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가 다운되어 그동안 읽고 나서 쓴 독후감이 모두 상실되어 버렸다. 다행스럽게 그동안 썼던 글들은 카페에도 대부분 올라있지만 산 이야기와 책을 읽고의 글들이 날라가 버린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그도 운명인 것을 언제 그 책들을 다시 읽고 글을 쓸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잊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시기가 많이 벌어지게 되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진즉 카페에 옮겼더라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진명의 고구려는 여섯 왕의 이야기로 이루어 진다고 한다. 1권부터 3권까지가 미천왕의 이야기다. 4권부터 5권은 고국원왕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결국 5권은 고국원왕 이야기의 완결편이다. 앞으로 소수림왕, 고국양왕 그리고 광개토대왕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낙랑을 정복한 미천왕 을불에게는 사유와 무라는 두 아들이 있다. 사유는 유약하고 동생 무는 굳세고 용맹했다. 고구려인의 기질을 갖춘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들은 무가 고구려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을불은 사유를 택하게 된다. 고구려 역사상 가장 비참했던 왕으로, 고구려 위기의 시대로 각인됐던 고국원왕, 그러나 그는 김진명에 의해 가장 백성들을 사랑했던 왕으로 또한 가장 백성들이 사랑했던 왕으로 다시 태어난다.
필연적으로 전쟁은 백성들을 괴롭히는 도구다. 사유는 왕이 되자마자 축성을 지시하고 전쟁을 피하기만 한다. 태후 주아영의 신묘한 계책으로 모용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에도 그는 전쟁을 거부하고 그를 살려준다. 어머니인 태후마저도 “저 아이가 틀렸고, 저 아이를 선택한 당신이 틀렸고, 당신을 선택한 제가 틀렸습니다” 라는 한맺힌 독백을 내뱉는다.
그런 사유에게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아들 구부가 있었다. 영특하면서도 장난기가 심하고 어떤 때는 어린아이답지 않는 아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세인들의 비난을 보면서 아버지가 아닌 왕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특히 자신이 본 ‘농부와 소’의 모습을 고민하며 그 대답을 구하려 한다. 죽은 지 오래된 농부의 시체 곁에서 굶어 죽을 지경이 되도록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소 한 마리. 구부는 농부를 왕으로 보고 소를 백성으로 보면서, 여러 군주들에게 그 답을 찾고자 한다.
형님을 위해 애쓰는 왕제 무, 아버지인 모용외를 능가하는 불세출의 영웅 모용황, 후에 근초고왕이 되는 구부, 조나라 황제 석호까지…… 군웅들의 시대 속에 고국원왕의 존재는 무엇인가? 전쟁 없는 나라를 꿈꿨던 그의 방식은 고구려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며 신하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백성들은 누구보다 사유를 진정한 왕이라 추앙하게 된다.
그는 단 한 명의 백성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모욕을 견뎌냈던 왕이었고, 나라는 반드시 백성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외쳤던 강한 군주였다. 어렵고 힘없는 백성의 왕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군주의 도리란 무엇이며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여야 하는가?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했던 사유의 방식은 오늘날의 시대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