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스케르초 1번 Scherzo No.1 in B minor, Op.20
프랑수아 샹송(Samson François 1924-1970 )의 쇼팽 연주는 언제나 선이 굵다. 넓은 품으로 듬직듬직하게 연주해간다. 내 생각에 그가 쇼팽의 퇴폐미를 드러낸다는 세평은 크게 잘못되었다. 야상곡에서도 그는 단단한 톤으로 건강하게 밤을 향해 걸어간다.
격렬함이 한껏 강조되어야만 하는 이 곡의 서두에서도 역시 그의 이런 연주 특질은 그대로 드러난다. 결코 신경질적이지 않다.
반면, 윌리엄 카펠(William Kapell 1922-1953 )의 연주는 예민하기 그지없다. 신경증과 그 사이 찾아오는 안락을 더 없이 잘 드러낸다. 가히 심리학적 연주라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를 추천할 수는 없다. 음반 녹음 상태가 너무나 조악하다. 치지직 거리는 백색 소음은 어떻게 견딘다해도 심지어 중간에 사람 말 소리까지 끼어들어가있다. 이 곡 연주가 넘쳐나는데, 굳이 이런 연주까지 찾아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프로츠키(Vladimir Sofronitsky 1901-1961) 연주는 심리상의 불가사의한 출현들을 잘 묘사한다. 악절들의 분간을 미묘하게 더 세분화하고 심지어 그 틈들을 드러내기 주저하지 않는 것이 그 방법이다. 쇼팽의 격렬과 나타가 마치 세상에 던져지는 물음처럼 문득문득 드러난다. 그리고 사라진다. 그가 왜 스크랴빈 연주에 적격인지 알수 있다.
그리고 사실 제일 말해보고 싶은 자는 베노 모이세이비치( Benno Moiseiwitsch 1890-1963 )이다. 피아노 톤의 발안자라는 별명은 익히 알았는데, 내가 들은 다른 음반들에서는 그리 느끼지 못해서 의아해하던 차에 이 연주를 듣고 서야 수긍을했다. 그리고 다시 다른 음악들을 톺아들으면서 그 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챘다. 그는 깊은 울림의 소리가 음악을 과히 명상풍으로 만드는 것을 우려하면서, 단단한 음들이 튀어오르게하는데, 이 튀어오름의 강도들을 기가 막히게 부드럽게 조정한다. 사실 페달밟기를 회피하며 건조한 강조음, 운지의 강도들을 즐기는 피아니스트들은 있다. 그러나 페달을 두려워할소냐, 이 사람처럼 그것을 우아하게 튀어오르게까지 배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 사람 뿐이다. 그래서 베노의 연주는 매우 균형잡혀있다. 이 쇼팽 보석의 달리 입을 댈수 없이 완벽한 세공이 베노 손 아래에서 이미 끝났어요. 쇼팽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사실은 이 사람의 뱃놀이 연주가 더 유명한데, 여기서도 이 특질은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전에 그랬듯이 그것을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심심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연주이다. 남겨진음반 녹음 상태들도 나쁘지 않지만, 현대녹음의 고음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면 평가가 매우 달라졌을 인사이다. 단,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첫댓글 아, 그런데 4명이 다 동시대에 활동한 사람이구나. 서로서로 알았겠지.
연주 년도를 표기해야 한다. 어찌보면 제일 중요한 것인데, 이 자들이 다른 곳에서 달리 연주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확인하기로는 유일녹음들인데, 그렇더라도 추후 꼭 명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