우리가 앞에서 개진한 입장과 배치되지 않음을 증명하도록 하자.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겔 33:11)라는
에스겔 선지자가 전하는 말씀이 그 첫째 자리를 차지한다.
만일
하나님이 이 본문을 전체 인류에게 적용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면,
왜 자기의 청함을 받으면 받을수록
날마다 마음이 더 완강해 지는 자들보다
마음이 더 온순해서 순종에 이를 만한 자들에게
회개에 대한 더 많은 격려를 하지 않으셨겠는가?
그리스도가 증인이 되시듯이,
복음의 선포와 기적들은
유대에서보다 니느웨와 소돔에서 더 많은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참조. 마 11:23; 12:41).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는 것을 원하셨다면
왜 비참한 가운데 있으나
은혜를 받을 준비가 더 잘 된 사람들에게
회개의 문을 열지 않으셨겠는가?
여기에서
선지자에 의해 언급된
하나님의 뜻과
택함받은 자들을 유기된 자들과 구별하시는
그의 영원한 계획이
서로 배치된다고 여기는 자들은
본문을 심히 왜곡시키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본문에서 선지자가 의도하는 참 뜻은
오직 회개(悔改)하는 자들에게만
은총의 소망(所望)을 일으키는 데 있다.
그 소망(所望)의 요체(要諦)는 의심할 나위 없이
하나님은 죄인이 회심(回心)하면
그 순간 용서(容恕)하실 준비(準備)를 하고 계신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죄인의 회개를 원하시는 한 그의 죽음을 원하지 않으신다.
우리의 경험이 가르치듯이,
하나님은 친히 자기에게로 초대하시는 자들의 회개를 원하시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感動)시키지는 않으신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삼아
하나님이 거짓되게 행하신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외적(外的)인 음성은
그것을 듣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을
단지 핑계하지 못하게 할 뿐이지만,
사람들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는
그의 은혜에 대한 참된 증언으로 여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죄인의 죽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는 선지자의 교훈은
신자(信者)들에게는
그들이 회개에 이르면 그들 앞에 하나님의 은총이 즉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고,
불경건(不敬虔)한 자들에게는
그들이 하나님의 관용과 자상하심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그들 자신의 범죄가 배가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려는 뜻에서
계획되었다는 것을 깊이 고려하도록 하자.
따라서
회개(悔改)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자비(慈悲)에 상응해서
함께 일어난다.
진정 에스겔 자신은 물론 모든 선지자와 모든 사도는
회개(悔改)가 누구에게 주어지는지를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 칼빈의 예정론(기독교강요(3권 24장 15)-라틴어 최종판 직역, 생명의 말씀사, 문병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