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55)
*작품명: ‘그리움이 물들면’ (사천 대포항 무지개 해안도로 변)
《우리나라 초기의 동요, '오빠생각'》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의
‘오빠 생각’은 우리나라 현대 시 태동과 함께 초기의 동요로 분류된다.
1925년 당시 수원에 살던 12살 소녀 최순애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시이다.
동요에는 시골에 남겨진 여동생이
일제 강점기, 서울로가서 사회운동을 하던 오빠 최영주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서울로 떠난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순수하고 애틋하게 표현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서정이 담긴 향토색 짙은 가사로 평가받고 있다.
시는 소파 방정환이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에 입선하였으며, 이걸 보고 감동한 박태준이 5년 후인 1930년에 곡을 붙여 국민가요로 널리 불리게 되었다. 한 소녀의 순수한 그리움과 격동의 시대상이 교차하는 우리민족의 정서를 담아, 동요이지만 시대의 명곡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애상조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나 서양의 화성학에 기초를 두면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민요적 정서를 절묘하게 융합해, 서양 음악 기법을 동요에 적용한 초창기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도 평가 받고 있다.
‘고향의 봄‘ 곡을 쓴 이원수 아동 문학가는 이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고, 시간이 흐르면서 최순애와 연애를 시작하였는데, 15세 이원수와 12세 최순애의 '조숙한' 서신이 9년간 오가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935년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리하여
이원수는 결국 최순애의 영원한 오빠가 되었다.
’오빠 생각‘은 발표 이후 여러 세대를 거쳐 국외교포까지 애창하는 동요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 어린이
들의 정서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요 속 소녀의 오빠 최영주는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시골집을 떠나 서울에 갈 때 순애 동생에게 고운 댕기를 사주기로 약속했지만, 오빠의 소식은 오랫동안 끈기었다.
최영주는 독립운동과 소년운동에 참여했었는데, 그러기에 소식이 자주 끈기었던 모양이다.
시에는 여동생이 이 약속을 기다리면
서, 과수원 밭둑에서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오빠생각에 울었던 기억들과, 초여름 야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뜸부기와 뻐꾹이 울음소리를 통해 오빠를 기다리는 소녀의 가냘픈 마음과, 가을이 되면 구슬피 울며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그리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오빠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품고 있었던 어린소녀의 성정이 잘 그려져 있다. 오빠를 그리워하는 어린동생의 안타까운 모습이 아련하기만 한다.
최순애가 ‘옵바생각’을 지을 당시 1925년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암울했던 때이다.
그 당시 이 노래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속에 까지 깊이 파고 든 것은 나라 없는 설음과 가족을 빼앗긴 한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애 만의 기다림이 아니라 온 국민의 기다림이었고, 조국 광복을 기다리는 겨레의 마음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러므로 '오빠 생각'은 동요를 넘어서는 노래다. 좋은 시에 뛰어난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인 것만도 문학성과 음악성의 행복한 조화인데, 깊은 사연까지 깃들어 결과적으로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이 시가 지금까지도 우리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오빠'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오빠는 누이가 있어야 성립되는 개념이다. 오빠는 항상 누이의 오빠다. '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한한 연약함, 끝없는 보호, 그러면서도 한없이 정결한 그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빠라고 불리는 순간 우리 모두는 누이를 보호하느라 쓸데없이 진지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춘기 소년이 된다.
그 태초의 순결한 소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빠가 돌아오기를, 비단구두를 사오기를 기다리는 누이는 모든 오빠들의 로망이다.
그 소년들은 자라 어른이 되고 반백의 중년이 되며 어느 날 하얀 머리의 노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빠는 영원하다. 이 시는 우리들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바로 그 오빠들을 불러내는 애절한 '엘레지'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보면 오빠라는 호칭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맥락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오빠’는 단순한 호칭 이상의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 한국의 남자들은 왜 그리 오빠라고 불리고 싶어 안달하고 애태울까. 집에서는 아무 힘도 못 쓰다가도 밖에 나오면 헐크마냥 과감히 오빠로 돌변하고 싶어하는 남자들, 그 순진한(?) 용감함이 불러온 허망한 결과를 주변에서 왕왕 목격하기도 한다만.
그래도 '오빠', 이 단어는 참으로 오묘하기는 하다. 그 안에는 대체로 ‘사적 관계’라는 암묵적 뉘앙스를 품고 있어서 남자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미혹시키는 헷갈리는 단어라는 뜻이다. 평소 거리감 두고 지내던 후배 여인이 갑자기 “오빠 술 한 잔 사주실래요?”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응할지 마냥 궁금해진다. 남정네들 대개는 잠시 갈등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픽 나오기도 하고.
안되겠다.
문정희의 '오빠'라는 시로 이 글을 끝 맺을까 한다. 자칫 하다가는 남정네들의 치부를 다 들어낼 것 같으니까.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그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러주던 그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로 불리워지고 싶어 안달이던
그 마음을
어찌 나물캐듯 캐내어주지 않을 수 있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와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나 이제 용케도 알아버렸다."
그러고보니 순수하고 애틋한 국민 동요 '오빠생각'으로 잘 나가다가 옆길로 빠진 격이 되고 말았다. 필자 역시 이 '오빠'란 단어에 잠시 어찌되었던 모양임이 틀림없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크로매틱 하모니카로 '오빠생각' 한곡조 연주하면서 마음을 추스려야겠다.
험~험~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오빠생각 (이선희) [3221]
https://youtube.com/watch?v=cUIHudT1zaw&si=NE-19UKh9tUJ9MJL
**오빠생각/ Harmonica cover 정훈
https://youtube.com/watch?v=QIlAxPjYcz8&si=C2ZrHmAVXMi4tddO
첫댓글 오빠새생각 한곡 기대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