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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우려했던 동계올림픽이 잘 끝났다. 스포츠제전에서는 언더독Underdog이 멋진 양념 구실을 한다. 이번 평창에서의 언더독이라면 단연 ‘김팀Kim team’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컬링 여자대표팀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이들은 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아마추어 팀 의성군청 소속이다. 워낙 인기가 높아 광고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이쯤 되면 이들에게도 앞으로 스포츠에이전시가 필요할 듯하다.
스포츠 선수의 계약과 이적 협상, 마케팅을 대리하는 회사를 스포츠에이전시, 그 회사에서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를 스포츠에이전트라고 한다. 해외 특히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에는 그런 에이전시가 즐비하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스캇 보라스Scott Boras가 CEO로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대표적인 회사다. 스캇도 본디 에이전트 출신이다.
이 회사는 매년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로 유명하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선수 입장에선 구세주인 반면 구단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스포츠에이전트의 성공 여부는 구단과의 협상력 그리고 선수와의 친밀감, 신뢰가 바탕이다.
협상력과 친밀감은 ‘입’이 크게 한 몫 한다. 신뢰는? 한 마디로 더 많은 ‘돈’이다. 계약금을 많이 따내면 선수도 좋지만 수수료 또한 높아지니 에이전트에게도 더없이 좋다. 하지만 입과 함께 구단에서 더 많은 돈을 빼내고 선수들을 관리하려면 잔머리도 꽤 굴려야 하는 직업이다. 이들에게 애환이 없을 수 없다.
에이전트의 애환을 그린 대표적인 영화가 1996년에 개봉된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다. 주인공 제리(톰 크루즈 분)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유명 스포츠 에이전시의 매니저이다. 미식축구 에이전시 계에서 ‘제리’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의 존재.
허나, 마냥 잘나가기만 한다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이유가 없다. 짜릿함을 주기 위해서 주인공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이 든다.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이 자나깨나 몸조심해야 하듯, 무릇 사람이란 잘 나갈 때 또는 다가오는 영화榮華를 앞두었을 땐 철저하게 몸을 사려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육군 출신이 아닌 제리는 이 법칙을 몰랐다.
과연 제리에게 어떤 오금 저리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느 날, 주인공 제리는 회사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무심코 던진 제안서 하나가 문제였다. 회사에서 발생되는 문제점 해결에 대한. CEO도 이미 알고 있는 문제다. 아니 CEO와 직접 관련된 문제다. 조직에서는 정의롭거나 일만 잘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게 아니다.
일이나 인성보다 CEO에 대한 충성이 곧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그만 모르고 있었다. 결국 제리는 ‘어쩌다독립군’이 되어 도로시란 여인과 함께 비장한 아니 꿈에 부푼 채 2인 회사 독립에이전시를 차린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에이전시의 능력은 얼마나 많은 유명선수를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은가. 그간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켜 준 유명 선수들과 가족 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내고 있었으니, 몇몇 정도는 충분히 자신의 고객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허나 그것은 그의 두 번째 착각, 순진하거나 바보거나. 세상사가 그리 만만하던가? 제리는 인간사회의 비정함을 간과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제리가 아닌 제리가 몸담았던 회사를 더 신뢰했다. 뭐, 그렇지 않은가? 한때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졌던 사람이라도 일단 현직에서 떠나면 이빨 빠진 사자가 되고 마는 불편한 진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객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큰 회사를 택한다. 부모자식 관계도 단칼에 정리해주는 그 위대한 ‘돈느님’이 걸린 일인데, 안면이나 옛정 따위가 어디 통하겠느냔 말이다.
며칠 동안 전화통을 붙들고 설득해 보지만 모조리 거절당한다. 때로는 우회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너 내 능력 잘 알잖아. 나랑 함께 일하면 어쩌고저쩌고 Blah blah….” 타고난 재능에 스킬까지 장착한 언변으로 선수들을 설득해 보지만 다들 이렇게 말한다. “쇼 미 더 머니 Show me the money!” “닥치고! 따낼 수 있는 계약금 액수나 밝히셔!” 뭐, 이런 뜻이 되겠다.
여기서 거절당하고 저기서 차이고, 아! 춥다. 그리고 배고프다. 잘나가던 제리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기껏 남은 선수라고는 성질 고약한데다가 부상으로 장래까지 기약할 수 없는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 분)뿐이다. 하지만 로드도 만만찮은 위인이다. 우선 그는 선수생활에 큰 미련이 없다. 이쯤 되면 회사를 접는 게 나을 만도 한데, 제리는 포기하지 않고 그것도 참 어렵게도 성사시킨다.
로드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리도 수화기를 들고 그에게 악을 쓰듯 “Show me the money!”를 외친다. 여기서는 “네 능력을 보여줘!”라는 뜻이 된다. 종합하면, ‘Show me the money’란 ‘긴 말 필요 없으니 네 능력이나 보여 줘’의 뜻이 된다.
갖은 고초를 겪었으니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경쟁적이고 시장가치로만 거래되는 비인간적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동지로서 갖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면서 제리는 에이전트로서, 로드는 화려하게 재기한 선수로서 성공을 거둔다. 전형적인 미국식 신파영화인지라 진부한 줄거리를 소개할 것까진 없다.
케이블 방송국 TvN이 방영하는 힙합스타 발굴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젊은 시청자들의 열광 속에서 벌써 여섯 번째 시즌을 마쳤다. 이 프로그램의 특이점은 이미 데뷔한 스타는 물론이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 심지어는 명함 없는 래퍼들까지 다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들 말로 표현하자면, ‘운빨’이 없어서 데뷔 못했지 나보다 나은 놈은 없다고 자부심 바짝 돋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넘)’까지 참여 가능한 시스템이다. 상금도 상금이려니와 여기에서 우승하거나 이름을 알리기라도 하면 바로 돈 방석행이다. 정말일까?
사실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대세는 힙합이다. 1년에 몇 십억을 버는 힙합스타가 여럿 된다. 도끼, 더 콰이엇, 빈지노 등등. 미국산 랩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초 미국유학생 또는 재미교포 2,3세들에 의해서이다. 지금 한국 랩의 대부구실을 하고 있는 타이거 JK, 2인조 그룹 ‘듀스’의 멤버로 20대 젊은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현도 등 LA출신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왜 하필 프로그램 제목이 <쇼미더머니>일까?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힙합뮤직의 특징 중 하나-상대방을 ‘까는’ 디스[disrespect]란 것이 있다. 한 마디로 ‘너는 하류, 내가 최고, 그러니 까불지 마’라는 자신감의 과다표출이다.
이렇게 음지에서 득시글거리며 디스나 하고 있는 래퍼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가관이라, 음악프로 PD라면 이렇게 한마디 툭! 던질 수 있겠다. Show me the money’!‘ ‘치졸하게 서로 디스할 것 없어. 멍석은 내가 깔아줄 테니 계급장 떼고 홀딱 벗은 채로 한번 겨뤄보든가!’
우리나라 젊은이들만 힙합Hip hop에 열광하는 게 아니다. 본고장 미국은 당연하고 요즘 6대주 모든 나라의 젊은이들이 거의 힙합에 심취해 있다. 힙합을 모르고선 자녀들과의 대화도 단절될 정도다. 왜일까? 기성세대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에 이보다 화끈한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점잖은 기성세대들이 듣기에는 거북할 욕설과 너무 직설적이라 알아듣기 쉬운 가사[lyric], 말초신경 곳곳을 자극함으로써 세상에서 입은 청춘들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전자댄스 음악)의 쿵쾅거리는 비트beat,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그루브groove 등등.
세상은 참 복잡해졌지만 요즘 청년층의 심리는 아주 단순하다. 예전처럼 세상을 분잡하게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국가나 회사, 종교 같은 거대주의에 결코 자신의 삶을 희생할 뜻도 없다. 진보와 보수 같은 낡은 프레임에도 갇히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평등과 자유, 자치적인 삶에 있다.
기성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 아무리 그 가치가 높더라도 자유를 구속하는 조직이나 체제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반감을 가진다. 그런 젊은이들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나무라봐야 아무 소용없다. 아니, 뒤에서 욕만 먹는다. 저들의 가치관은 이미 너무 달라져 있다.
힙합은 지구촌에서 발생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한 반동, 사회경제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힘없는 아나키스트들의 돌파구이자 욕망의 배출구인 것이다. 일제강점하에서 ‘무정부주의’ 또는 ‘허무주의’ 심지어 ‘테러’라고 부정적으로 묘사 번역된 그대로 엉뚱하게 배워온 그 이념의 추종자가 아나키스트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나키즘이나 아나키스트라는 용어 자체에도 무관심하다. 어쨌거나, 힙합Hip hop은 없는 자들이 내뱉는 넋두리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197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캐리비안 미국인, 뉴욕의 히스패닉 계 커뮤니티에서 태어난 소위 B급 하위 거리문화였다.
힙합이라는 테두리 안에는 음악뿐 아니라 패션이나 디자인 등 전반적인 거리 예술행위가 다 포함되어 있다. 그중 음악부문이 가장 큰 빛을 발하고 있기에 ‘힙합’이라 하면 음악을 연상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랩rap은? 힙합 중 뮤직이 랩이요, 힙합 뮤지션이 곧 래퍼이다. 랩이란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비트)에 맞춰 가사를 읊듯이 노래하는 창법의 음악을 일컫는다. 읊듯이 노래한다고? 그렇다면 랩 형태의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조용필이 도입부에서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랩의 형태이다.
아니, 우리에겐 그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런 형태의 음악을 즐겼다. 시조와 판소리 아니리(사설)가 바로 전형적인 랩이다! 미국 원산 랩에는 여러 요소 중 다른 장르에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가장 특징적인 것인 ‘플로우flow’와 ‘라임rhyme’이란 게 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에는 그게 없다. 그러나 시조와 아니리에는 있다.
플로우flow란 곡을 진행하는 ‘흐름’이란 뜻이다. 랩의 속도, 몸짓, 비트 등을 래퍼의 특성에 적절하고 가사전달에 알맞도록 흐름을 타는 것이다.
라임rhyme은 가사를 리드미컬하게 진행하는 운율 그중에서도 외형율을 말한다. 한시나 서정시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운율韻律은 운韻과 율律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합한 한자어로서 전자를 압운押韻(rhyme, rime), 후자를 율격律格(meter)이라고 한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운’은 같은 소리 또는 비슷한 소리의 반복을, ‘율’은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등의 주기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서정주의 시 '귀촉도' 한 구절로 압운의 예를 들어 보자.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이 시에서는 자음 'ㅅ'과 'ㅇ'이 반복되어 운韻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시에서의 운은 서구시나 한시에서처럼 엄격하거나 다양하지 못하다. 또 단조로우며 찾아내기도 어렵다. 대체로 단순한 소리의 반복이거나 동어반복 정도로 되어 있는데, 우리말이 교착어로서 어절이나 단어의 끝 음상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힙합에서는 다음의 예처럼 비슷한 음을 내는 조사나 어미를 활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니가 내게 먼저 인사 안 했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네
어딘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변했네?
지금은 어디 살아? 아직도 거기 사냐?
난 서교동 간 지 벌써 몇 년 됐잖아
넥타이 멘 거봐라, 직장 다니나봐.
음? 지금도 음악 해. 티 많이 나냐?
수염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짱 먹었잖아.
또 다른 곡 The Quiett의 <한번뿐인 인생>의 가사다.
한번뿐인 인생 이렇게 살 수 없어
바람처럼 왔다 이슬처럼 갈 수 없어
내게 두 날갠 있지만 전혀 날 수 없어
세상이란 새장에 갇혀서
내가 세상보다 좀 더 높다면 낮췄어
사람들은 그게 인생이라고 가르쳤어
이에 비해 영어권에서는 라임이 좀 자유롭다. Puff Daddy의 곡 의 라임 운용방식을 보시라.
Seems like yesterday we used to rock the show
I laced the track, you locked the flow
So far from hangin′ on the block for dough
김소월 시인도 가히 라임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었다. 그이의 시를 라임 위주로 살펴보자.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기가 막히지 않은가? 하지만 라임의 ‘만렙’은 한시의 레전드 김병연金炳淵 김삿갓 어른이시다. 그 분의 다음 시는 ‘모음 ‘ㅣ’ 라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언빌리버블’한 한시다. 그냥 운율을 맞추기 위해 한자만 나열해놓은 거라고? 천만에! 깊은 뜻까지 함유하고 있다. 이 하늘 아래 이런 라임 천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시시비비비시시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함이 옳지 않으며,
시비비시비비시是非非是非非是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함이 옳지 않음이 아니다.
시비비시시비비是非非是是非非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함이 이 그른 것이 아니며,
시시비비시시비是是非非是是非
옳다는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함이 도리어 이 그른 것을 옳다 함이다.
또 있다. 김삿갓이 이 시를 통해 당대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가렴주구를 폭로했는데, 선화당, 낙민루, 함경도, 조기영의 한자 훈을 교묘하게 바꾸어 만든 한시다. 이 또한 라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선화당상선화당宣化堂上宣火黨 선화당 위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하니
낙민루하낙민루樂民樓下落民淚 낙민루 아래에선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민함경도咸鏡道民咸驚逃 함경도 백성들이 모두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가조기영趙岐泳家兆豈永 조기영이 가문이 어찌 오래 가리오?
그만하자. 힙합에 대한 특징과 역사를 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고 장황해진다. 이상의 언급 정도면 힙합의 가장 특별한 요소로 꼽히는 라임에 대한 정의가 독자들의 손에 잡힐 것으로 여기고 더 이상 사족을 달지 않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래퍼들이 많다. 타이거 JK부터 도끼, 산이, 아이언 등등. 그 중에서 그룹 에픽하이Epik High의 타블로Tablo를 특별히 좋아한다. 힙합을 자유와 평등, 자치적 삶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타블로야말로 참 아나키스트 허균이나 김삿갓의 대를 잇는 진정한 힙합전사로 인정한다(내 맘대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창작문예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문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뚜렷한 자기 철학을 고수하면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그가 쓴 가사는 아나키스트로서의 철학과 소신이 건강하게 표현된다.
랩 실력도 뛰어나다. 겉멋 부리지 않아 가사전달력이 뛰어나고, 플로어와 글루브 또한 수준급이다. 해외 팬들도 많다. 말도 안 되는 가사에 인격적 결함까지 보이는 여러 래퍼들 사이에서 그는 군계일학 같은 존재다.
나오는 대로 마구 뱉어내고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자는 아나키스트가 될 수 없다. 무책임하고 무지한 사람은 아나키스트의 자격이 없다. 타블로의 가사에는 늘 뚜렷한 자기 철학과 소신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아나키스트이며 내가 좋아하는 까닭이 된다.
그의 소속사에 빅뱅Bing Bang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힙합보이밴드가 있다. 이 밴드에는 ‘태양’이라는 래퍼 겸 싱어가 있다. 영화 《써니》에서 ‘수지’ 역으로 시니컬한 캐릭터를 연기하여 주가를 올렸던 여배우와 오랜 연애 끝에 올해 결혼했다. 연애시절 태양이 그 여자를 위해 글을 쓰고 작곡했다는 노래 <눈 코 입>에 타블로가 래퍼로서 피처링했다.
랩과 가사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데, 해외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유튜브 조회 수가 장난이 아니다. 더불어 SBS 인기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에서 태양이 아마추어 가수와 듀엣으로 열창,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라이브버전도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조회자 반 이상이 해외 팬들이다. 우리 회원들께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지만, 듣다 보면 정말 괜찮다. 젊은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감상해주시는 수고를 일부러 피하지 마시길 바란다. 아울러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같이 올린다. 조용필이 아닌 알리의 라이브 버전이다.
첫댓글 참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힙힙이란 귀로만 듣고 입으로 말은 하여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