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몫이 있는
표순복
계절을 옮기는 들녘 상강을 만나
빛을 잃어 가는 것을 품는다
도꼬마리 가막사리 가을 색을 벗어나고
푸른 꼬리 흔들던 강아지풀 눈을 감고 누웠다
푸석한 큰 키 시커먼 잎에 볼품없는 돼지감자
사십오 도 기울며 목숨 내려놓는 제 몫의 삶
그들 앞에 고개를 숙인다
시간이 짧은 사람들 막 핀 꽃이 그립고
뜨거운 열기 되새기고 싶은 끝자락에
자연의 제 몫 지켜져야 한다더니
나의 시간, 제법 남았지 싶어도
뜨거운 온도와 막 핀 꽃을 기다리는 것은
버리지 못한 것인가
그들을 불러 시라도 써 볼 참인가
철없는 사색은 짧기만 하다
대봉시를 만나는 상강과 입동 사이
삼천여 평 결실이 노동을 깊게 하지만
홍시 좋아하는 자, 우리의 몸을 일으킨다
장맛비에 많은 열매 잃었지만
살아남아 탄저 입은 하자瑕疵 있는 것들
파지라 불리며 한寒데로 버려지나 싶어도
덤으로 건네는 파지 덕분 찾는 자 늘어
그 쓰임 제 몫을 하고 있다.
표순복 | 1995년 월간 『한국시』로 등단. 시집 『특별하지 않은 날의 주절거림』 『나무 곁으로 가다』 『세 그루 빈손』. 서울시인상, 고창문학상, 고창예술인상, 청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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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 2024 겨울호 청탁시]제 몫이 있는/ 표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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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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