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 차단
듣기 능력은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선 능력을 잃기도 하고, 잃었다 다시 회복하기도 한다. 스스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는 건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있으며, 잘 듣고 있다고 자신을 속일 때도 있다. 특히 부모 자신이 아이의 일에 동요하고 있거나 그로 인해 두려움과 수치심, 질투심 혹은 감정적 피로 등을 느끼고 있을 경우 부모는 아이의 감정이 자신의 마음을 건드릴 수 없도록 교묘하게 의사소통을 회피한다. 이럴 때 부모가 듣기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적 동요가 아이에게 전해져 불안해하거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에게도 죄책감을 안겨 준다. 나는 이 교묘한 전술을 ‘감정 이입 차단’이라고 부른다. 감정이입 차단은 고통을 줄여 주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훼손한다. 또한 반대로 아이의 감정적인 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에 무심코 감정 이입을 차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가장 큰 위안은 아이의 감정을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다. 부모가 흔히 감정 이입을 차단하는 모습들은 다음과 같다.
감정이입차단방법 | 예 시 |
경시 | 울지 마, 울 정도의 일은 아니야. |
부인 | 별일 아니야. 그렇게 야단을 피울 일이 아니라고, 아무 문제 없어. |
합리화 | 울지 마, 저 애가 일부러 널 민 건 아니잖아. |
긍정 유도 | 좋게 생각하자. 다음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
기분 전환 | 걱정하지마.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아이스크림 먹을래? |
충고/선택안 | 이렇게 해볼래? 아니면 저렇게 해볼래? 그 정도는 그냥 무시해버리렴. |
기대 | 왜 그랬어. 그보다는 잘할 수 있어. |
무시 | 바보같이 굴지 마. 어리석게 굴지 말란 말이야 |
진단/낙인 | 네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야. |
주의 전환 | 어머, 저기 예쁜 인형 좀 봐. |
가로채기 | 그러니까 너도 지난번에 엄마 마음이 어땠는지 알겠지? |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예 |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말들은 대부분 겉으로 보면 악의적이지 않다. 아이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고 때로는 선의에 의한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있다고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감정이입을 차단함으로써 아이의 기분을 전환하려는 노력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더 큰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의 예시들이 언제나 부적절한 표현인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조언이나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우선 아이의 감정부터 들어줘야 조언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아무리 유익한 방법이라도 조언하기 이전에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먼저이다.
감정이입 차단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혼란을 가져온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거리감을 만들고, 이것이 반복될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지 않게 되고, 엄마의 말을 존중하지 않게 된다.
(출처: 0~7세 감정육아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