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불 마인드>는 94년 노벨상을 수상한 존 내쉬의 삶을 다룬 뉴욕 타임즈의 기자 실비아 네이사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론 하워드 감독에게는 감독상을, 알리샤 내쉬역의 제니퍼 코넬리에게는 여우 조연상을, 원작을 각색한 아키바 골드만에게는 각본상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1949년 27쪽 짜리 논문 하나로 150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한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이다. 당시 20살이던 존 내쉬는 기존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었던 인물이지만, 대학 졸업후 발병한 정신분열증으로 50여년간을 고통속에서 살면서도 이 병을 극복하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 영화보다 극적인 삶을 살았다.
40년대 당시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한 천재가 카네기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캠퍼스를 술렁이게 만든다. 너무도 내성적이라 무뚝뚝해 보이고, 오만이라 할 정도로 자기확신에 차 있는 수학과 새내기 존 내쉬(러셀 크로扮).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두뇌와 수려한 용모를 지녔지만 괴짜 천재인 그는 자신만의 '오리지날 아이디어'를 찾아내겠다는 화두에 매달린다.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역시 괴짜 룸메이트 찰스 허만(폴 베타니扮)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들른 술집에서 금발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친구들의 경쟁을 지켜보던 존 내쉬는 섬광같은 직관으로 기존의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을 뒤집는 자신의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한다. "우리 모두가 저 금발에게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이면 금발은 더욱 도도해질 것이고 금발의 친구들도 질투심 때문에 우리를 멀리 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금발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금발은 초초해질 것이고 금발의 친구들은 자연스레 우리와 먼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발도 우리중 누군가하고는 춤을 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론 수학에 집착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든다. 비둘기가 움직이는 동선, 축구선수들의 움직임을 수학적인 공식으로 나타내려 한다. 졸업후 MIT교수가 되고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어느 날 정보기관의 요원 윌리엄 파쳐(에드 해리스扮)가 찾아 온다. 소련의 암호가 점차 고도화 되어가고 있는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극비의 임무는 점점 위험을 불러오고 소련 정보기관으로부터의 위협이 높아져 간다. 이 과정에서 MIT에서 그의 강의를 받는 미모의 알리샤(제니퍼 코넬리粉)와의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데,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 그는 정부의 일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는 자신을 싸고 도는 위험인물들에 대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런 과정에서 아내는 정신과의사의 도움을 청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병명은 ‘정신분열증’이다. 영화는 여기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는데, 정보요원 윌리엄 파쳐나 그의 룸메이트 챨스 허만 그리고 허만의 조카 마시(비비안 카톤扮)은 모두 그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의 인물이다. 자신의 팔 속에 이식되었던 인식표도 없고.... 하지만 영화에서의 반전은 비교적 미약하여 판단이 쉽지않게 한다.
정신분열증은 영어로 'schizophrenia'이다. 이 병명은 1908년 심리학자 유진 블륄러가 붙였는데, schizo는 분열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phrenia는 가슴과 배사이에 있는 횡격막을 의미한다. 즉 'schizophrenia'는"분열된 마음"이란 뜻을 나타낸다. 이전에도 정신분열증을 다룬 영화는 많았다. "할로윈"시리즈에서처럼 살인자로 묘사되거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로부터 잭 니컬슨의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짐 캐리의 "미 마이셀프 아이린"까지 수많은 영화에서처럼 괴벽을 지닌 미치광이로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신과 의사 글렌 가바드가 정신분열병 환자가 나오는 영화 400여편을 분석했더니 "뷰티풀 마인드" 이전의 영화는 모두 정신분열증의 일면만을 부각시킨 엉터리였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의 개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많은 이견이 있다. 현재까지 정신분열증이란 뇌의 기질적 이상은 없는 상태에서 사고(thought)와 정동(affect), 지각(perception), 행동(behavior)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기능장애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인구의 약 1%정도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0.5%이하이다. 대개 20대 전후에 발병하지만 어린 나이에 발병하거나 40대에 발병하기도 한다.
정신분열증은 뇌의 신경생리적 이상, 신경생화학적 이상, 유전적 성향, 성격, 성장과정, 가족 및 사회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소인은 있지만 병 자체가 유전된다기 보다는 병에 걸리기 쉬운 성향들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성향에는 성격적 결함 사고장애, 자율신경계 및 신경통제 기능의 결함 등이 있다.
정신분열증환자가 보이는 증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사고(thought)의 장애를 들 수 있다. 사고의 장애는 사고과정의 장애와 사고내용의 장애가 있는데, 연상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자꾸 주제에서 벗어난다. 다음으로는 혼자서 실없이 웃는다거나 감정표현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각의 장애가 나타난다. 지각 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환청이다. 몇 년전에 국내 텔레비전의 9시 뉴스시간에 괴한이 뛰어 들어 내 귀속에 도청장치가 되어있다고 주장한 것을 기억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인물들을 보는 환시를 주제로 하고 있으나, 환시보다는 환청이 더 흔한 증상이다.
흔히 사회적으로 위축을 보인다. 그리고 개인위생을 소홀히 하여 지저분하고 주변이 어지럽고,의상이 더럽다. 주변에 대해 무시하며, 대화 중에 괴상한 언동이 예측불허 상태로 나타난다. 공공장소에서 소리지르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소위 집없는 부랑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증상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지각장애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미친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신분열증 특유의 신체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75%에서 경미한 신경학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눈마주치기를 피하기도 하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눈깜박이는 빈도가 현저하게 달라지기도 하며 틱, 얼굴 찡그림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존 내쉬가 퇴원한 다음 집에서 요양하면서 보이는 증상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열증을 진단하는 특수검사는 없다. 단지 병력과 임상자료에 근거하여 다른 장애를 배제해 나가는 방법에 의한다. 다음과 같은 특징적 증상 중 2개 이상이 1달의 기간 동안 존재해야 한다. 그 증상으로는, (1)망상, (2)환각, (3)혼란스러운 언어(예; 번번한 일탈이나 지리멸렬), (4)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운 혹은 긴장성 행동, (5)음성증상, 즉 감정적 둔마, 무언증, 혹은 의욕없음.
정신분열증은 기질적 정신장애와 감별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신경학적 진찰과 검사를 해야 한다. 특히 약물중독, 환각제, 정신자극제, 알코올 등과 같은 물질을 남용할 때 나오는 중독증상들과 감별해야 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는 헬렌 헌트의 사랑으로 치료가 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최근에는 좋은 항정신병약들이 개발되어 치료에 사용되고 있어 정신분열병은 약물로 75% 정도가 완치 또는 호전된다. 그밖에도 개인치료, 행동치료 및 가족이 참여하는 가족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적용되며, 질병의 초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그리고 과격한 행동이나 자살과 같은 돌발상황에 적극대처하기 위하여 입원치료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입원 초기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사를 맞은 다음에 내쉬가 격렬하게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특수한 치료법으로 인슐린을 주사하여 저혈당 상태로 만들어 경련을 일으키도록 하는 방법과 전기충격을 주어 쇼크를 일으키는 방법이 특별한 경우에 적용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약물치료가 시작된 다음에 존 내쉬가 의기소침해지고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에 따라서 약의 복용을 중단하게 되자 증상이 다시 나타나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약물치료는 재발의 방지 및 재발로 인한 기능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 l~2년간 지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발한 경우에는 최소한 5년간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해야 하며 환자가 자신 및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여러번 재발한 경우에는 계속해서 평생 동안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아카데미상과 관련하여 ‘뷰티풀마인드’에 대한 여러 가지 구설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에서는 내쉬의 동성연애, 이혼 등 경력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던가, ‘또 영화에서는 내시가 구소련의 암호를 해독하면서 냉전의 공포 때문에 정신분열병에 걸린 것으로 나오지만 책에서는 내시가 어릴적 아버지의 죽음, 한국전쟁 징병에 대한 걱정, 노벨수학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못 받은데 대한 열등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것으로 나온다.’는 등이다. 하지만 감동이 빠지거나 밋밋한 진행을 보이는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쉬가 실제로 정보기관을 위해서 일을 하였는지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의 하나인 듯하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아내를 향한 내쉬의 감동적 연설,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존재의 모든 이유입니다."과 정신분열증과의 투쟁을 펼치는 내쉬를 곁에서 지켜주는 앨리샤의 사랑이야말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첫댓글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존인물 죤내쉬에 대한 자료를 추가합니다.
수백편의 정신질환 관련 영화중에 조현병에대한 가장 정확하게 다룬 영화라네요
저는 이 영화가 조현병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보호자들의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도요...
그런 의미에서 주변의 많은 가족들에게 이 영화를 강추하고 있습니다.
청계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에야 이 글을 읽었네요. 영화소개와 함께 조현병에 대해서도 요점 중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이네요. / 참고로, 글의 후반부에 나오는 <인슐린 쇼크요법>은 항정신병약물이 없던 시절에 행하던 방법이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60년대 후반까지 사용하던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인슐린 쇼크요법, 과잉수면요법, 전기충격요법 등을 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인슐린 쇼크요법과 과잉수면요법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전기충격요법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 사용빈도는 많이 낮아졌습니다. 모두 다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되고 약효가 좋아진 덕분이지요. 참고하십사 설명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