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차비
박성우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문 앞에 어정쩡 앉으신다
처음 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뵌 것 같기도 한,
족히 여든은 넘어 뵈는 얼굴이다
아침잠이 덜 깬 나는, 누구시지? 내가 무얼 잘못했나?
영문도 모른 채 뒷머리만 긁적긁적, 안으로 드시라 했다
할머니는 불쑥 발을 꺼내 보여주신다
흉터 들어앉은 복사뼈를 만지신다
그제야 생각난다, 언제였을까
할머니를 인근 면소재지 병원에 태워다드린 일,
시간버스 놓친 할머니만 동그마니 앉아 있던 정류장,
펄펄 끓는 물솥을 엎질러 된통 데었다던 푸념,
탁구공 같은 물집이 방울방울 잡혀 있던 작은 발, 생각난다
근처 칠보파출소에 들어가 할머니 진료가 끝나면
꼭 좀 모셔다드리라 했던 부탁,
할머니는 한 됫박이나 될 성싶은
참깨 한 봉지를 내 앞으로 민다
까마득 잊은 참깨 차비를 낸다
얼결에 한 됫박 참깨 차비를 받는다
지팡이 앞세우고 물어물어,
우리집을 알아내는 데 족히 일년이 넘게 걸렸단다
대체 우리는 몇가마니나 되는 참깨를 들쳐메고
누군가의 집을 찾아나서야 하나?
받은 참깨 한 봉지 들고 파출소로 간다
-박성우, 『자두나무 정류장』
첫댓글 이승에서 못갚은 빚을 생각해봅니다
즐건하루되세요
제일 큰 빚이 술입니다.
빚진 술은 꼭 갚으세요~~
@고메(창원) 접대를 좀 받았기에 전 재산팔아야됩니다ㅎㅎㅎ
@청도텃밭(부산) 어허~ 이를 어쩌나ᆢ
접대는 제 3자에게 갚아야 한다는데ᆢ 쩝
저는 이른봄에 친구에게 텃밭에서
나온 농장물을 주었는데 그친구가 돈봉투를 주는 바람에 일년내내 농작물로
그 빚을 갑는중 입니다 😁
적당히 하고 떼먹으세요~ ㅋㅋ
그 어머님의 마음에 빛
갑으려고 얼마나 알아보고. 찿아 오셨을 꼬
울 엄니 생각이 납니다
딸이 외국에서 사다준 젤리를. 본인은 안드시고 예전에 신세진 요양원 계시는 어르신 드린다고 아껴두고 계셔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그러게요.
식당 계산대에 놓아 둔
박하사탕, 가제수건에
꽁꽁 싸고, 손주에게 준다고
달라 붙은 고놈 뜯어 내는 꼬부랑 할매처럼..
옛날에 고사리 끈으러 갔다가 영천 어느 산골에도 어둠이 내려 앉았는데 어느 할머니 한분이 보따리를 안고 길가에 앉아 있었슴다. 태워 드렸는데저더러 산나물하는냐고 물으시길에 산나물을 모른다고 했더니만 산나물은 보약이니 꼭 산나물을 배워서 건강하게 살아라는 말 때문에 제가 산나물을 배우게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귀한 말씀을 들으셨군요. ^^
칠보 파출소...?
우리 집에서 얼마 떠어지지 않은곳에 있는
친근감 있는 이름이네요.
근데 그 할머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일년이 걸리도록 찾고 또 찾아서
결국은 그 위한 참깨를 전달 하시는 할머니의 정성
정말 요즘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전경 같아요..
박성우 시인의 고향이 정읍이고
주 활동 지역이 전북이니 그럴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