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그리도 고맙던 비가 이번에는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내려 참으로 미웠다.
이번 장마로 인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하여 미호강이 범람하고 강둑의 제방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인근 오송 지하차도로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순식간에 차올라 다수의 차량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0대 이상의 차량이 지하차도 물속에 고립되고 결국에는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뉴스를 접하는데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했다.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며 자녀일 텐데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슬픔과 애통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 사람 안에는 우주 전체가 들어 있는데 14개의 우주가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
하늘에는 내리는 비가 너무 원망스럽다.
지하차도에서 흙탕물이 들어오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개를 숙인다.
안타까운 사고 현장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신 의인들이 있었다.
승객을 대피시키기 위해 “창문을 깰 테니 빨리 탈출하라.”라고 말하며 몇 명을 구하고 다른 승객을 도우러 갔다가 못 나온 747번 버스 기사님.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자 창문을 깨고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을 끌어올려 이들의 목숨을 구한 화물차 운전 기사님.
(구출된 여성의 부모님은 딸이 손에 힘이 없으니 그냥 놓으라고까지 말했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잡아 화물차 위로 끌어올려 주셨다고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난간에 매달려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떠내려가던 3명의 시민을 구조한 증평군청 공무원.
그렇게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신 분들께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비가 그치자 사건을 수습하고자 지방단체와 군경에서는 인력을 동원하여 주변을 수색하고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물밑의 처참한 현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 장면을 보는데 끝끝내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진다.
현장 수색에 나간 해병대원 “채수근”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이 되었단다.
작업 중 돌연 하천 바닥이 무너져내려 물에 빠진 것이다.
다른 해병 2명은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지만 채 상병은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그대로 강물에 휩쓸려갔다.
안타깝게도 해병대 수색 현장에서는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채 상병은 실종 14시간 만에 강 하류에서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뉴스를 듣는데 “채수근”이란 세 글자가 내 귀에 쏙 들어온다.
설마 설마...
내가 아는 채수근 이가 있다.
내가 재직했던 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1학년 학생 중에 채수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7~8년 전쯤이겠다.
시기를 맞춰보며 아닐 거야 아닐거야...
설마 설마 하며 뉴스를 검색하고 사진을 보는데...
가슴이 쿵×100 내려앉았다.
내가 아는 수근이가 맞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수근이가...
수근이는 1학년 치고 등치가 참 컸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착했다.
가지고 있는 힘을 정의롭고 올바르게 사용하던 학생이었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이 있으면 나서서 이를 막아주며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는 그런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면 먼저 달려와서 도와주던 그런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면 언제나 “네.”라고 답하던 그런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그런 수근이를 믿고 의지하여 학급 반장으로 봉사하던 녀석이었다.
아마도 그때의 수근이의 심성으로 본다면 해병대도 본인이 지원하여 갔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수색도 스스로 지원하여 나갔을 것이다.
수근이는 그런 착한 심성과 정의로운 힘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였으리라.
그런 수근이가...
뉴스에 나온다.
슬픈 소식으로.
아 어떻하지???
아 어떻하지???
너무 슬프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수근아~
수근아~
비가 많이 내려서 지하차도가 잠겼고.
지하차도가 잠겨서 사람들이 갇혔고.
사람들이 갇혀서 참사를 당했고.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대민지원을 나갔고.
대민지원을 나가서 급류에 휩쓸렸고.
구명조끼는 지급되지 않았고.
급류에 휩쓸려 수근이는 주검이 되었다.
이는 다 누구의 잘못인가?
비를 탓해야 하나?
구명조끼를 탓해야 하나?
해병대를 지원하지 말았어야 했나?
이는 다 누구의 잘못인가?
원인과 결과의 끈은 어떻게 이어지나?
과거로 돌아가 이 결과로 이어지는 그 원인의 끈을 무참히 잘라버리고 싶다.
창밖을 보니 지독한 비가 또 내린다.
하늘에서도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분들과 수근이를 위해 그렇게 울어대나 보다.
나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수근이를 생각하며 글을 쓰면서 울어댄다.
이 글을 “채수근 상병”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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