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솔방울이 가을이 되면 활짝 열려 씨앗을 대기 중에 방출하는데, 씨앗들은 헬기처럼 날개를 빙빙 돌리며 바람따라 제각각 흩어진다. 어느 씨는 바위나 길가에 떨어지고 어느 씨는 풀밭이나 좋은 땅에 떨어진다. 이는 순전히 씨앗이 떨어지는 순간의 자연 환경에 의해 소나무로의 생장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사람도 동일하다. 재벌의 집안에 태어나면 재벌가의 길을 걷게 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가난한 삶의 굴레에 붙들린다. 이를 '운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은 타고난 시점의 환경에 의해 인생이 거의 결정나게 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들을 개개인들의 노력과 사회적 도움을 통해 인생을 살아내게 된다.
그러나 개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도움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약자에 대한 복지가 폭넓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모두의 삶을 균일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삶에 대한 사유는 이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개개인의 성품과 자질은 모두 다르다.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서양이 다르다.》
서구는 비교적 일찍부터 '다름'을 개개인의 '개성(개인의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 개인의 자유를 비교적 폭넓게 받아 들이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는 서구의 '다름'에 대한 존중에 아직은 낯설어 한다.
유형의 계인 지존시대(地尊時代)에는 공자의 사상을 통해 사람을 모범생의 자세로 규범화했고 이는 동아시아의 폭넓은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 우리는 은연 중에 '다름'을 매우 불편해 한다. 그래서 남과 동질의 가치를 추구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탈바가지형 헤어 스탈, 그리고 특정한 이슈에 몰빵하는 비개성적 행태들)
* SNS 등에 넓게 퍼진 권선징악 류의 인생에 대한 정형화된 삶을 퍼 나르기 등
* 부자들의 특정 유형을 따르므로서 특정 계층에 진입했다는 의례적인 행태 (직장이나 사업에 어느 정도 계층에 이르면 골프를 쳐야 한다거나 명품을 들어야 한다는 인식 등)
* 가진 것을 꾸밈으로 계층 상승을 돋보이게 하는 허례 (집. 자동차. 골프. 학벌. 프로필 꾸미기등)
* 늘 교양있는 태도를 강제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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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사상은 우리의 일상의 행태에 깊이 자리한다. 이는 '묵은 세간살이'로 집안을 꾸민 것과 같다. 이것이 조선조의 성리학을 정치 이념화 하면서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유별난 허례와 허식을 만들어 냈고 우리는 은연 중에 이런 허접한 행태를 개개인의 내재적 규범화로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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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최제우를 통해 조선을 변혁할 '대도(大道)'를 내렸지만 최제우는 '유교의 전헌(典憲)'을 넘지 못해 동학혁명에 실패한다. (동학 농민 봉기 실패는 이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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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시대(人尊時代)를 향한 대전환기에 처한 시점에서 묵은 세간살이는 스스로 의식에서 내다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