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행장1편 (朱子行狀)1편

[주영곤]

주자행장1편

 1. 가문(家門)과 학업(學業)

조봉대부(朝奉大夫) 화문각대제(譁文閣待制)로서 사후(死後)에 보모각직학사(寶謨閣直學士)에 통의대부(通議大夫)가 되어 문공(文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받은 주 선생(朱 先生)의 행장(行狀)이다.

선생의 증조부 현(絢)은 벼슬한 일이 없으며 증조모는 왕씨(汪氏)이다. 조부 삼(森)은 사후에 승사랑(承事郞)을 받았으며 조모 정씨(程氏)는 사후에 ‘유인(孺人)’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부친 송(松)은 좌승의랑(左承議郞)으로서 상서이부원외랑(尙書吏部員外郞)을 대행(代行)하며 사관교감(史館校勘)을 겸임하였고, 사후에는 통의대부(通議大夫)를 받았다. 모친 축(祝)씨는 유인(孺人)이었고 사후에는 ‘석인(碩人)’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선생의 본관(本貫)은 휘주(徽州) 무원현(婺源縣) 영평향(永平鄕) 송암리(松巖里)였다.

선생의 성(姓)은 주(朱)씨, 휘(諱)는 희(熹), 자(字)는 중회부(仲晦父)였다. 주 씨는 무원(婺源)에서 이름난 성씨였다. 가문(家門)은 유도(儒道)로서 이름이 높았고 대대로 위인이 나왔다. 부친 이부공(吏部公)은 가까스로 성인(成人)이 되기가 무섭게 뛰어난 성적으로 진사(進士)에 급제하였다. 관(館)에 취임하여 상서랑(尙書郞)으로서 사사(史事)를 겸임하였으나 화의(化儀)편에 붙지 않았던 탓으로 국도(國都)를 떠났다. 문장(文章)과 행의(行義)로 학자들의 모범이 되었다. 위재(韋齋)선생이라 불렸고 문집(文集)도 널리 세상에 전해졌다. 이부공(吏部公)은 벼슬살이 때문에 민(閩)지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선생 때에 이르러 처음으로 건주(建州)의 숭안(崇安) 오부리(五夫里)에 주거(住居)하게 되었다. 지금은 건양(建陽) 고정(考亭)에 정착(定着)하였다.

선생은 건염(建炎) 4년(1130) 9월15일 정오에 남검, 우계(南劍尤溪)의 우사(寓舍)에서 출생하였다. 어려서부터 영리하고 정중하였다.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하였을 때 위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것이 하늘이다” 하자, 반문하기를 “하늘 위에는 무엇이 있지요?” 하였다.

위재는 이를 기특하게 생각하였다. 스승을 따라 효경(孝經)을 배우게 되었다. 한 번 열독(閱讀)하고는 책을 덮어 놓고 그 책머리에 ‘이렇지 않고는 인간이 될 수 없다’ 고 써 놓았다. 일찍 아이들을 따라 모래 위에서 논 일이 있었다. 혼자 단정히 앉아서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살펴본즉 팔괘(八卦)였다 한다. 차차 자라면서 성현(聖賢)이 되는 데에 뜻을 두고 학문에 힘썼으며, 과거(科擧)공부 따위에는 처음부터 뜻을 두지 않았다.

나이 18세에 향리(鄕里)에서 추천을 받아 소흥(紹興) 18년에 진사(進士)시험에 급제하였고, 좌적공랑(左迪功郞)의 관등(官等)으로 천주동안(泉州同安)의 주부(主簿)가 되었다. 직무에 있어서는 근면하고 민첩하였으며, 조그마한 일처리도 반드시 몸소 행하였다. 군현(郡縣)의 상사(上司)들도 선생의 조력(助力)을 얻어서 만사를 해결하였다. 만일 백성들의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수고도 꺼리지 않았다. 그 직책은 백성의 교육도 겸하고 있었다. 고을의 인재를 뽑아서 학생 수를 채웠고 지방 명사(名士)를 찾아내어서는 사표(師表)로 삼게 하였으며, 날마다 성현들이 자기의 몸을 닦고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강설(講說)하였다. 나이 갓 성인에 도달한 청년들 가운데서 선생의 학풍을 들은 자들은 자기들이 배울 만한 스승이 있음을 알고 그를 존모(尊慕)하였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가서는 봉친(奉親)하는 일과 학문을 강구(講究)하는 것을 급선무(急先務)로 삼았다.

2. 효종(孝宗)께 처음으로 상소(上疏)함

소흥(紹興) 28년(1158)에 봉사직(奉祠職)을 청원(請願)하여 담주(潭州)의 남악묘(南嶽廟)를 맡아 보았다. 그 다음해 조정으로 오라는 천자(天子)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간관(諫官) 중에 벼슬을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구실로 조정에 가는 것을 방해하는 자가 있었으므로 드디어 병을 칭탁(稱託)하고 조정에 가는 것을 사퇴하고 말았다.

소흥 32년(1182)에 봉사직이 만기되었으므로 다시 그 직을 청원하였다. 효종(孝宗)이 즉위하고 그 직책을 다시 맡게 되었다. 때마침 직언(直言)을 구하는 조서(詔書)가 내렸으므로 선생도 봉사(封事)를 올렸다.

그 대략(大略)은 다음과 같다.

“설사 폐하(陛下)께서 과실이 없다 하더라도 제왕(帝王)의 학(學)은 깊이깊이 강구(講究)하여야 합니다. 조정의 정사(政事)에 실수가 없다 하더라도 정사를 닦고 오랑캐를 물리치는 계획은 시급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백성의 이익과 손해 및 백성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서는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정치의 근본에 대하여서는 유의치 않을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처음 덕을 닦기 시작하였을 때, 친히 서적을 연구한다면서도 문사(文辭)를 암기하고 정성(情性)을 음영(吟詠)하였음에 불과하였습니다. 근래에 와서 대도(大道)와 요체(要諦)를 구하고 또 특히 뜻을 노자(老子)와 석가(釋迦)의 글에 두고 있는데 문장을 암송하거나 시문을 짓는 따위로서는 도덕과 근원을 구명하고 훌륭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못 됩니다. 노자의 허무(虛無)와 불교의 적멸(寂滅)의 학문으로서는 본말을 관철하고 불편부당한 중용의 도를 세우는 것이 못 됩니다. 제왕의 학(學)은 반드시 사물을 탐구하여 지식을 얻는 것을 먼저하고 사물의 변화를 궁구(窮究)함으로써 의리가 있는 곳을 세밀히 구명하거니와 그러한 경우 자연적으로 뜻은 성실하고 마음은 바르게 되어 천하의 정치가 올바르게 될 것입니다.”

계속하여 말하였다.

“오늘의 계획은 정사(政事)를 다스리고 오랑캐를 물리침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의 시기가 결정되지 못함은 강화설(講和說)이 인심을 의혹시키기 때문입니다. 금(金)나라는 우리나라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인 바, 강화를 구함이 불가함은 의리상 명명백백합니다. 의리상 강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강화를 구함은 이익이 있고 손실이 없다고 생각한 탓입니다. 신(臣)의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는 강화정책(講和政策)처럼 백해무익한 것은 없습니다. 어찌 고심하면서까지 강화를 해야 하겠습니까?

원컨대, 시의(時宜)에 맞추어 정사를 잘 다스리는 대신(大臣)을 등용하여 여러 방책을 총람하게 하고 그 실패한 원인을 거울로 삼아 여기에 대응하는 술책을 구하게 하되, 의리(義理)라는 공변된 입장에서 결단을 내리고 이해의 실상을 헤아려야 합니다. 관문(關門)을 봉쇄하고 조약(條約)을 단절하며, 어진 사람을 등용하고 재능 있는 이를 쓰며, 기강(紀綱)을 세워 좋은 풍속을 장려하고, 우리 쪽에서는 정사를 잘 다스리고 오랑캐를 물리치는 것 이외에는 무엇을 믿거나 천연(遷延)하거나 중단하는 구실이 조금이라도 없도록 하고, 감히 경각(頃刻)이라도 자기의 안일(安逸)을 꾀하지 못하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러한 연후에야 장군・재상・군인・백성 할 것 없이 모두가 명백히 폐하의 뜻을 알고 더욱더 서로 격려하여 공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수년이 지나면 민의(民意)는 확고해지고 기운은 넘쳐나며 나라는 부(富)하고 병사의 힘은 막강하게 됩니다. 우리 국력의 강약을 헤아려 보고 저 편의 틈이 있고 없음을 통찰(洞察)하여 서서히 일어나 공격 계획을 세운다면 중원(中原)의 옛 땅은 우리의 것이 되지 않고 누구의 것으로 돌아가겠습니까?”

또 말하였다.

“사해(四海)의 이해(利害)는 백성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달렸고, 백성의 희로애락은 수령(守令)의 어질고 어질지 않음에 달렸습니다. 감사(監司)는 수령의 기강(紀綱)이 되어야 하며 조정(朝廷)은 감사의 근본이 되어야 합니다. 백성으로 하여금 본분을 지키고 하고자 하는 데 있어 그 원칙은 조정에 있을 뿐입니다. 오늘의 감사 중에서 조세(租稅)를 횡령하고 뇌물을 탐내서 마음대로 난폭한 짓을 하며 백성을 도탄(塗炭)에 빠뜨리는 자 가운데 조정 내부에 있는 고관대작들의 친구나 빈객(賓客)이 아닌 자가 없습니다. 이미 세력을 상실한 자들도 서로 공모하여 사리(私利)를 취하다가 그 죄상이 발각되어 조정으로부터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아직 권세를 가진 자들 가운데도 어찌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오직 폐하(陛下)께서만 모르실 뿐입니다.”

다음해 연호가 융흥(隆興: 1163)으로 바뀌었다. 다시 천자의 소명(召命)을 받았다. 사퇴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즉시 조정에 나아가서 천자의 물음에 응답하였다.

맨 처음 아뢴 것은 다음과 같다.

“대학의 도는 사물을 탐구하여 그 지식을 이룸에 있습니다. 대체로 어떤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그 사물에 따르는 이치(理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치라는 것은 형태가 없어 알기 어렵고, 사물은 그 흔적이 있어 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물에 의하여 이치를 구하고, 이 이치가 심목(心目) 속에서 분명하여 져 머리털만큼의 차이도 없게 되면 곧 사물에 의하는 것도 머리털만큼의 오류(誤謬)도 없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세상에 나면서부터 지혜로운 성품(性稟)과 세상에 뛰어난 행실을 가졌다 하더라도 일찍이 사물에 따라서 이치를 본 일이 없으므로 천하의 이치가 아직도 밝혀지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일찍이 이치에 따라 사물에 응할 수 없었으므로 천하의 일이 아직도 명백하지 못한 바 많습니다. 이것이 일을 하면서도 망설이게 되고,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기만(欺瞞)을 면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정치의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못한 것은 대학의 도를 강구치 않으므로 마음이 천근(淺近)하고 허무한 것에 빠지게 되는 과오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아뢴 내용은 “군주(君主) 및 어버이의 원수(怨讐)와는 하늘을 같이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천지간에 모든 군신과 부자가 지니고 있는 성정이 지극히 비통하여 억제할 수 없는 동정심에서 출발한 것이지, 오로지 개인의 사심(私心)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곧 오늘날 당연히 하여야 할 일은, 전쟁이 아니고는 원수를 갚을 길이 없고, 방비를 하지 않고는 승리를 할 길이 없는 바, 이 모두가 하늘의 이치와 같은 것이지 인욕(人慾)에서 나오는 사분(私忿)이 아닙니다” 이었다.

마지막으로 또 말씀을 올렸다. “옛날 성왕(聖王)이 오랑캐를 제어(制御)하였던 방법은 그 본분이 위강(威强)에 있지 않고 덕업(德業)에 있었으며, 그 임무는 국경에 있지 않고 조정에 있었고, 그 구비하여야 할 것은 병기나 식량에 있지 않고 기강을 바로하는 데 있었습니다. 오늘날 간쟁(諫諍)의 길이 오히려 막히고 간신들의 세력이 사방으로 뻗치며, 작위와 포상이 용이하고, 게다가 위벌(威罰)이 이행되지 않고, 민력은 이미 다하였음에도 국비는 아직도 절용되지 않으니 곧 덕업이 아직 수행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 조정이 아직 바르지 못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기강이 아직 서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릇 옛 성왕(聖王)들이 근본을 강화하여 외적의 침입을 방지하고 오랑캐를 위압하였던 방법이 아직도 다 구비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 세 가지 차자(箚子)에 진술한 것은 전의 봉사(封事)와 내용이 같은 것이지마는, 그 보다 한층 더 절실한 바가 있었다. 선생은 정치의 근원은 학문을 강구하기보다 더 긴급함이 없고, 경세의 본무는 군부의 원수를 갚는 것보다 더 중대함이 없으며, 덕업(德業)의 승패에 이르러서는 곧 군자와 소인을 쓰고 안 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주대(奏對)에 있어서도 또다시 이것을 아뢴 것이다. 대체로 학문에는 정견(定見)이 있고, 사물에는 정리(定理)가 있는 것처럼 그것을 표현함이 이와 같았다. 무학박사대차(武學博士待次)에 임명되었다.

3. 관직을 거듭 사양함

연호가 건도(乾道: 1165)로 바꿔지자 관직에 나오라는 재촉을 받았다. 이미 때는 바야흐로 화의를 주장함에 이르렀으므로 감남악묘(監南嶽廟)를 청원하고 돌아갔다.

건도 3년(1167)에 추밀원편수관대차(樞密院編修官待次)에 임명되었다. 건도 5년(1169)에는 3차에 걸쳐서 관직에 나오도록 재촉받았다. 때마침 위섬지(魏掞之)가 포의(布衣)의 신분으로 소명을 받아 국자록(國字錄)이 되었으나 증적(曾覿)을 탄핵(彈劾)하였기 때문에 물러나게 되었으므로 선생도 드디어는 이를 고사(固辭)하고 말았다. 선생은 일찍이 두 번이나 화의(和議)를 절금(絶禁)하고 간신(奸臣)들을 억제할 것을 충간(忠諫)하였으되, 그 진언이 이행되지 않으므로 누차 발탁되어도 함부로 나가지 않았으니 진퇴의 의리가 엄연하여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바가 있었다. 얼마 안 되어 모친상(母親喪)을 당하였다.

건도 6년(1170)에 다시 부름을 받았으나 아직 상을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절하였다. 7년(1171)에 이미 모친상이 끝나자 다시 소명(召命)을 받았지만 이제는 봉양(奉養)할 사람이 없으니 과분한 녹(祿)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사절하였다. 4년 동안 여섯 번이나 소명을 사절한 셈이다. 9년(1173)에 천자께서는 빈궁을 낙으로 삼고 도(道)를 지켜 청렴결백하게 은퇴하고 있음을 기뻐하고, 특히 주관태주숭도관(主管台州崇道觀)으로 바꾸어 취임시키라는 소명을 내렸다. 선생은 관위(官位)를 높임과 봉사직(奉祠職)을 줌은 다 어진 사람을 진출시키고 공적을 포상(褒賞)하며, 늙은이를 우대하고 근면한 자에게 보답하는 특전(特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것을 받게 되면 사양한 것은 높은 직위를 얻는 것이라, 의리상(義理上)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로 다시 사절하였다.

순희(淳熙) 원년(1174)에 또다시 사절하였고, 천자의 결심도 더욱더 견고하여져 갔다. 비로소 조지(詔旨)를 배수(拜受)하여 선교랑(宣敎郞)으로 봉사직에 취임하였으며, 2년(1176)에는 비서랑(秘書郞)에 임명되었다. 선생은, 관위를 바꾸게 한 어명(御命)은 바로 그 청렴한 은퇴(隱退)를 기뻐하기 때문에 내린 것인데 이제 곧 발탁(拔擢)의 은총(恩寵)을 탐낸다면 이는 좌우를 바라보며 이익을 넘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강력히 이를 사절하였다. 그때 천자는 유서(諭書)를 내려 청렴한 은퇴자를 권장하여 임용하려 하자 집정(執政)이 선생을 추천하였으므로 이러한 명령이 내리게 된 것인데, 때마침 허명(虛名)의 인사를 등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었기 때문에 선생은 다시 사절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청원(請願)에 따라 무이산충우관(武夷山冲佑觀)에 임명되었다.

4. 남강지방(南康地方)의 백성들 속에서

순희(淳熙) 5년(1178)에 발견남강군사(發遣南康軍事)에 임명되었다. 사양(辭讓)하기를 네 번 만에 비로소 임지(任地)에 갔다. 선생은 동안(同安)으로부터 돌아와 봉사직(奉祠職)만을 가지고 집에 주거(住居)한 지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빈곤으로 인한 생활고로 희망을 붙일 만한 것도 없었으나 수양을 쌓고 쌓아 이치에 밝고 의리에 정통하여 일을 처리하는 데는 나타나게 하였으니 더욱더 패연(霈然)함이 있게 되었다.

군(郡)에 이르러서는 측은한 마음으로 인민을 사랑함이 자기 자신을 걱정하듯 하였다. 자기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성자(聖子)고, 이(利)로운 것을 일으키고 해(害)되는 것을 없애 다만 미치지 못하는 마을은 토지가 척박(瘠薄)한 데다 조세(租稅)마저 과중(過重)하였으므로 선생은 조세를 면제하고 경감(輕減)해 달라는 소장(疏章)을 대여섯 번에 걸쳐서 올렸고, 비가 오지 않는 해를 만나서 황정(荒政)도 강구하였다. 대저 조정에 청원함에 있어서는 무슨 언사(言辭)나 못하는 말이 없었다. 관물(官物)을 검방(檢放)하거나, 의각(倚閣)하거나, 견감(蠲減)하거나, 제활(除豁)하거나, 체납(滯納)하는 것은 추묘(秋苗)・하세(夏稅)・목탄(木炭) ・월춘(月樁)・경제전(經制錢)・총제전(總制錢) 등의 조목으로 묶어서 각각 그 명목을 검토하고 조목을 만들어 상주하였다. 그중 서너 가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다시 청원하여 마지않았다.

아울러 다른 지방으로 운송하는 관물을 그 지방의 수요를 위하여 압류할 수 있게 할 것을 주청(奏請)하면서, 전운(轉運)과 상평(常平)의 양사(兩司)는 전미(錢米)를 방출하여 군량(軍糧)에 충당하고, 굶주린 백성들의 구제에 대비하도록 하며, 이웃 항구(港口)와 도로를 봉쇄하여 구입하려는 쌀의 판매금지를 못하도록 청원하였다. 관리를 선발하여 방략을 가르쳐 주고는 경내를 돌아보게 하여 흉황(凶荒)의 정도와 다과(多寡) 비축(備蓄)의 유무를 모두 알아오게 하였으며, 상업을 하게 하고 가진 것을 나누어 주게 하여 많은 사람들의 신명(身命)을 보전하게 하였고, 그 방략의 설시(設施)와 차제(次第)를 사람들은 다투어 서로 전하고 기록하여 본보기로 삼았다. 일이 끝나자 격식에 따라 곡식을 바친 사람을 포상하여 줄 것을 청원하기 무려 네 번이나 되었다.

그 고을은 대강(大江)의 연변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강안(江岸)에서 출항할 준비를 하던 배가 대풍(大風)을 만나면 곧 파선되곤 하였다. 때문에 기아 민(飢餓民)을 모집하여 제방을 쌓아서 배를 보호하였다. 이렇게 하여 백성은 기아(飢餓)를 면하였고 배도 환난(患難)을 면하게 되었다. 선생은 백성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마치 자기가 괴로움을 받는 것같이 여겼다. 간악한 토호(土豪)가 세민(細民)을 침해하고, 법을 어기고, 정사를 해치려는 자는 이를 징계하여 조금도 용서치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지방 세도가들도 점잖아지고 마을도 평온하여졌다. 종종 고을 학교에 가서는 학생들을 모아 놓고 그들과 강론을 하였다.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의 유지(遺址)를 방문하고는 그것을 복구할 것을 상주하였으며, 서원의 칙액(勅額)과 아울러 고종의 친필인 석경(石經)과 판본(板本)의 구경주소(九經注疏) 등의 서적을 하사(下賜)해 줄 것을 청원하기를 두 번에 이르렀다. 휴일마다 번번이 이곳을 방문하고 학생의 질의(質疑) 난문(難問)에 응하여, 이를 가르쳐서 깨우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물러나가서는 천석(泉石) 사이를 산책하다 저녁 늦게야 집에 오곤 하였다. 또 율리(栗里)에 있던 도정절(陶靖節)의 옛집, 서간(西澗)에 있던 유둔전(劉屯田)의 묘지(墓地), 효자 웅인첨(熊仁瞻)의 마을을 찾아가서 그들을 현창(顯彰)하였다. 이렇게 하고도 오히려 그 뜻을 완전히 수행치 못하였다 하여 유감으로 생각하였다.

5. 백성을 위한 상소

다음해 감사(監司)와 군수(郡守)들로 하여금 백성들의 이익과 병폐를 조목별로 구신(具申)하라는 조서(詔書)에 따라 선생도 다음과 같이 상소하였다.

“국가의 정무(政務)로 말할 것 같으면 백성을 구휼(救恤)함보다 더 중대한 일은 없으며, 백성을 구휼하는 근본은 군주가 된 사람에게 있는 바, 그 심술(心術)을 바로함으로써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백성들이 과중한 세금으로 고통받는 것은 바로 2세(稅)의 수입으로 말미암은 것인데, 조정에서는 이를 다 받아들여서 군대에 공급하므로 주(州)와 현(縣)에서 다시 잔여(殘餘)가 없기 때문에 곧 2세(稅)에 따로 다른 명목을 붙여서 교묘하게 백성으로부터 거둬 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 백성은 가난하고 부세(賦稅)는 너무 무겁습니다. 만일 군대의 실태를 검토하여 그 낭비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백성의 재력에는 더 남아 있을 게 없을 것입니다. 생각컨대, 장리(將吏)를 잘 선발하고 병적(兵籍)을 조사하여 군자를 절약하고 둔전(屯田)을 개발하여 군수를 아끼며, 민병(民兵)을 훈련시켜 국경 방어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장수에 선발된 자들은 대체로 고량진미(膏粱珍味)를 먹는 귀족의 아들이거나 하급 관리들로서, 그들의 임명을 받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그들은 군대에 들어오는 날부터 거두어들이고 부하를 학대함으로써 빚을 갚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식량 운반의 감독을 맡은 자도 다 폐하(陛下)의 측근에 붙어서 뇌물을 주고받고 있는 바, 그들이 독촉하여 받은 것은 동남 수십 주(州)의 백성의 기름과 피로서, 명목은 군용이라 하나 실은 수레에 만재(滿載)하여 권세가의 집에 수송되는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군대의 실태를 검토하여 백성의 부담을 완화하려고 하면 반드시 종전에 하던 것을 번복한 연후에야 비로소 개혁할 수 있습니다. 장인(將印)을 맡기고 이권을 위임하는 일이 일단 조정의 공의(公議)에서 나온다면, 곧 뇌물과 청탁 같은 사사로움은 근절되고 백성을 착취하는 악풍을 혁신할 수 있습니다. 충용(忠勇)하고 침의(沈毅)하며 실제로 군대 경험을 가진 자를 구한다면 곧 경솔하게 재능이 없는 자에게 책임을 맡기는 폐단이 혁파되고 병사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받게 될 것입니다. 수시로 군대를 점호한다면 이름을 속이고 무위도식하는 무리가 그 속에 용납될 수가 없습니다. 또 노성(老成)하고 충실하며 병・농(兵・農)의 정통한 자를 선발하여 둔전(屯田)의 사업을 맡기되, 막중한 권한을 주고 오래 책임을 맡긴다면 점차로 둔지(屯地)에 기우(寄寓)하여 도식(徒食)을 일삼는 군인의 수를 줄이고 점점 주(州)와 군(郡)에서 군대에 공출하는 물자의 수량을 적게 할 수 있습니다. 군적(軍籍)이 이미 조사되고, 둔전이 이미 완성되고, 민병(民兵)이 이미 연성(練成)되고, 주와 현의 재력 부담(負擔)이 이미 완화된 연후에야 그 가혹한 착취를 금하고, 관대하고 자비로운 정치를 하도록 책망(責望)할 수 있으며, 곤궁한 백성은 생업(生業)을 얻게 되어 다시 유리(流離)하고 이산(離散)하는 우환이 없게 될 것입니다. 소위 다스리는 근본은 심술(心術)을 바르게 함으로써 기강을 세우는데 있기에 대저 천하의 기강이라는 것은 저절로 설 수 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군주의 심술이 공평정대(公平正大) 하여 편당반측(偏黨反側)의 사사로운 마음이 없는 연후에야 기강도 따라서 바로 서는 것입니다. 군주의 마음도 저절로 바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어진 신하와 친하고 소인을 멀리하며, 의리가 귀착하는 곳을 구명(究明)하고 사사로운 일을 폐쇄한 연후에야 곧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재상(宰相)・대성(臺省)・사부(師傅)・빈우(賓友)・간쟁(諫諍)의 신하들은 모두 그 직책을 수용하지 못하고, 폐하와 함께 친밀히 상의할 수 있는 자는 불과 한둘의 가까운 신하뿐인 바, 이 한둘에 불과한 소인들은 위로는 폐하의 마음과 뜻을 혼혹(混或)시켜 폐하로 하여금 선왕(先王)의 대도를 믿지 못하게 하고 공리(功利)에 밝은 야비한 의견을 즐기게 하며, 엄장(嚴莊)한 선비의 언사를 즐기지 못하게 하고, 사사롭고 비속한 태도에 안식을 구하도록 합니다. 아래로는 사대부 가운데 이(利)를 즐기고 수치(羞恥)를 모르는 자를 모아 놓고 문무(文武) 작단(作團)하여 각기 그 막하에 들어가게 하는 바. 마음에 드는 자는 곧 서로 원조해서 발탁하여 고관(高官)에 들게 하고, 미워하는 자는 뒤에서 훼손을 하고 공공연히 멋대로 배척을 합니다. 뇌물이 오고가면서 도둑맞는 것은 모두 폐하의 재산이며, 대신이나 대장을 임명함으로써 모르는 사이에 빼앗기고 있는 것은 모두 다 폐하의 권위입니다. 폐하의 소위 재상・사부・빈우・간쟁의 신하들 가운데도 어떤 자는 도리어 근신(近臣)들의 문중에 출입하여 그 풍조를 받으려고 하는 바, 다행히 자립할 수 있는 자도 악착같이 자기의 지위만을 자수(自守)함에 그치고 아직껏 이를 배척하기 위해 감히 한마디도 없습니다. 그중에서 세상 여론을 무척 두려워하는 자는 겨우 그 도당(徒黨)의 한둘을 위협하여 추방하는 수는 있지만 이미 그들에게 큰 손상을 입힐 수 없게 되었으며, 종내 분명한 말로 악정(惡政)의 소굴(巢窟)에 일대 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들의 세력이 번성하여 위력을 떨치고 조정 안팎에 있는 자들은 다 그 위세에 굴복하며, 폐하의 호령과 출척(黜陟)이 조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한둘의 문중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명목은 폐하의 독단 정치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 한두 사람이 비밀리에 권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대개 그들이 파괴하는 것이 오직 폐하가 세운 기강뿐 아니라 폐하의 기강이 서 있는 바의 근본을 아울러 파괴하는 것이라면 어찌 백성들이 구휼을 받을 수 있으며, 그 재력이 관리될 수 있겠고 군정(軍政)이 어떻게 다스려질 수 있으며, 국토(國土)가 어떻게 수복될 수 있을 것이고 선왕(先王)들의 치욕 또한 어느 때나 되어야 설욕하겠습니까?”

6. 천자(天子)께 주차(奏箚)를 올리다

선생은 임지(任地)에서 일찍이 차자(箚子)를 사용하여 사실을 상주(上奏)한 일이 있었다. 그 뒤에 대간(臺諫)이 차자를 사용한 것은 관례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책망하였으므로 드디어 상주하여 자기를 면직시켜 줄 것을 청원하였다. 또 자기의 관할 안의 농민 가운데 도망하여 딴 지방으로 가는 이가 있다 하여 자기 자신을 탄핵(彈劾)함이 두 번, 병을 구실로 봉사직(奉祠職)만을 청원함이 다섯 번이나 되었다. 바야흐로 임기가 만료되려고 할 때 강서의 제거상평다염사대차(提擧常平茶鹽事待次)에 임명되었다.

처음에 조정에서는 선생을 감찰칙사(監察勅使)로서 촉(蜀)에 파견하려고 논의하였으나 천자는 선생을 먼 곳에 보낼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이번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조지(詔旨)에 따라 기근 구제사업(救濟事業)을 훌륭하게 마무리함으로써 백성들이 유랑하거나 굶어 죽지 않게 한 공적에 대하여 직비각(直秘閣)에 임명하였지만 무릇 세 번이나 사양하였다. 이는 모두 종전에 상주한 바 있는 곡식을 바친 자들이 아직도 은상(恩賞)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자기가 먼저 은명(恩命)을 받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때마침 절동(浙東)에 대기근(大飢饉)이 들었으므로 제거절동상평다염사(提擧浙東常平茶鹽事)로 개명하였다. 그때 벌써 백성들은 끼니를 잇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날로 단신으로 취임(就任)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남강(南康)의 곡식을 바친 백성들이 아직도 은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직명(職名)을 받을 수 없다고 아뢰고는, 또 그 일을 하루속히 시행해 줄 것을 청원하였으며 납속자(納粟者)에 대한 은상이 내려진 다음에야 드디어 직명을 받고 조정에 들어가 천자의 하문(下問)에 응답하였다.

“첫째로 폐하께서 국정을 다스리기 20년, 수재(水災)・한재(旱災)・도적(盜賊) 등등의 환난(患難)이 잇달아서 편안한 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생각건대, 덕(德) 높이가 아직 하늘에 이르지 못하였거나 공업(功業)의 넓이가 아직도 땅을 덮지 못하였거나, 정치의 위대한 성과가 아직 드러나지 못하여 보잘것없는 자들이 의지할 곳을 상실한 탓이거니, 형벌이 먼 곳에 있는 자에게는 부당하게 가해지고 가까이 있는 자들은 요행을 면한다든가, 군자(君子)가 등용되지 않고 소인이 추방을 받지 않거나, 대신(大臣)은 직을 잃고 미천한 자들이 권세를 사사로이 하거나, 정직한 말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아유(阿諛)하는 말만 많이 들리거나, 덕의 풍습이 나타나지 못하고 오천(汚賤)한 풍습이 설치거나, 재화(財貨)와 뇌물(賂物)은 위로 흐르는데 은택(恩澤)은 밑에까지 미치지 못하거나, 남을 책망하는 데는 자질구레한 것까지 들추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데는 지극치 못함이 있는가 합니다. 대체로 반드시 이 중 몇 가지가 있기만 하면 그런 연후에는 족히 재앙(災殃)이 일어나고 이변(異變)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둘째로, 폐하께서는 즉위하던 당초에는 아마 우수한 인물을 선정하여 정사를 맡겼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그간 인재를 다 얻을 수 없었던 것은 다시 현철(賢哲)을 널리 구하지 않고 차차 처음에 먹었던 생각이 완화되면서 부리기 쉬운 사람을 구하여 그 직위에 충당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좌우의 근습(近習)과 사령(使令)의 무리가 비로소 폐하의 시중을 들고 어명을 받들어 심부름을 하게 되자, 재상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가벼워 갔습니다. 또 천자께서는 근습들의 생각이 편당(偏黨)함이 있으므로 그 편중(偏重)으로 인하여 총명이 흐려질 것을 우려하고, 때로는 바깥의 여론을 들어서 장차 비밀리에 그 무리들의 부정을 살펴 엄중하게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벌써 천리(天理)에 따라 성심(聖心)을 공변되게 하여서 조정의 기강을 바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미 그 근본을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또 사대부의 공언(公言)을 들어서 근습(近習)의 취체 방법으로 삼으려 하되, 사대부들의 진견(進見)은 때때로만 있는데다 예모는 이미 장중하여 친밀감을 주기 어렵고 그 논의하는 바,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면에 근습들은 항상 상종하는 데다 그들의 아부・아첨하는 태도는 이미 폐하의 심지(心志)를 현혹하기에 족하고, 그 서리(胥吏)들의 교활한 술책 또 폐하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데 충분합니다. 이것이 생소하고 친숙하게 하며 고통스럽게 하고 감미롭게 하는 것인 바, 이미 그 구분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마 폐하께서는 아직 조종술(操縱術)도 실시하기 전에 그들의 술책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그 무리들을 억압하려고 하더라도 그들의 세력이 날로 증대하게 된 것이며, 공론(公論)을 겸용하려고 하여도 사대부들의 세력은 날로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 세력이 증대한 자는 이미 그 증대한 세력으로 폐하의 권위를 도적질하고, 그 세력이 줄어든 자는 세력이 증대한 자의 힘을 빌려서 직위를 훔치고 총애(寵愛)를 다지는 계략을 세움으로써 안과 밖이 상응하며 더욱더 사욕을 채우고 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감에 따라 침식(侵蝕)하고 소모(消耗)하여 폐하의 덕업을 날로 무너뜨리고 기강을 파괴합니다. 사악(邪惡)하고 영간(佞姦)한 신하들이 조정에 충만하고, 재물과 폐물이 공공연히 횡행하며 병사는 우수(憂愁)에 차고 백성은 원망에 차며, 도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천재지이(天災地異)가 자주 발생하며, 기근(饑饉)이 수없이 일어나고 폭민이 서로 손을 잡고 일어나서 사람마다 각자 소원하는 바를 만족시키지만 다만 폐하만이 아무 소득이 없게 되며 국가는 도리어 그 폐해(弊害)를 입게 됩니다.”

“셋째로, 구황(救荒)과 그 이해(利害)에 대해서 아룁니다. 만일 주(州)와 현(縣)에 한재가 있을 때는 조속히 실지조사(實地調査)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조세를 일부 면제하여 주고 부유한 사람들을 권유(勸諭)하여 곡식을 내어 진휼(賑恤)하도록 하여 안녕(安寧)을 기하는 데 힘쓰고, 곡식을 바친 자에 대하여는 속히 은상을 내리고 납부하는 쌀의 수량에 따라서 그 반수를 줄여야 합니다. 원컨대, 풍저창(豊儲倉)의 쌀 30여 만 섬을 방출하여 구제미(救濟米)로 비축하고, 주와 현의 신년도와 구년도의 조세는 모두 당분간 독촉하지 말고, 소흥 지방의 조세는 정세는 미리 면제시키며 미상(米商)의 역승세전(力勝稅錢)을 면제하되, 은상의 규정을 헤아려 세워야 합니다. 관리 중에 태만한 자는 탄핵하고 무능한 관리나 신병(身病)이 있는 관리는 따로 차견(差遣)을 맡기며, 후임자가 오기를 대기하는 자, 전임자의 만기(滿期)를 대기하는 자, 봉사직(奉祠職)에 있는 자, 상중(喪中)에 있는 자들 가운데서 우수한 인물을 선발하여 임시로 구제사업을 관리시키기 바랍니다.”

“넷째로, 수해와 한해로 농작물의 피해가 3부(分) 이상 되는 경우에는 제 5등의 호구(戶口)에 대하여는 조사 없이 조세를 면제시키고, 5부 이상일 경우에는 제 4등의 호구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제정시키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사창(社倉)의 법령 조문을 제로(諸路)에 반포하시기 바랍니다.”

“다섯째로, 원컨대 소흥지방(紹興地方) 조세의 일종인 화매(和買)는 잘 심의하여서 그 폐단을 혁파하기 바랍니다.”

“여섯째로, 남강(南康)에 재임하고 있을 때 성자(星子)고을의 조세를 면제 또는 경감하여 달라고 청원한 일이 있습니다만 조세를 맡은 유사(有司)가 다른 것으로 대납(代納)하라고 거부한 일이 있습니다. 이는 협소한 소견(所見)에서 나온 것이며, 국정(國政)의 근본정신을 달성치 못한 탓입니다.”

“일곱째로,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에 아무쪼록 서적과 칙액(勅額)을 하사하시기 바랍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