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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적 동일시와 담아주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 불안 등을 마치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 즉, ‘저 사람 열등감이 많은 것 같아’, ‘저 사람이 불안해 보여’라고 하는 것을 ‘투사’라고 한다. 반면 ‘투사적 동일시’란 투사를 받은 사람이 ‘내가 정말 열등감이 많은 사람인가?’ ‘내 안에 불안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투사적 동일시란 투사를 일으켜서 그에 맞는 반응을 상대방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하며, 자신의 열등감, 불안 등을 타인이 실현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매사에 위축되어 관계불안이 심한 부모가 있다. 이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게 투사하여 아이도 나를 닮아 소심하고 활발하지 못하여 관계 맺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부모는 자녀에게서 자기 생각을 확증해주는 아주 작은 근거에도 ‘봐, 그렇지?’ 하며 반응한다. 결국, 아이는 엄마와 같은 위축되고 관계불안이 심한 사람이 된다. 이것이 바로 투사적 동일시 현상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것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적으로 큰 불안을 가지고 있는 A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평소에 자기불안을 느끼지 못하고 불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불안은 B라는 사람에게 투사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 B는 A를 대신해 불안을 느끼게 되었고, A는 그런 식으로 불안을 투사함으로써 겉으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B의 불안은 B자신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없이 너무 강렬한 경우 투사적 동일시로 경험하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긍정적인 투사적 동일시도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희망을 투사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더욱 현실적인 희망을 품게 된다. 행복과 기쁨이 투사되고 동일시될 때 한 사람뿐만 아니라 집단전체에 긍정적인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어머니가 아이 스스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경험(불안, 좌절)을 대신 흡수하여 견뎌주는 내적 상태를 ‘담아주기’라고 한다. 아이의 불안과 좌절을 흡수한 어머니는, 그것을 수정하고 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만든 다음, 그것을 아이가 담아낼 수 있도록 돌려준다. 즉, 아이의 불안과 좌절을 어머니도 같이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내부에 담은 채로 아이와 공감하는 상태에 머물면서 담아준다. 그때 아이는 비교적 덜 공포스러운 형태로 변화된 그것을 다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즉, 상담자가 부정적 감정을 가진 내담자의 투사물을 동일시하고, 마치 어머니가 아이의 심리적 고통을 받아들여 담아주듯이, 그것을 담아내어 통찰하고 성장의 힘을 부여하여 담아주면, 내담자는 좀더 참을 수 있는 형태로 된 그것을 다시 받아들이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장이 일어난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투사를 일으키는지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하늘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사보다 담아주는 삶을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한, 내 아이, 내 이웃의 고통을 공감해주고 그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투사적 동일시는 우리에게 우리 존재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인지 자각하게 해 준다. 더불어 담아주기를 통한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 삶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 참 고 자 료 ]
대상관계 단기치료, 마이클 스타터 지음, 이재훈·김도애 옮김,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6년 가족치료 이론과 기법, 송정아·최규련 저, 도서출판 夏雨, 2005년 가족치료-핵심개념과 실제적용 5판, Michael P.Nichols 지음, 김영애·김정택·심혜숙·제석봉 옮김, 시그마프레스,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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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알게 모르게 삶에서 투사적 동일시가 저에게도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이제야 하나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담아두기'를 통한 사랑의 실천도 어쩌면 자신이 어떠한지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투사적 동일시..관계에서 상호간 지대한 영향을 끼칠수 있음을 의식하며 살아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이제까진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를 많이 사용했다면
'담아주는 삶'을 살아보아야겠어요
고통을 공감하며 담아 주기를 통한 이웃이 되어주는 삶~~사랑의 실천!! 감사합니다
고통을 담을 수 있는 넓고 따뜻한 그릇이 되고 싶어요. 좋은 글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