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陶山書院) 치제문
대동의 원기가 大東元氣
참다운 선비를 길렀으니 養得眞儒
천인 성명의 논설과 天人性命
공맹 정주의 학문이었네 孔孟程朱
그 승묵(繩墨)과 척도(尺度)를 잡고/ 執厥繩尺
자신이 추구하는 지향을 바르게 하니 正我步趨
혼혼한 자품이요 渾渾姿性
진진한 공부로 進進工夫
도가 땅에 실추하지 않았던 것이 道不墜地
실로 선생에게 달려 있었네 實在先生
선조(宣祖)께서 특별히 예우하시어 穆陵側席
이영의 길을 활짝 열었으니 洞開邇英1)
구원에 빛이 나 속백(束帛)이 쓰여져2) 丘園帛賁
하전에서 경서를 펼쳤고 廈氈3)經橫
각건을 쓰고 남쪽으로 돌아가니 角巾4)南歸
돌처럼 굳은 절개가 있어 정길(貞吉)하였네 介石之貞5)
저 도산에 維陶有山
길이 형비를 다짐하여 永矢衡泌
입으로는 구기자와 국화를 먹고 口餐杞菊
손으로는 고서를 넘기며 은자의 삶을 추구했네 手披籤帙
도를 음미하여 깊이 나아가 味哉深造
사단(四端) 칠정(七情)을 자세히 분석하니 毫縷四七
만인이 높은 산처럼 우러러보고 萬人山仰
일방이 샘물에 달한 듯 통하였네 一方泉達
선비들은 법도를 따라 행하고 靑衿蹈矩
길쌈하는 여인은 양보할 줄 알았으니 紅女知讓
어진 사람의 말은 이로움이 넓어 仁人利博6)
태화의 기운이 성대하였네 太和肸蠁
비록 이단이 있어서 縱有異端
서로 그른 말로 속였으나 載胥以誑
교남(嶠南)의 칠십 주(州) 가운데 環嶠七十
한 주도 추향이 혼미하지 않았네 一不迷向
이는 이른바 추로의 고장이니 是謂鄒魯
곧 누구의 공이던가 繄誰之功
같은 부류에 미루어 나가 펴지고 자라게 하였으니 觸類伸長
마치 선생의 높은 풍모를 접한 듯하네 如挹高風
임학에 노닐며 지내는 모습 几杖林壑
도산도(陶山圖) 가운데에서 보겠으니 繪素之中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와 성학십도(聖學十圖)로써 六條十圖
청컨대 나의 공을 스승으로 삼고자 하네 請師我公
같이 배향된 고 참판 조목(趙穆)과 함께 흠향하길 바라노라.
[주1] 이영(邇英) : 제왕이 영재를 친근히 한다는 뜻으로, 송(宋) 나라에 이영각(邇英閣)이 있다.
[주2] 구원(丘園)에 …… 쓰여져 : 구원은 현자(賢者)의 은거지를 말하고, 속백(束帛)은 쓰지 않고 묶어 둔 비단을 말한다. 《주역(周易)》 비괘(賁卦) 육오(六五)에 “구원에 광채가 있으나, 속백을 재단하여 옷을 만들면 아깝기는 하나 끝내는 길하리라.[賁于丘園 束帛戔戔 吝 終吉]” 하였으니, 곧 시골의 현자가 발탁되어 쓰임을 뜻한다.
[주3] 하전(廈氈) : 경연(經筵)의 강석(講席)을 달리 일컫는 말이다.
[주4] 각건(角巾) : 각지게 모가 난 두건으로서 옛날 은사(隱士)의 관식(冠飾)이었다. 혹 은사를 지칭하기도 한다.
[주5] 돌처럼 …… 정길(貞吉)하였네 : 《주역(周易)》 예괘(豫卦) 육이(六二)에 “절개가 돌처럼 굳은지라 하루를 기다리지 않으니 정하고 길하리라.[介于石 不終日 貞吉]” 하였으니, 곧 즐겁고 좋은 자리에 오래 있어 탐닉하지 않고 곧바로 떠나 은거함을 말한다.
[주6] 어진 …… 넓어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3년 조에 “어진 사람의 말은 그 이로움이 넓도다. 안자의 일언에 제 나라 임금이 형벌을 줄이게 되었다.[仁人之言 其利博哉 晏子一言 而齊侯省刑]”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