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경기도 안양입니다.
부모님이 1.4후퇴때 평남 맹산에서 피난와서 인천에서 나를
낳고 안양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인구는 몇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곳이었지만 서울로 가는 기차가
연결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안양에는 남자 중학교,여자 중학교가 하나씩 있었고
고등학교는 안양공고와 안양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학생들의 경우는 고등학교를 가려면 안양공고를 입학하든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려면 서울로 가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서울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고난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종로구 혜화동에 있고 안양에서 학교까지 등교를 하려면,
천안에서 새벽 5시전에 출발하는 통학열차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새벽에 천안에서 출발한 열차는 6시반경이면 안양역에 도착하는데 전역인 군포를 출발하면서
뽁뽁~ 하고 기적소리를 냅니다. 그시절의 기차는 석탄을 태워서 달리던 증기기관차였습니다.
그 시간이 되면 밥 먹던 숫가락을 놓고 가방을 들고 뛰어서 10여분 거리의 역을 허겁지겁 달리기도
했습니다. 기차가 달고온 차량은 대충 7,8개 되었는데 안양에 도착하면 좌석은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천안에서 서울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통학생들에게 서울역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니 비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에 영등포나 노량진역에서 내리는 승객이 있으면
그나마 잠시라도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서울역에 도착하기까지 50분 동안은 서서 다녀야 했습니다.
서울역에서 내리면 길을 건너 시내버스 정거장으로 바삐 가서 수유리가는 버스를 타면 모자를 쓴 차장(여)이
만원 버스에 한사람이라도 더 실으려고 온몸으로 힘쓰고 밀어 넣으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큰소리로 애원하듯
사인을 주면 버스기사는 버스를 입구 반대쪽으로 획하고 돌리면 문에 매달린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시청을 지나 광화문을 돌아서 안국동에 오면 승객들이 제법 내려서 빈 좌석이 생길때도 가끔은
있지만 대개는 서 있습니다. 버스가 창경궁을 돌아서 혜화동 네거리에 정거하면 보통 40분은 걸렸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까지 10여분은 걸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학교에 도착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몸에서 땀 냄새가 날때도 있었습니다.
집에서 안양역 까지, 10분
안양역에서 서울역까지 50분
서울역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0분
버스정류장에서 혜화동까지 40분
혜화동에서 학교까지 10분 학교까지 등교하는 시간이 2시간이니 하교후 귀가시간까지 합하면 4시간입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 중노동을 해서 키가 크질 못한것 같습니다.ㅎ
천안에서 통학하는 학생들 애기를 들어보면 자기네들은 두가지중 하나를 택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잠을 자고 기차안에서 공부를 하던가 집에서 공부를 하고 기차안에서 잠을 자던가.
고교2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는 통학시간이 너무 길어서 공부에 지장이 많다고 하여 동숭동에서 하숙을 했습니다.
첫댓글 아이구나 통학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 4시간의 생존투쟁
그때 습관이 지금 몸에 익숙하여 고렇게 부지런 하신것같습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문명을 누리셨네요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행복했던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라고
광주에서 학교를 다녀
기차 통학이나
하숙, 자취 경험은 없지만
절반 이상이 시골에서 유학온 친구들이라
자취방에 모여서
라면 끓여먹고
밥 해먹고 놀았던 추억은 있습니다.
그때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렇죠? 그 시절 골방에 모여서
라면 끓여 먹곤 했죠.
글을 읽으니. 옛날. 60년대 초 1시간 남짓 완행 기차 타고
7개 역을 지나 30 여분 걸어서 벽지 학교 출퇴근 하던
시절이 그립군요
설명절을 맞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60년대 초에 학교 선생님이셨으면 대 선배님 이실텐데요?
제가 올린글은 60년대 중반 이후입니다.
김순기선생님, 카페에서 우선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언제고 뵙으면 합니다.
설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늘 건강하세요.
고생 많어셨네요.
네~ 그런데 그 시절에는 다른 학생들도
함께 했으니 고생이라는 생각을 하질 않았지요.
모두가 어렵게 중등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입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뒤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인지 지나간 일들이
떠 오르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