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바위봉, 암릉과 멀리 바다의 기별
1. 일자: 2024. 3. 2 (토)
2. 산: 쇠뿔바위봉(418m)
3. 행로와 시간
[유동쉼터(09:55) ~ 어수대(10:05) ~ (헬기장/비룡상천봉) ~ 와우봉(11:09) ~ 고래등바위/우각봉(11:18~42) ~ 전망대(11:45~12:00) ~ (긴 계단) ~ 새재(12:30) ~ 청림마을(13:00) ~ 바람꽃 군락지(13:10~20) ~ 주차장(13:30) / 8.3km]
< 쇠뿔바위봉 산행을 준비하며 >
그간 여러 번 신청했다 취소를 했던 터라, 옛 준비 기록을 끄집어내어 텃칠을 해 본다.
월간 산에 게재된 쇠뿔바위봉의 산행 길잡이에는‘바위산 보는 즐거움이 큰 곳’ 이라고 한 줄 평이 써 있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는다. '산행은 어수대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어수대는 평평한 바위에 만들어진 연못이 병풍처럼 솟은 바위에 둘러싸인 모습이 특이하다. 경사진 탐방로를 30분 정도 올라가면 능선이 나오고 벽처럼 가파른 바위지대의 계단을 통과해 올라서니 시야가 터진다. 이후 비룡상천봉(438m)을 지나니 비교적 완만해진 능선이 이어지고, 쇠뿔바위봉이라고 표기된 봉우리에 도착했다. 내변산 최고봉 의상봉(509m)이 바로 맞은편에 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다. 하산길의 하이라이트는 지장봉이다. 지장봉 남쪽의 널찍한 바위지대에서 바라보는 서쪽 뱀사골 풍광이 신비로웠다. 새재에서 청림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산행의 대강이 그려진다. 길지 않지만 암릉 풍광이 무척 좋을 것이다. 6km 내외의 여유로운 3시간 산행을 예상된다.
오늘은 산행 외 채석강과 인근 방파제 등대도 들른다. 안내 지도를 보니 등대 스탬프 투어가 인기인가 보다. 예전 제부도 트레킹 길에서도 등대 투어 안내를 본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좋은사람들 운영자의 새로운 시도에는 박수를 보낸다. 선택지가 많다는 건 길을 나서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 희망사항 >
산을 오르고 바다를 감상하고 등대를 찾는 소위 말하는 1타 3피의 여정이다. 격포항 책바위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다시 찾을 생각에 그 모습이 떠오른다. 비록 400미터 높이의 산이지만 앉음새가 워낙 좋은 산이라 그 풍광이 기대된다. 버스 타고 떠나는 먼 여행도 마찬가지다.
< 유동쉼터 ~ 쇠뿔바위 >
10시 무렵, 차가 낯선 마을 어귀 도로 가에 멈춰선다. 500미터쯤 걷자 어수대 간판이 나타나고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고도는 100m 정도다. 날이 맑다. 걱정했던 바람도 잔잔하다. 마음이 급해 부암댐이 발원한다는 어수대는 그 존재도 모르고 지나쳤다. 30분 정도 비탈을 올라 고개마루에 올라선다. 몇 달 만에 오르는 산, 걱정보다는 쉽게 첫 고비를 넘긴다.
또 한참을 걷고 바위 나간에 서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거대한 암릉에 소나무가의 기운이 푸르게 다가오고 그 뒤로는 바다의 기별이 느껴진다. 동으로는 검푸른 산 사이로 작은 호수가 보이고 그 넘어로 특이한 모양의 암봉이 시선을 끈다. 쇠뿔바위봉, 그 좋다는 풍경이 서막을 알린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길이 잠시 평지로 바뀌더니 이내 봉우리가 이어진다. 비천상천봉, 와우봉을 지나는데 영 산정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 산엔 웬 무덤이 이리 많은지 산소가 정상석을 대신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나뭇가지 때문에 확 트인 바다의 모습이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그래도 조릿대의 싱그러운 모습이 반갑다. 모퉁이를 돌며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산죽의 존재는 단조로운 등로에 힘이 되어 준다.
기대만 못한데 라고 느낄 즈음, 거대한 암릉 위에 평탄한 반석이 있고 그 앞으로 기막히게 좋은 풍광이 펼쳐진다. 살면서 본 손에 꼽을 만큼 멋진 모습이다. 너울지는 순한 산줄기 앞으로 구불구불 길이 선명한 마을이 보이고, 그 옆으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내고, 산 너머에는 이곳 풍경의 하이라이트 울금바위가 특이한 모습으로 존재를 각인시킨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실감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불끈 솟아오른 암릉의 향연은 한 줄 평 '바위산 보는 즐거움이 큰 곳’ 을 실감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멋진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게 하는 반석, 고래등바위의 지명도 썩 잘 어울린다.
반석 위에 자리한 무덤 옆 양지바른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한참 동안 '풍경멍'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식당이 또 있으랴 싶다. 다 식고 형태도 망가진 호두도과자도 꿀맛이다. 청년 3명이 함께 왔나 보다. 밝고 듬직하다.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와서 이곳 저곳을 찍고 쾌활하게 웃고 떠든다. 젊음, 특히 밝은 젊은은 희망이다. 멀리서 그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본다.
< 쇠뿔바위 ~ 청림마을 >
쉼을 마치고 지도를 본다. 봉우리 이름이 제각각이다. 와우봉, 쇠뿔바위봉, 우각봉... 도무지 어떤 게 진짜 쇠뿔바위봉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고래등바위와 이별하고 건너편 전망대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군부대가 들어선 의상봉이 새로운 풍경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봉우리 뒤로 바다의 기운이 느껴진다. 또한 우금산이라고도 불리는 울금바위는 더 가깝게 다가와 보인다. 처음에 그 봉우리가 변산의 관음봉이라 여겨져 청년들에게 알려 주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변산은 서남쪽 멀리 보이는 산군 속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내변산 제1경은 쇠뿔바위이고 외변산 제1경은 울금바위라 하더니 두 절경을 한 눈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능선 너머로 쌍선봉, 낙조대 등 변산의 또 다른 산릉이 파노라마처럼 너울댄다. 전망대에 서서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찍기놀이를 한참 동안 했다. 황홀한 산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마지막으로 의상봉 넘어 선명하게 보이는 바다와 주변 풍경을 보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길고 가파른 계단이 아찔하게 이어진다. 그 옆 바위 틈 얼음 속으로 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고드름이 여러 겹 합쳐져 거대한 얼음 군락을 이룬다. 내려설수록 의상봉의 모습은 더 선명해진다. 이름 모를 암봉들이 저 마다의 특색있는 모습을 자랑한다. 잊지 못할 풍광의 연속이다. 고도가 조금 낮아지자 마을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연한 노랑빛으로 구불거리는 마을 길이 눈길을 끈다.
계단과 거친 돌길을 내려선다. 돌아보는 눈에 지나온 우각봉이 우뚝하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암릉의 모습에 또 반한다. 새재를 지나 청림마을로 향한다. 산에서의 3시간이 꿈만 같았다.
< 에필로그 >
인적 없는 마을, 고요한 마을길을 따라 변산바람꽃을 찾아 나선다. 온통 갈아 엎은 밭 넘어 물이 마른 개울 위 작은 터에 하얗고 탐스런 바람꽃이 피어 있다. 일행들은 기대만 못하다고 타박하지만, 내겐 이 봄이 주는 값진 선물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버스는 격포로 향한다. 책바위 해변을 둘러보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인근 음식점에서 백합죽도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 잔 한다. 혼자서도 잘 놀았다. 모처럼 나선 여행에서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다, 해가 어스름할 무렵 서울로 향한다.
하룻밤 자고 난 이른 아침, 커다란 화면으로 사진을 볼 설렘 때문이었는지 잠이 일찍 깬다. 온 몸이 뻐근하다. 산행은 길지 않았지만 긴 버스여행의 여독이 남아 있나 있다. 사진을 정리하고 산행을 기록한다. 다녀 온 길을 다시 걸어도 암릉의 기억은 또렷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