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성명서) 경기도교육청은 독단적이고 현장을 외면한, 기형적인 조직개편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
▲경기도교육청은 9월 22일,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
▲발표 내용대로 추진된다면 2023.3.1.자로 경기도교육청의 본청(남부, 북부)의 기능을 재조정하며, 교육전문직은 주로 제2부교육감 소속(북부청사)에서 근무하며, 일반행정직은 남부청사(수원)에서 근무하게 되어 조직의 이원화가 심화될 것이 분명함.
▲일반직원 중심의 조직과 전문직원 중심의 조직으로 나누어지는 기형적인 조직 개편으로서, 융합과 협업의 가치에 맞지 않음
▲졸속 추진, 소통과 합의의 부재, 교육철학의 빈곤, 칸막이 심화 등 문제의 심각성 대두
▲이에 대한 우리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음.
▪ 교원, 전문직원, 현장 행정직들의 의견 수렴도 부재하고, 관련 연구도 사회적 합의도 건너뛴 독단적인 졸속 조직개편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
▪ 교육철학도, 전문성도 없고, 교육전문직과 일반행정직의 단편적인 편 가르기식 조직개편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
▪ 행정이 아닌 학생의 삶·교육과정·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시 원점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하라.
▪ 현재 개편안을 담당한 조직개편 TF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재추진되는 조직개편 TF위원은 현장의 의견을 듣고, 공모하여 투명하게 과정-결과를 공개하라.
▪ 비민주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한 핵심 관계자들을 문책하라.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9월 22일 경기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제1부교육감 소속으로 기획조정실, 교육행정국, 대외협력국 등을 배치하여 정책기획-행정관리-대외협력 중심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제2부교육감 소속으로 교육정책국과 융합교육국으로 나눠 교육과정 운영 중심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이 발표로 인해 경기도교육청 내 교육전문직과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엄청나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현장 홀대론’까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지향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이 방안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현장을 외면하는 독단적인 조직개편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경기도교육감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조직개편 방안은 다음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졸속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통과 참여, 연구, 철학이 없는 졸속 추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나 내부의견 수렴 자료 등 조직 개편의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다. 조직개편 TF의 명단이 공개된 적도 없고, 학부모·교사·학생 등 현장의 목소리도 들은 바 없다. 이는 독단적이고 주먹구구 밀실 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율·균형·미래를 지향하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행정실이나 학교현장(학부모, 교사, 학생 등)의 의견을 듣거나, 현장 중심의 위원 구성을 하지도 않았다. 교원단체들도 배제된 채 ‘일반행정직이 중심이 된 TF’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일부 교육전문직이 들어가 있다고는 알려지고 있으나, 거수기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하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2022년 치러진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임태희 교육감은 전임 이재정 교육감을 비난하면서, 불통행정을 지적하였다. 임태희 교육감의 첫 단추가 불통이라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을 정도로 본인 스스로가 ‘유체이탈화법’이나, ‘내로남불’을 자처하고 있다. 임태희 교육감이 경기교육 4년을 이끌어갈 리더로서 필요한 교육철학, 역량과 소통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교육·학교현장·교육과정을 무시하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조례의 개정 목적과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철학이 없다. 예고안에는 학교지원기능을 조직 개편의 명분으로 들고 있으나 전혀 납득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개악’(改惡)으로 봐야 한다.
학생성장 지원을 위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의 성장에 전문직과 일반직, 장학과 행정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통합지원을 위해 교육전문직원과 일반직원이 협력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가뜩이나 문화적으로 심한 조직과 직렬의 분리 현상을 물리적·지역적으로 더욱 심화시켰고, 행정을 교육보다 우위에 놓고 있다.
교육청이 제시한 개편안에서는 학교 지원 중심 기능 전환을 위한 지방교육행정기관 조직개편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취지와 내용 간 일관성이 전혀 없다. 학교지원기능 강화 목적을 위해 기능별로 묶는 방안은 현실 정합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학교는 많은 정책이 수렴되는 복잡한 체계라는 점에서 기능별 지원보다는 통합 지원이 절실하다. 행정과 교육 기능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통합해야 하며, 당연히 다양한 직렬을 섞어 학생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 통합 지원과 협력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나 개편 방안은 제1부교육감과 제2부교육감을 출신 성분으로, 교육전문직원과 일반직원으로 구조적으로 나누겠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을 담고 있다. 이는 조직의 이원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협력과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기형적인 조직 개편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부청사는 일반직 중심’, ‘북부청사는 교육전문직 중심’이라는 이분법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일반행정을 중심으로 교육청 전반을 재구조화하고, 교육감이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민주적인 교육체계를 부활하려는 이기적인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직 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관리담당관실에는 교육전문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 행정관리담당관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특정 직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과 학교현장이 있기에 존재한다. 결국 학생이나 학교가 없으면 교육행정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교육행정은 다른 행정과 달리 ‘교육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에 이해도가 높은 교육전문직을 중심부에서 배제하는 것이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전혀 이익이 될 것이 없다. 이재정 교육감 시기 경기도교육청에서 남부청사(수원)에 있던 교육과정담당과를 북부청사(의정부)로 보내, 현장 홀대론이 나왔었다. 미래교육과 학교현장을 강조하는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과정과 뿐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교원출신 교육전문직을 북부청사로 거의다 몰아버린다고 한다. 이는 수원과 의정부 중 어디가 낫다의 문제가 아니다. 균형과 다양성, 협업, 융합의 가치를 전혀 담고 있지 않으며, 교육생태계의 원리에 맞지도 않다. 특정 직렬만으로 구성된 조직이 가져올 문제에 대해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한쪽 직렬만으로 구성된 두 지붕의 조직은 누가봐도 기형적이다. 교육청의 가장 심각한 병폐인 ‘칸막이 현상’이 해소되는커녕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불합리하고 왜곡된 조직 개편으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교육부에서 진행되었던 방식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 위주로 구성된 교육부가 현재 어떤 위상과 어려움에 처해있는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다양성과 협력, 균형이 없는 조직은 미래도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셋째, 이번 조직 개편안은 사실상 ‘교육전문직원 배제 방안’으로 해석된다. 교육과정을 매개로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혁신교육지구사업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살펴보면, 단순 프로그램의 시행보다는 교육과정과 예산이 연계될 때 그 효과가 나타났다. 지자체와 거버넌스와 협업은 일반직원의 전유물인가? 발표안으로 보면, 광교 남부청사에는 교육전문직원의 거의 근무하지 않게 되고, 일반행정직원만 남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7월 이후 광교청사(수원)로 들어가는 것이 확정되어있다. 이미 도의회와 경기도청은 광교청사 이전이 완료된 상태이다. 이 광교청사 이전은 여러 기관들의 정책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해 행정타운으로 건설한 것이다. 여기에서 교육과정이 없고 교육행정만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도의회·경기도청과 결합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확정된 바 없고 스마트 환경 구축으로 남부청사와 북부청사 근무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광교청사가 현재 남부청사의 인원에서 70-80% 가량만 수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행정직원을 더욱 수용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스마트 환경 구축으로 현행 조직 개편의 문제를 가릴 수 없다. 공무원의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한 영역(인사, 예산 등)이 스마트 환경에서 개별 근무를 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스마트 환경 구축이 되어 제2부교육감 소속도 남부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며, 현장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민선5기 교육감 체제의 시작을 알리고, 경기도교육청의 광교청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 시작된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은 현장중심·교육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교육과정이 배제되고, 현장 교사 출신의 교육전문직이 홀대되고, 단순 행정중심의 부서만 중심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공론화 및 현장과의 민주적인 합의과정은 물론, 교육주체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이 조직개편안은 학교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다. 만약,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원안이 확정되어 진행된다면, 임태희 교육감이 특정 직렬을 위한 교육감이며, 학교 현장에 별관심도 없고, 교육청 조직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교육감으로 평가될 것이다. 작금의 사태에 큰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비민주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핵심 관계자를 문책할 것과 원점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한다.
2022년 10월 3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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