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선생 / 백현
저는 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호는 ‘구운(九運)’ 입니다. 친한 동료들이 몇 년 전에 지어준 것입니다. ‘십 중 팔구’가 아니라 ‘십 중 구’가 운이 좋다는 뜻입니다. 또, 제 인생 10할 중에 9할이 운으로 된 것이라는 뜻이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나 운이 좋냐구요? 굵직한 것 몇 개는 직업 기밀이라 밝힐 수 없고, 사소한 것 몇 개를 밝히자면 이렇습니다. 주차가 마땅치 앉은 어디를 가게 되도, 넓지 않은 주차장에도 제가 주차할 자리는 언제나 있습니다. 단체로 여행을 가서 배정받은 제 방은 늘 전망이 좋거나, 조용합니다. 여권심사를 받게 되는 공항에서도 제 줄이 늘 빨리 줄어든다고 동료들은 항상 제 뒤에 섭니다.
그 뿐 아닙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저는, 무서운 게 없다는 그 중학생들과 삼십 년이 넘도록 함께 하는데 늘 행복했습니다. 교사들을 좌절하게 한다는 그런 큰 일들은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저는 운이 좋은 편이지요.
물론 운이 좋지 않은 나머지 하나도 있습니다. 정말로 가끔 주차 자리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 때는 ‘아, 지금이 그 하나구나.’하고 웃으면 됩니다. 다음부터는 다시 아홉이 시작될 테니까요. 로또 복권이나 행운권 추첨 같은 것들이 나머지 하나의 범주에 드는 가 봅니다. 요건 통 맞질 않습디다.
요즘 저는 세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교사는 물론이고,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역할에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열심히 살 때가 지났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과 가족들이 이제는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합니다. 열심히, 잘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천천히, 마음 가는 대로 살라고 합니다. 그래도 될 것 같아 요즘은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 많이 걸으려 합니다. 전에는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머리는 많이 쓰는 데 몸을 쓰지 않아 그 간극이 커서 좋지 않다고, 머리를 쓰는 만큼 몸을 써 줘야 균형도 맞고 잠도 잘 올것이라고 해서 시간이 나면 밖으로 나가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셋째, 저는 그동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려고 했습니다. 이제는 ‘즐길 수 없는 일은 피하’면서도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제 조금 삔질삔질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요.
첫댓글 아, 제발 본분 첫째 줄에도 제목과 이름 쓰세요. 도우면서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