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9일 금요일
여행 10일째다.
새벽 4시 반쯤에 잠이 깼다. 인터넷 기사를 읽고 맨손운동을 했다.
어제저녁에 빨아 널은 옷가지를 만져보니 보송보송하게 잘 말라 있었다. 기분 좋은 촉감이 느껴졌다. 밖을 보니 날씨가 맑았다.
호텔에서 간단한 뷔페식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8시에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99번 도로(Golden State Hwy)로 올라서서 북쪽으로 달렸다.
가는 도중 주유소에 들러 버스에 주유를 하는 동안 쇼핑 센터(Flying J Travel C.enter)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99번 도로 양옆에는 녹색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졌는데, 피스타치오, 아몬드, 포도, 오렌지 등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들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오늘 요세미티에서의 점심은 피크닉식인데,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는 음식을 사도록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본사 가이드가 1인당 30달러씩 나눠주었다.
델러노(Delano)와 툴레어(Tulare)를 지났다.
프레즈노에 못 미쳐 동쪽에 킹스강을 끼고 자리 잡은 리들리(Reedley)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미국 독립운동의 주요 거점의 하나로 안창호, 이승만을 중심으로 독립운동 자금 모금에 큰 공헌을 한 한인 마을이었다고 한다.
99번 도로를 가로질러 넓은 과수원 평야에 물을 공급하는 인공 관개수로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 지역이 대규모의 관개농업 지대임을 알려주는 시설들이었다.
프레즈노(Fresno)에서 41번 도로로 들어섰다.
오크허스트(Oakhurst)에 있는 식료품점(Raley's)에 들러 오늘의 피크닉에서 먹을 음식을 샀다. 저녁에 마실 포도주도 한 병 샀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자리 잡고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가 가까워짐에 따라 키 큰 슈가 파인(sugar pine)이라는 소나무와 세콰이어가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소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종이라고 한다. 높은 산에는 흰 눈이 아직 쌓여 있었다.
12시 조금 넘어 공원 매표소를 지나 공원 안 요세미티 밸리로 들어섰다.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유명 인사들이 묵고 갔다는 와오나(Wawona) 호텔 옆에 있는 피크닉 장소(Yosemite history center 앞의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 식료품점에서 사온 것으로 점심을 먹었다. 소풍을 나온 기분이었다. 바로 옆에는 사우스 포크 머세드 강이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피크닉 장소로 최고인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공원의 주요 뷰 포인트를 방문했다.
먼저 40분을 달려 터널 뷰(Tunnel View)로 갔다. 와오나 터널을 지나 터널 뷰에 서자, 빙하가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인 요세미티 밸리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엘 카피탄, 하프 돔(Half Dome), 면사포 폭포(Bridal Veil Fall)가 한눈에 보이는 이 공원 최고의 조망점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엘 카피탄(El Capitan) 앞에 섰다. 수직 절벽 높이가 1,015m로 세계 최고 높이의 화강암 덩어리라고 하며, 암벽 등반가들의 메카인 이 암벽을 2017년에 알렉스 호놀드는 맨손으로 3시간 56분만에 등정하여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맞은편 암벽에서 떨어지는 면사포 폭포도 장관이었다.
이어서 로어 요세미티 폭포 트레일(Lower Yosemite Fall Trail) 약 1시간가량 했다.
기존 일정인 마리포사 그로브 트레일(Mariposa Grove Trail) 코스가 홍수가 나서 폐쇄되어 대체 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 아래로 가서 이 멋진 폭포를 한참 감상했다. 높이 740m로 세계에서 6번째로 높다고 하는데, 엄청난 물이 3단 폭포를 이루며 쏟아져 내리며 강한 물보라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에 옷과 몸이 금방 젖어들었다. 높은 산의 눈이 녹아내리는 물과 최근의 폭우로 인해 요세미티 계곡마다 물이 넘쳐흐르며 곳곳에서 급류와 폭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탐방을 모두 마치고 공원 서쪽으로 나와 머세드로 향했다. 메세드강을 따라 엘 포털 로드(El Portal Rd)가 이어지다가 148번 도로(Central Yosemite Hwy)로 연결되었다. 20여 년만의 최대 적설량을 기록하며 지난 겨울에 쌓였던 눈이 최근 내린 폭우와 함께 녹아내리면서 머세드강의 강물은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강은 굉음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소용돌이 치며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머세드(Merced) 시내로 들어와 식당(Merced Grand Buffet)에 들러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호텔(Courtyard by Marriott Merced)로 가서 짐을 풀었다. 요세미티 공원에서 사온 포도주를 마시며 오늘의 여행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