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머리칼과 잘록한 허리, 밤을 새워 지분대던 가슴과 길쭉한 다리, 사랑을 나눌 때면 천장을 향해 만족스러운 듯 뻗던 희고 긴 손가락이 기억과 함께 호수 바닥으로 사라졌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그를 재촉하듯 질러대던 교성은 이미 숨을 잃은 다현이 더이상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다현을 완전히 삼킨 호수는 조용히 파문을 일으켰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준후는 파문의 궤적을 응시했다.
<홍학의 자리> 첫 문단
정해연의 소설 <홍학의 자리>를 읽으면서 줄곧 드는 의문은
'누가 다현이를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호수에 다현의 사체를 유기한 것은 준후였지만 준후는 자기가 다현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준후의 아내? 그녀에게도 의심스런 정황이 있었다.
다현의 사망일에 학교에 있던 경비원 황권중?
다현을 괴롭혔다던 정은성이나 그의 어머니인 교무부장 조미란?
다현을 죽게한 반전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거론한 인물중 일부는 다현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외로웠던 고등학생 채다현은 같은 학교 선생이던 김준후와 만나던 어느 순간 '미래'라는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김준후는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이지 격리해서 사회로 복귀시키지 말아야 할 인간이다. 아니면 다현과 주변 사람들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벌을 받아야 한다. 사랑 끝에 찾아오는 절망감과 후회.....그런 감정들 말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휘리릭 넘어가지만 반전과 다현이라는 인물로 인해 자꾸 생각나는 책이다. 설 연휴 독서로 좋을 첫 번째 책으로 추천한다.
첫댓글 ㅎㅎ 영화로는 만들수 없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