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릴 적 살던 동네를 흐르는 하천이 학의천이다. 인덕원교에서 걸음을 시작한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도 변천은 변한 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하천을 따라 내려가면 안양천을 만난다. 백운호수에서 시작된 작은 물길이 어찌 안양천과 만나는가가 궁금했다. 그 물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천변은 7시가 넘자 인적이 드물어진다. 평촌 신도시 북쪽 끝을 따라 걷는다. 평소 차로 다니던 길의 뒤편 후미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평촌역 부근을 지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도 알게 된다. 학의천이 안양천을 만난다. 비산동 부근이다. 물길이 몇 배나 넓어진다. 천변을 걷는 이들도 늘어난다. 돌다리를 건넌다. 건너편으로 대림대학이 보인다. 아침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물길을 버리고 천천히 안양역으로 나아간다.
휴가가 주는 여유로움에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욕심껏 해 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내가 사는 동네의 물길이 어찌 형성되고 누구와 만나 강과 바다로 가는지 알아가는 여정이었다. 안양의 구 시가지는 길이 어지럽다. 바삐 출근하는 이들 사이로 난 시장에 들어간다. 장 구경도 하고 칼국수 한 그릇으로 배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