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만화 <수호지> / 일간스포츠 연재만화 (1 ~ 271회)
고우영은 만주에서 출생해 해방 후 서울로 월남한 1세대 만화가다
그의 《수호지》는 1973년 일간종합신문 ‘일간스포츠’에 271회까지 연재된 만화다.
수호지의 원작은 중국 명나라 초기에 시내암(施耐庵)과 나관중(羅貫中)이 쓴 108명의 호걸들에 관한 무협 소설이다. 호랑이를 단 주먹으로 쓰러트린 무송과 만두를 파는 무대 그리고 무대의 처 반금련 사이에서 벌어지는 어긋난 사랑과 무송의 복수는
수호지의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모여드는 사연 중에 백미다.
어긋난 사랑의 행위가 반금련을 통해서 반복되면서 무송과 또 다른 남자로 분열된 반금련의 부정한 애정행각은 무대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반금련의 성적 욕망과 그녀의 남편 무대의 살인이 무송을 운명적 복수극으로 몰아간다.
여기서 반금련의 욕망은 부정한 사랑과 무대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그 행위가 무송에게 숨어 있는 형제애를 일깨워 줌으로써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는 복수극의 드라마틱한 구조를 연출한다.
말단 관직에 충실했던 송강과 임충 그리고 노지심 등이 죄인이 되면서 각각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의를 존중하는 형제로서 하나 둘씩 양산박에 모이는 과정과 등장 인물들이 에피소드를 보인다.
고우영은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살려낸 독특한 이미지들은 중국 명대의 소설을 고우영식의 만화로 탈바꿈한다.
소설 수호지를 만화로써 동일시하여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이상적 세상을 만들어가는 각각의 캐릭터가 이상적 세상을 만드는 인물들과의 동일시의 관계를 갖는다.
이것은 극화의 만화 캐릭터로서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캐릭터처럼 연작의 만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271회에 중단하게 된다. 당시 1970년대는 출판매체가 한국 도서잡지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규정에 어긋난 이야기는 출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탐관오리와 대적하는 송강의 캐릭터에서 묻어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시나리오가 고우영의 수호지가 멈추게 된 이유다.
당시 출판금지는 수작업의 만화를 생성하는 유일한 길을 막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금처럼 웝툰 등의 복합적 출판매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원본성보다는 복제성에 접근된 출판물이어서 그 가치를 등장인물의 캐릭터로 평가되었다. 그 캐릭터는 독자에게 삶의 이야기를 풍자한 현상적 의미를 담은 이미지로서 유행되었다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미지로서 캐릭터와 문학성을 살려낸 그의 만화 수호지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사랑받았던 대중적 캐릭터는 무대다. 무대는 작은 체구에 토끼 이발을 보이며 당시 힘없는 남자의 단상을 대변하면서 1970년대 짝사랑에 괴로워하던 시대상을 그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무대는 부조리한 사회의 표상으로서의 남자다. 그는 부정한 아내로서 반금련과의 불행한 종말 즉 죽음에 표적이 된다. 이렇게 무대가 반금련에게 살해당하게 됨으로써 무송에게 복수의 원인을 제공한다. 그리고 무송의 복수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타파하고 이상적 세상으로서 양산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반금련에게 버림받은 무대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무대를 살해한 반금련 그리고 형수에게 복수하는 무송에게 가수 이장희의 “그건 너”처럼 운명적 상대를 목 놓아 절규하였다.
이렇게 동시대를 유행을 만들었던 만화의 캐릭터로서의 무대는 힘없는 한국 남자의 표상이었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형제애를 보여준 무대의 동생 무송은 정의 사회의 모순 속에서 방황하는 남자들에게 가족에 대한 형제간의 사랑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주인공 송강의 의로운 선행에서 잘못된 혼인으로 인하여 바뀐 삶을 되돌려도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환상과 그 환상에 대한 결말을 보지못하고 만화의 연재가 중단되었지만 독자들은 원작 수호지를 통해 송강의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독자 자신과 견주어 보게 하였다.
이것은 수호지 원작의 시놉시스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 108명의 호걸과 송강을 주인공으로서 부패한 탐관오리가 민생을 핍박하는 관료들과 대항하여서 하늘을 대신하여 정의와 도를 실현 한다는 의미로서의 제천행도(濟天行道)다.
고우영은 만화 수호지를 통해서 독자에게 액션과 드라마의 장르를 혼합하여 부정부패한 사회에 대한 연민적 감정을 주고서 그 감정을 풀어주는 카타르시스적 대리 만족을 주었다.
그는 무협 만화로서 수호지에 액션 장르를 무대 등의 독특한 인물 캐릭터로 만들어내었고 드라마 장르를 적절하게 가미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만들었다.
그의 만화 이미지는 동시대에서 대상에 대한 의식적 분별과 행위의 이성적 사고방식을 일깨워 주었다. 이것은 108명의 호걸들의 사회적 번뇌와 심적 고통을 그려낸 만화가로서 고우영의 해학적 묘사다. 그것은 독자에게 실감이 나는 권선징악적 연민을 느끼게 하였고 호걸들의 통쾌한 액션을 보게 함으로써 부조리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게 했다.
이렇게 고우영은 수호지의 권선징악적 인과의 과정을 드라마로 설정하면서 현실을 타파하는 이야기의 구조에 무협 액션의 톤을 적절하게 넣어서 만화 같은 세상의 삶과 애환을 그려낸다.
그는 등장 인물들의 각각 캐릭터를 디자인하여서 양산박의 공간으로 귀속되는 과정을 또 다른 대립적 설정을 상징적이고 보기에 편한 스케치의 만화로서 독자와 소통했다. 이것이 조형적 톤이 아닌 감정의 제스추어를 살린 고우영의 만화다.
그는 수호지에서 부조리한 감정의 일반적인 만화 구조로서 탐관오리들을 그렸다. 여기서 108명의 호걸은 송강과 형제간의 관계를 나타내면서 송강은 양산박에 들어오기 전의 상황으로 돌이킬 수 있도록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그는 주인공으로 기능하는 송강의 환상을 의미 있는 캐릭터로 경험할 수 있도록 틀을 그려냄으로써 소설 수호지의 후 존재하는 만화 수호지의 공간을 구성한다.
그리고 송강은 정의를 실현하는 ‘제천행도’를 행하지만, 그것을 통해 부조리한 삶의 단상을 ‘말풍선’에 고우영의 해학적인 대화를 담아낸다.
그는 독자가 그의 만화 수호지에서 스토리를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은 재조명하게 하여서 그 이미지의 일반적인 만화로서의 수호지로 표현된 의미와의 관계를 나타냄으로써 독자에게 욕망을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렇게 그는 누군가의 욕망을 만들 수 있는 만화 이미지를 누려서 수호지의 또 다른 의미가 구조화된 것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