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단 오늘이 더 나아지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오한과 온몸이 두둘겨 맞은듯한 근육통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찌해야할지 고민했지만 일단 약먹고 한 번 더 버텨봅니다.
오늘은 최대한 말수를 줄여보기로 합니다.
9시 15분,
늘 물건 사시던 어르신, 건너편에서 어르신께서 끌차 밀고 오시더니 관심있게보십니다. 나이가 많이 드신 어르신이었는데, 이렇게 나와서 무엇인가 사는 일 자체가 큰 일이었나봅니다.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며 근황을 확인하십니다. 누군가에는 이렇게 나오는 것도 큰 일이구나 싶습니다.
9시 25분,
떠나려던 찰나, 뒤에서 어르신이 붙잡습니다.
"생강차 있는가?" 집에 요양보호사가 오는데, 본인도 먹고 요양보호사도 챙겨준다고 하나 사십니다.
요양보호사는 생활의 가사서비스를 돕는 일을 많이 하지만, 어르신들에겐 또 다른 손님이기도 합니다.
내 집으로 오는 사람이 전무하지만, 주3회이상 집으로 와주니, 감사할 따름이시겠다 싶습니다. 그 덕에 어르신의 외로움이 덜하시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10시,
회관에서 어르신께서 커피 한 잔 또 주십니다. 아침에 믹스커피 2잔 마시고 왔는데, 무조건 마시고 가라하십니다.
오한으로 떨린 몸, 믹스커피 한 잔으로 조금 추스려봅니다. 커피 마시는 동안 어르신들께서는 주문할것들 언넝 주문하라고 주변 어르신들께 이야기해주십니다. 그 덕에 액젓 2개 더 팔고 갑니다. 커피 대접받고, 물건팔고, 잘 대우 받고 갑니다~:D
10시 10분,
오늘도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캔류 챙겨갑니다. 혹시 몰라 우유, 빵도 함께 창겨갑니다.
어르신은 오늘도 방 안쪽에 티비를 보고 계씹니다. 안방에 들어가서 물건 푸니 어르신이 필요한 물건 고르십니다.
구체적인 언어는 안오가지만, 어르신이 무얼 좋아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황도를 유독 많이 사시는 어르신, 다음번에 더 많이 갖고 올지 여쭈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이렇게라도 어르신이 필요한 물건 사드릴 수 있더 다행이다 싶습니다. 물건 모두 드리고 늘 쓰던 노트에 적어둡니다.
10시 20분,
평소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그냥 가려고했지만 걸음 보조기가 있어 잠시 들렸던 회관.
어르신들께서 모여서 식혜에 쑥떡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인사드리며 안부 여쭙니 바로 식혜 한그릇 먹고 가라는 어르신.
어르신께서 주신 식혜 한그릇 덕분에 잠깐 피곤했던 그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10시 40분,
늘 소주 2병씩 사시던 어르신이 계셨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무슨일 있으셨을까요...
11시 10분,
효동으로가는길,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그런지 효동 들어가는 길을 깜박 지나쳐버렸습니다.
아차 싶어 몽강에서 차 돌리고 다시 갑니다.
어르신 댁에 들어서니 앉아 계시는 어르신.
방문 요양활동가가 필요한 재료를 이것저것 다 사라고 하셨답니다.
"집에 있는 것도 많구만 뭘 그리 많이 사는지 몰러"
어르신께서는 돈 쓰는 것을 가장 많이 신경쓰고 계십니다. 그래서 지출할 때마다 여러 신경을 많이 쓰시곤 합니다.
"어르신, 그래도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맛난거 해드리고 싶어서 하는건데, 너무 뭐라 하지마셔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아모~ 알지~ 그래도...."
어르신과 몇마디 나누고 다시 출발합니다.
11시 20분,
"동광쌤, 효동 어느 아버님이 오늘 안오냐고 그러시는데~~"
평소보다 20분정도 더 늦어진 점빵차량이었습니다. 어느 아버님이라 하니, 누군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집으로 바로 주문한것 갖고 가니 웃으시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버님 좋아하시는 마카로니는 없어서, 다음주에 다시 갖고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1시 30분,
항상 이것저것 많이 사시는 어르신께서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안보이십니다.
얼마전 자녀들이 만들어준 좋은 대문은 열려있는데, 어르신은 어디가셨나봅니다.
회관에도 사람 신발도 안보입니다. 이제 농사 시작해서 그럴까요~
전화 한 번 드려봐야겠네요.
11시 40분,
오늘도 식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회관 어르신들.
한쪽에선 전 부치고 계시고, 한 쪽에서는 밥 뜨고 계십니다. 그리고 부엌 안쪽에서 나는 돼지고기김치찌개 냄새.
평상시 같으면 다 먹고 갈텐데,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못먹고 갑니다.
"빨리 한 술 뜨고 가~!" 하시지만,
못먹는다는 말에 남자 어르신께서 신문지 뜯어 전을 올려주시려다가, 여자 어르신께서 신문지 붙는다고 비닐 봉지에 전 싸주십니다.
오기전까 붙였던 전을 다 싸주시니, 전그릇이 비어졌습니다. 양도 많습니다.
어르신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나오는데, 늘 보던 어르신 안계셔서 어디계신지 여쭤보니, 요즘 통 감기 때문에 고생한다며 오늘도 못나왔다고 하십니다. 늘 보이던 어르신이 안보이시는건 다른일은 없으실지 늘 염려가 되네요.
12시,
다른 회관에 들리니 어르신들 몇분이 계십니다.
어르신들께 프로그램 진행하는 것 안내해드리고 나오려던 찰나, 아까 받았던 전 갖다드리면 좋겠다 싶어서 드렸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좋아라하시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릇 갖고오셔서 바로 짤라 남자 어르신들 쪽에 한 그릇 냅두고, 나머지는 여자어르신들 드십니다.
감기가 걸렸다고 하니 한 어르신은 기다려보시라며 좋은거 있다고 하시더니
코푸 감기약을 주십니다. 어르신께서 효과를 많이 보셨나봅니다. 그 덕에 제 감기도 벌써 다 나은듯 싶습니다.
13시 20분,
어디선가 손 흔드는 어르신.
달리는 차인데, 점빵차만 보고 바로 손 흔드십니다. 급하게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다시 멈추고 비상깜박이 키고 뒤로 후진합니다.
"어르신, 여기 말고 저기 들어가는 길에 서 계셔요~ 여기는 위험해요~"
어르신은 자기집도 저기 안쪽이고 마당서 돌릴 수 있는데, 왜 안들오냐고 하십니다. 이동장터가 마당까지 들어가는거보고는 어르신들은 어느집이나 자기 집 마당까지 들어오길 바라십니다. 모든 집을 그렇게 갔다가는 운영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집들이 모여있는 거점 중심으로 최대한 가며, 신체적으로 어려우신 분들(걷기 힘든 분들)에 한 해서만 최대한 가까이 가고자 합니다.
13시 40분,
지난번엔 그림그리기 하던 어르신들이 오늘은 무료하게 다들 누워계십니다.
일 하지 않으면 회관에서 조용히 누워계시는 어르신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습니다. 누군가가 와야 한 번 일어나보는 어르신들입니다.
빨리 프로그램 준비해서 회관으로 방문해야겠다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활력이 있는 하루를 위해서 말입니다.
14시,
오늘도 우유사시는 어르신.
오늘은 우유 말고도 다른 반찬류를 더 사십니다.
"내가 읍에 나갔다 왔지만, 여기 생각한다고 여기서만 사는 거 알지? " 하십니다.
계란 한 판 8500원 이라고 1년전부터 이야기했지만 아직도 비싸다고 하십니다. 가격이 또 올랐냐며.
자주 사지 않다보니 물건 값 기억하는것이 언제적 기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북어채도 사서 국 끓여 드셔보세요~ 라는 말에 북어채 하나 더 사가십니다.
14시 30분,
"오늘은 사람들 안오나??"
젊은 삼촌이 오토바이타고 오시면서 왔다갔다 하십니다.
늘 이것저것 간식 위주로 많이 고르십니다.
쫀디기, 과자 등 고르다 다른 어머님 오십니다. 쫀디기 2개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삼촌이 다 갖고가서 어머님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십니다.
서로 장난치다가 결국 어머님은 안산다고 하시곤 가버리십니다. 원래 두분이 서로 투닥투닥 거리는 일이 많았는데, 가끔보면 남매 같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 다른 어머님은 화장지 한 통 달라고 하시곤,
"나 돈 갖고 올게~~" 하시며 가십니다.
항상 물건을 먼저 갖고가고 돈을 나중에 주시는 어머님. 처음엔 이상했지만 지금은 익숙합니다.
회관 아랫집에 계시는 어머님 안오시나 기다려봤지만, 오늘은 올라오지 않으십니다. 집에 가보려다가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오늘은 조용히 갑니다.
15시,
회관에 계신 어머님들. 지난번 외상값 줄줄이 주시기 바쁩니다.
"나 두부 두모! , 나 지난번 고추장!"
서로 다 주시기 바쁘십니다. 외상값이 마음에 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지워내야하는 것이 외상인가 봅니다.
외상 다 제하시곤 집에 술 한 상자 갖다놔달라고 하십니다. 옆에 계신 어르신은 지난번 공병값으로 술 6팩 하나 놔달라고 하십니다.
장부를 안봐도 어르신들이 더욱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5시 30분,
이장님이 나오셨습니다.
"잠시만요~ 저희 어머님이 천천히 오시고 계셔서, 지나갈까봐 붙잡습니다 하하"
무릎관절 수술이후 근 몇개월 못보다 요 몇주전부터 나오시는 어르신.
늘 집 앞을 지나가는 점빵 트럭에서 항상 필요하신것들 사주십니다. 걸음보조기로 천천히 오시는 어르신.
어르신이 말씀하시는것 옆에서 받아서 어르신 걸음보조기 바구니 안에 넣어주십니다. 필요한 것 다 사시고 돌아가시는 어르신, 그리고 그 옆을 보조하는 아들. 어르신은 아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하시겠다 싶습니다.
금요일 장터도 이렇게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어서 몸 컨디션을 회복해서 다음주 장터에는 즐겁게 어르신들 뵙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