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근무하는 사위와 딸이 공휴일을 택해 와서 우리 마당에 고기 굽는 잔치판을 벌렸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농촌의 특혜를 누리는 맑은 싱그러움이 짙게 퍼진다. 쇠갈비를 불고기로 태우는 열기는 전기도 아닌 참나무 숯을 가지고 와서 맛난 요리로 만들었다. 보통 인조 숯을 많이 사용하나 인조 숯은 밀가루와 나쁜 접착제가 들었을까 하여 참나무 숯을 골라 구입한 것이다. 참숯불을 지켜보면 빨갛게 달아오른 빛깔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다른 나무 숯에 비교해도 참나무 숯이 매우 깨끗한 인상과 높은 열기로 고기 맛이 절로 난다. 퉁기면 쇳소리가 나는 참나무 숯이야말로 많은 생각을 불러낸다. 숯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다. 나쁜 세균이나 물질도 안으로 받아들여 분해하는 성질이다. 이런 숯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나무꾼 시절 높은 산에서 본 숯가마 생각이 난다. 숯가마를 만들고 숯을 생산하는 현장을 자세히 살필 수가 있었다. 당시는 연탄 생산을 대도시에도 연탄 만드는 거푸집에 연탄 가루를 찰흙과 섞어서 넣고 고무레로 다지며 매쳐서 만드는 인력의 수공업 시대였다. 처 7촌이 당시 산격동에서 인부를 거느리는 연탄공장 사장이라 아는 일이다. 농촌에는 연탄 혜택도 없는 오직 나무로만 연료를 이용하던 어려운 시절이다.
보현산 자락이 영천시가지로 내질러 감싸 안은 줄기에 기룡산과 마산이 마주 보고 솟아있다. 우리 집에서 5십 리나 먼 곳이지만, 매일 소바리 질매 얹어 나무하러 간다. 숯을 만들고 버려진 삭정이 가지를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다. 삭정이 4단을 예쁘게 묶어 소등에 싣고 오면 새벽에 나선 길이 저녁 캄캄하게 어두워서야 집에 온다. 높은 산 땔나무 하는 장소 가까운 데는 숯을 만드는 굴이 있었다. 당시는 근처 참나무를 모두 사용해서 다른 데로 옮겨간 듯하다. 참나무 숯 만들 재료가 소멸하면 다시 참나무가 많은 곳으로 숯 생산지를 옮긴다. 숯가마를 만들 위치도 황토가 흔하게 많은 곳에 있었다. 숯가마를 만들려면 황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깊은 황토층을 파고 숯가마 높이도 높게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숯 만들 재료 참나무를 내부에 많이 쌓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아궁이와 굴뚝만 만들어서 잘 말리면 완벽한 숯가마가 완성된다. 숯가마는 순전히 황토로 빚어야 하는 일 때문에 황토가 있는 지역을 택한 듯하다.
숯가마 안에 참나무를 차곡차곡 채우고 아궁이로 불을 지피면 낮은 곳의 아궁이와 높은 곳의 굴뚝이 서로 궁합이 맞게 된다. 낮은 아궁이에 산소가 공급되고 높은 굴뚝으로 연기 배출이 무난하니 나무는 숯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불길이 아주 세게 잘 타기 때문에 시간만 지나면 숯가마 안은 벌겋게 달군 숯불이 되는 일이다. 굴뚝에 나오는 연기로 가스 불처럼 연기가 보이지 않고 맑으면 숯이 다 익었다는 표시다. 여기에 아궁이를 황토로 빈틈없이 막고 굴뚝도 막아버리면 된다. 숯불을 다 태우려면 산소 공급이 계속되어야 하므로 불길이 숯을 더 못 태우게 산소 공급을 사람이 차단하는 일이다. 산소 공급이 없어지면 불꽃은 이내 멈추고 불길도 꺼진다. 벌겋게 고운 빛을 내던 숯불이 꺼지면 탄소 형태로 남아 완벽한 숯이 되는 이치다. 이 숯은 흰빛이 감도는 숯이라고 백탄이라 최고 품질의 숯으로 친다. 숯불이 공기의 산소가 없으면 얌전하게 꺼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관심이다. 이런 내용은 문외한인 내가 넘겨짚은 생각이다. 내가 공부한 과학적인 근거로 유추해 본 바다.
굉장히 높은 온도의 불기를 한꺼번에 끄는 일도 매우 어려울 듯하다. 높은 산에는 물로써 불을 끄고자 해도 불을 꺼야 할 물도 귀하다. 물이 있다고 해도 물로 불기를 끈 숯은 품질의 가치가 떨어진단다. 제대로 태워 익은 숯불에 산소 공급이 없으면 열기가 꺼진다는 이치를 알아낸 농부들이 대단하다. 아마도 초기에는 벌겋게 익은 숯불을 흙 속에 파묻어서 불을 껐을 것이다. 흙으로 덮어서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방법이 쉬웠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하자면 화재 위험과 작업의 어려움으로 시간 낭비가 매우 컸을 것이다. 숯 생산 가마 속의 공간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도록 차단하면 간단하게 불이 꺼지는 이치를 사람들이 알아낸 것이다. 나무를 탄소연료로 만드는 과정이 신비스러울 정도로 기특한 기술이다. 탄소연료인 숯은 생나무보다 부피가 작고 무게도 현저하여 산골의 환경에 이동도 쉽다. 큰 짐은 가축의 힘으로 옮기던 시절 이런 기술은 손실 면에서 효과적이고 능률 면에 획기적인 일이다. 그래서 고급 연료인 숯을 만들어 대도시 부유층에 공급한 일일 것이다.
나무를 시장에 가져다가 팔면 땔나무 무게 때문에 거추장스럽고 이동하는 노력 소모가 많다. 연료로 사용하는 소비자도 숯이 나무에 비교해 간편하고 고급한 재료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신라 시대 서라벌 경주에는 숯으로 연료를 대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숯은 그만큼 고급스러운 연료에 속한다. 내가 숯을 구하기 위해 현대식 숯을 만드는 공장에 가 보아서 알게 된 일이다. 쇠로 만든 큰 박스 통에 나무를 넣고 태워서 공기 차단을 해서 불이 저절로 꺼지게 하는 시설이었다. 거기서 생산한 숱은 나무 모형도 변하지 않게 관상용의 통나무 숯이 있어서 사 왔다. 나무뿌리 통인 듯싶게 모양의 보기도 관상용이다. 가정 욕실에 두고 매일 보면서 즐기면 욕실에 곰팡이가 없어진다. 목욕 자주 하고 나면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긴다. 그러나 직경 20cm 정도의 큰 숯을 비치한 뒤로는 곰팡이가 없어졌다. 냄새도 숯이 분해하여 없어지는 환경이 된다. 가정에 꼭 필요한 생활용품임을 늦게야 알았다. 습기 제거에는 숯이 가장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 글 : 박용 202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